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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세상사는 이야기

"너는 참 대단한 악기야" 우리교회 본당에는 아주 아름답고 멋진 그랜드 피아노가 한 대 있다. 이 피아노는 몇 년 전에 장로로, 안수집사로, 권사로 임직을 받으면서 교회에 기증한 것이다. 이 피아노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분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대부분 교회가 무엇을 할 때 교회 재정으로 구입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그랜드 피아노는 그분들의 사랑과 헌신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음악이 있는 곳에 다양한 악기들이 동원된다. 대학 시절 때 매년 11월이 되면 종교음악과 학생들이 합창제를 하였다. 그들이 “멘델스존 오라토리오 ‘엘리야’”를 공연한 적이 있었는데 참 많은 감동과 은혜를 받았다. 멘델스존은 독일 함부르크의 어느 다복한 유대계 은행가의 가정에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면서 이상적.. 더보기
돌사탕 돌멩이로 두들겨도 웬만해선 깨지지 않던 눈깔 돌사탕을 서로 돌려 빨던 친구들이 그립다. 이렇게 땅뜰이 열리고 하늘이 열리는 봄이 되자 입맛이 돈다. 쓰디 쓴 고들빼기, 씀바귀, 봄나물을 먹다가 뒤끝이 달아서 돌사탕이 그리워졌다. 봄은 다시왔는데 돌사탕 돌려 빨던 친구들은 어디 있나. 진영식 목사(소리침례교회 원로목사) 더보기
"할머니 주지 목사가 아니라 새끼 목사입니다." 사람들은 추억을 먹고 살아가는 존재이다. 누구에게나 소중한 추억이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이러한 추억들을 공유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서로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해 주고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준다. 특히 추억의 순간을 열심히 기억해 내며 행복한 얼굴로 신나게 설명하는 것을 듣는 것도 즐겁고, 자신의 소중한 추억을 나누는 것도 큰 행복이다. 이런 측면에서 목회하는 목사들은 소중한 추억들을 나누는 시간이 있다. 바로 심방이다. 간혹 성도들이 심방은 목사나 교역자가 성도의 가정을 방문해서 예배를 드리거나 기도하면서 복을 빌어주는 것으로 생각하고, 가정을 오픈해서 예배를 드리고, 음식을 대접하기도 한다. 어떤 측면에서는 한국교회의 좋은 전통이다. 하지만 심방의 참된 목적은 교역자가 성도들의 가정에 가서 예배를 드리.. 더보기
의로운 해가 떠오릅니다 새해 새날이 밝아오면 사람들은 해맞이 준비로 너나할 것 없이 설레게 됩니다. 바다 끝에서, 산마루 언덕에서, 하다못해 동창을 열고 서라도 동녘 하늘에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희망을 걸어두기 위함인데 그 희망은 떠 오르는가 싶더니만 중천에 걸려 있다가 어느새 서쪽 하늘 아래로 숨어 버립니다. 구름가득한 날이면 우울해 집니다. 장대비라도 쏟아져 내리는 날이면 태양 위로 묶어둔 희망이 씻겨 내리는 것 같습니다. 어제 아침에 떠 오른 태양은 오늘도 여전히 동녘 하늘에서 솟아나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내가 살아 숨쉬는 동안에는 내일 아침도, 또 다른 내일 아침에도 떠 오를 것입니다. 아침에 동녘 하늘에 떠 오르는 태양은 여전합니다만 사람들은 기대를 하면서 소원을 빌기도 합니다. 그것이 희망입니다. .. 더보기
달력 유감 달랑 한 장 남은 달력마저도 며칠이 지나지 않아 버려질 것이 분명합니다. 그동안 한 장씩 뜯겨나간 것이지만 이제는 그러하지 못합니다. 새해 새 달력을 걸어두기 위해서는 그 자리를 더 이상 버텨낼 수 없습니다. 시간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습니다. 창조 이후로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가고 있습니다만, 사람들은 순리를 역리로 바꾸려고 하기때문에 고민이 깊어지고 고통은 커지게 됩니다. 결국에는 세월의 무게와 두려움 속에서 희망마저 빼앗겨 버리게 될 것입니다. 12월은 한 해를 떠나보내는 아쉬움보다는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기 위한 설렘으로 맞이했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이란 어차피 길 위에 서 있는 것인데, 누군가 닦아 놓은 길 보다는 스스로 열어가는 길이 의미 있을 수도 있습니다. 생각하기 나름이고 매사에 마음먹기에 달.. 더보기
지게 작대기와 지렛대 겨울 채비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땔감을 준비해야 한다. 도시 생활에서는 밸브 하나만 작동하여도 따스한 겨울을 날 수 있을 테지만, 시골 생활에 군불을 지펴야 하는 온돌방이면 겨우내 쓸 나무를 준비하는 것이다. 길이 난 곳까지야 쉽게 운반할 수 있겠지만, 아궁이까지의 길은 지게를 져야 한다. 지게가 튼튼해야 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지게 작대기다. 지게 작대기는 그 어느 것보다도 튼실해야 한다. 한 짐 짐을 버텨낼 수 있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등짐을 짊어질 때, 지지대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힘에 버거운 짐들도 지게 작대기 하나에 힘을 주면 거뜬히 일어설 수가 있다. 힘든 비탈길을 오를 때면 힘이 되어 주고, 비탈길을 내려 올 때면 무게 중심을 지탱해 준다. 커다란 바윗돌을 움직이.. 더보기
금식, 단식이란 무엇인가? 예수쟁이로 살다 보면 때로는 금식이나 단식이라는 것은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루어질 때도 있다. 짧게는 한 끼씩 금식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사흘, 일주일, 세이레, 많게는 40일 동안 예수님을 닮아가기 위해 금식을 자처하기도 한다. 단순한 종교적 행위가 아니라 뭔가를 도전하고 새로운 결단을 해내야 할 때 자기 의지가 아니라 하나님의 의지를 시험 해보는 것이다. 어릴 때 부모님으로부터 애매하게(?) 혼나게 되면 밥상머리에서 토라지기도 한다. 그럴 때는 부모나 가족으로부터 관심을 얻고자 하는 속내가 있기도 하다. 어떤 부모는 자식 마음을 달래 주기 위해 별미를 준비하기도 하겠지만 대부분은 모른 척하고 내버려 두게 된다. 그럴 때마다 억울한(?) 마음이 들어차기도 하지만 저녁밥을 지을 때면 부엌에서 피어나는 .. 더보기
오염수 방류 지중해의 보석이라고 일컫는 튀니지와 모로코 여행에서 몸으로 경험할 수 있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면 시민의식은 물론이겠지만 정치 지도자들의 영향이 절대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프리카의 봄을 노래했던 튀니지 경제는 힘겹게 고개마루를 넘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한 나라 건너 모로코는 젊은 국왕의 리더십으로 도시마다 잘 정돈된 환경으로 시민들의 표정은 한결 밝았습니다. 정치지도자들의 성향을 대변해주는 국가 환경 속을 들여다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경제가 아무리 힘들어도 밀가루 값만은 동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먹거리 만큼은 안정되게 해야 통치권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 하신 것은 죄성을 지닌 인간의 본능이 무엇인지 극명하게 설명해 주고 있는 .. 더보기
절규 긴 장마 폭우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저물어져 갔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에는 속수무책입니다. 그런데도 누군가에게 무한 책임을 덧지우려고 합니다. 창조질서를 파괴하고 바벨탑을 쌓아올리는 스스로에게 책임을 지우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런 모든 책임을 예수님처럼 짊어지고 가야할 교회라면 아직도 희망이 있습니다. 여기서 교회란 믿음의 공동체 안에 있는 우리 스스로를 의미합니다. 자유라는 것은 이런 모든 고통과 두려움에서부터 해방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광복(光復)이라고 합니다. 빛이 회복된다는 것입니다. 죽음과 심판이라는 어둠의 그림자는 늘 함께 합니다. 정오의 햇빛 아래에 서면 어김없는 그림자가 드리워집니다. 이렇듯 숱한 그림자들이 밝은 대낮에는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태초에 아담이 .. 더보기
여름휴가와 커튼콜 휴가와 여행이 들어가는 SNS를 검색해 보면 대부분은 볼거리와 먹거리다. 없는 재정에, 빡빡한 일정에 이것저것 최대한 경험해 보려면 그만큼 바빠야 한다. 몸은 피곤해 있고 돈은 마르고 누군가의 기록을 들여다보면 고픈 것이 하나둘이 아니다. 계획을 세워도 그럴진대 하물며 무작정 떠나는 여행이라면 얼마나 답답할까? 여름 휴가가 시작된다. 사서 고생이라도 해야 직성이 풀리시는 분들을 제외하고는 한 번쯤 계산하고 봐야겠다. 여러 가지로 부족한 형편이겠지만 그럼에도 계획을 세워보면 가성비보다는 더 훌륭한 후기를 남길 수 있을 것이다. 호화스런 요트 위는 아니라 할지라도, 사치스런 호캉스는 엄두도 못 낸다 할지라도 찾아보면 어느 한적한 곳들이 많다. 유행 따라 트랜드를 찾기보다는 나름대로의 여름 낭만을 기획한다든지.. 더보기
전쟁과 평화 하얀 민들레가 좋아서 뿌리째로 옮겨 심기도 하고 홀씨를 받아와서 바람에 날려 보기도 하지만 생각대로 잘되질 않는다. 틈만나면 뿌리째 뽑아버리는 노란 민들레. 그것도 외래종이라고 보면 어느 풀섶에서도 잘도 자라고 꽃대도 튼실하게 피어 올린다. 식물들의 전쟁은 우성학적인 것에 의해 점령당할 수밖에 없다. 대청댐에서 잠수부들이 외래종인 베스를 작살로 잡아내는것을 영상으로 본 적이 있다. 토종 민물고기의 씨를 말린다고 한다. 깊은 산골 저수지만 해도 해가 지면 황소개구리의 울음 소리가 울려퍼진다. 어찌어찌해서 수입해서 들여온 것들인데 생태교란종이되고 생태계를 파괴시킨다고 했다. 전쟁은 물밑에서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약육강식의 동물의 세계에서는 눈에 띄도록 더한 세상이 된다. 먹고 먹히는 본능이 도사리.. 더보기
사랑이 답이다 아무개가 엄마를 경찰에 신고했대, 그래서 경찰이 출동하게 된 거야. 엄마와 아이가 심하게(?) 다투는 것을 본 이웃 주민이 112에 신고하는 바람에 경찰이 사이렌을 울리며 출동했대요. 엄마는 현행범으로 체포될 위기에 있었대요. 경찰의 조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심하면 검찰 소환에다 재판에 회부될 수도 있어요.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육청 소환이 있어요. 학교에서는 관심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이웃들에게 민망하고, 부모와 아이의 관계는 어떻게 되어야 할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은 현재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가정 폭력, 학교 폭력이라는 주제들이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어느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나라의 이야기입니다. 라떼는 회초.. 더보기
4월은 역시나 잔인한가? 고난주간 특별새벽기도회 새벽시간을 정하는데 가장 큰 일은 출근시간을 어떻게 맞추느냐는 것이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15분 간격으로 맞추는 것이었다. 울산의 산업이나 노동현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아니 처음부터 그랬는지도 모른다. 6시가 되면 출근 차량이 붐비고 오토바이 행렬은 줄을 잇는다. 태화강을 따라 자전거 행렬도 볼만한 아침 풍경이 된다. 한참전 이야기지만 지금도 별반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퇴근 시간이 정시인데 정시가 되기전부터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정문 가득 퇴근을 서두르는 오토바이 대열이 전투적으로 부르렁 거리고 있다. 정시 퇴근이면 사무실이나 작업 현장에서 마무리할 시간일텐데, 정시에 정문이 열리기를 신경질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무엇일까? 교회 사무실에도 정해진 출근시간은 칼출근이어야 하.. 더보기
새우깡 “손이 가요 손이 가……. 농심 새우깡” 어쩌면 국민가요보다도 더 친숙했던 광고 음악이었다.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은 걸 보면, 한때는 대단한 영향력을 미쳤고, 기업 생산성에 막대한 영향력을 주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이 노래를 전혀 모르는 세대들이 시대의 리더십을 발휘할 때가 되고 보니, ‘꼰대’와 ‘MZ’가 얼마나 심각하게 대립할 수 있는가 하는 염려도 된다. 그 생각과 가치의 차이를 어떻게 접근해낼 수 있겠는가? 이것이 시대 상황의 과제일 수 있다. ‘윤형주 행복 콘서트’(울산의 빛 주관)가 성황리에 마무리된 것을 보면서 예배당을 꽉 채웠던 청중들 대부분이 ‘새우깡’을 즐겨 불렀던 사람들이라는 것을 사진을 통해 분명하게 보게 된다. 세대가 함께 공유하고 통합해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가는데 머리.. 더보기
희망가 혼자 마음 좋은 아버지는 이웃집 살림살이까지 걱정해 가면서 쌈짓돈을 풀어낸 것만 아니라, 곳간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세간들까지 팔아서 나누어 주셨습니다. 파종할 씨앗은 나랏님도 건드리지 못한다고 했는데, 그것마저 퍼다 내서 인심을 듬뿍 얻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만석군이라도 되듯이 깍듯했고, 어디를 가나 환영이 대단했습니다. 난전(시장)이라도 한 바퀴 돌라치면 온갖 장돌뱅이들이 몰려들었고, 우시장 옆에 자리 잡은 가마솥 국밥집에서 잘 우려낸 소머리 국밥을 떠들썩하게 대접했습니다. 아버지가 떠난 자리에는 곳간은 비었고, 세간마저 텅 빈 빈집에 삭풍이 불어치면 구멍난 문풍지 떠는소리로 처자식들은 주린 배를 움켜쥐고 허기에 지친 모습으로 어디에다 눈길 한 번 주지도 못하고 멍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혼자 인심.. 더보기
반달과 하수저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 나라로 구름 나라 지나서 어디로 가나 멀리서 반짝반짝 비치 이는 건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윤극영 선생께서 21살이던 해 1924년에 지으신 ‘반달’은 최초의 동요일 뿐 아니라, 어린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때로는 놀이로, 때로는 연가로 불렸다. 일제에 빼앗긴 나라, 돛대도, 삿대도 없지만, 서쪽 나라로 희망을 찾아 떠난 순례자들의 노래이기도 하다. 서쪽 하늘 저 끝에 극락정토가 있다고 한다. 유토피아, 샹그릴라, 어쩌면 미리내 은하수는 요단강 건너편 영원한 새 하늘과 새 땅이 그려지는 하늘 나라이기도 하다. 그만큼 우리의 어른들은 절망과 어둠 속에서도 희.. 더보기
스펠 하나 차이 고등학교 1학년 때인가 그해 크리스마스는 눈도 많이 왔고 엄청 추웠다는 기억이다. 카드도 색종이로 오려 붙이고 금분, 은분도 칠한다. 내가 원하는 대로 삐뚤빼뚤 문장도 새기고 그러면 보잘것없지만, 정성 가득한 카드가 된다. 우표를 붙이고 가지런히 크리스마스 씰을 붙인다. 빨간 우체통에 한 웅큼 밀어 넣으면 끝. 누군가에게는 설레는 두근거림으로, 어떤 친구에게는 장난기 가득한 객기로 이래저래 성탄절은 의미가 있었다. 예배당에 트리를 만들어 세워야 했다. 며칠 전 앞산 뒷산 헤맨 끝에 멋있는 소나무 한 그루 찜해 놓은 주말, 그날따라 눈이 왜 그리도 많이 내렸는지 발목이 잠길 정도다. 늦은 저녁 해거름에 산에 올라 잘생긴 소나무를 자른다. 그때는 산에 있는 소나무라도 베어버리면 범죄자가 된다. 죄를 지어서라.. 더보기
말무당 “말이면 다 말이냐, 말 같아야 말이지, 말 같지 않은 말을 말이라고 하고, 말도 되지 않는 말을 말이라고 하니 말이 안 나온다.” 뭔 말인지도 모르겠다. 한마디 말로 하면 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한다. 옛 어른들로부터 배워온 지혜다. 말이 많으면 실수가 많다. 허물이 많다고들 했다. 말이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히게 되면 상대방은 피투성이로 죽어 자빠진다. 아름다운 말은 은쟁반에 구슬이라고 하셨다. 말 한마디에 죽고 살기까지 한다. 말이 폭탄이 되어버리면 수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다치게 되고 주변은 초토화된다. 말로 일어선 자는 말로 망하는 법인데, 한참 전에 말 잘해서 나라의 최고 통치자로 오르기도 하셨던 분에 대하여 하도 말이 무성하여 방송에서 내뱉은 말인데 똑같.. 더보기
반지하 새로운 정부가 야무지게 들어서면서 살맛 나는 세상이 열리려나 했지만, ‘역시나’라고 한다. 세상 사는 이야기가 제법 있을 만도 한데 어디선가 불어대는 나팔소리에 어안이 벙벙해지기도 하고 이렇게 나가다가는 끝내 볼썽사나운 일들이 벌어질 것 같아 노심초사다. 이쪽 편에서 보면 저쪽이 그렇고 저쪽 편에서 보면 이쪽이 그렇다더라. 언제까지 이쪽, 저쪽 편 가르기에 줄을 서야 하는지 군대도 아닌 것이 줄서기 눈치 게임이다. 오징어 게임이 어떻다 한들 지금 어른들이 아이 적에 늘상해오던 놀이들인데 그것에 목숨이 달려있으니 문제다. 크게 가져봐야 별것 아닌 돈에 목숨줄을 걸어야 한다. 종일 땅따먹기를 하다가도 해거름이면 발로 쓱쓱 문질러 지워버리는 것들인데 왜 그리 목숨을 담보로 해서 호들갑을 떨어야 하고, 열광하려.. 더보기
마시멜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3개월 남짓인데 대통령 지지도가 30%대로 뚝 떨어졌다고들 난리다. 여론 조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국정 수행 능력에 대한 평가인지 인기에 대한 평가인지 제대로 분간될 수가 없다. 어쨌거나 30%대로 뚝 떨어졌다면 예삿일은 아닌 게 분명하다. 그래서 그런지 벌써부터 탄핵 이야기까지 흘러나온다. X빠, 개X, 이런 적극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는 감성팔이가 있어야 하는데, 정치가 무엇인지, 사회 현상이 어떠한지 제대로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무슨 이름을 달든지 설득력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말이 필요하겠다. 작명소에 의뢰하든지 아니면 SNS에 가장 공감할 수 있는 말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야 할 것 같다. 정치학 원론에서 보면 대중조작 내지 상.. 더보기
깻잎 한 닢이 어떻단 말인가? 여자친구의 단짝친구와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의 친구에게 깻잎 김치 하나를 뜯어서 건네준 것이 화근이다. 그것이 가능한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인가? 어느 누군가는 “접근금지, 수영금지라는 팻말이 세워져 있는 곳에 사람이 빠졌다면 금지라는 법을 어기면서 구조해야 하는가?”라고 물어왔다. 더 심한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 군사 보호 지역에서 ‘접근금지’, ‘접근하면 발포한다.’라는 팻말이 분명하고도 선명하게 세워져 있다. 이때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을 구조해야 하는가? 아니면 발포라는 섬뜩한 말에 돌아서야 하는가? 당신의 선택은? 이렇게 극단적인 경우에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 그때의 과정과 상황에 대한 이해는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감정이라기보다는 순간의 기분에 따라 선택을 하고 결정.. 더보기
나는 질문한다 몇 해 전만 해도 태화강은 죽은 강이 되어 역한 냄새를 피워 올리고 있었다. 지금은 생태하천으로 거듭나게 되고 생물들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도망친 물고기들이 찾아오고, 1급수에만 산다는 수달마저 눈에 띈다고 한다. 태화강 국가정원으로까지 탈바꿈하는 것을 보면 자연을 자연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이며 이 또한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회복하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다. 아침, 저녁나절에는 태화강 줄기를 따라 걷고 뛰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땀을 흘리기도 한다. 공업 도시라는 삭막한 이미지에서 생태 도시, 생태가 살아난 태화강이 더욱 아름답다. 강변으로 다듬어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오가는 숨 가쁜 사람들을 대부분 만나게 된다. 아름다운 꽃들이 철마다 달리 피고, 미처.. 더보기
검수완박 5월은 희망이다. 꽃들이 진 거리마다 열매들이 피어나고 산천초목은 여름맞이를 하며 두꺼운 그늘 옷을 차려입는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무엇보다도 희망이다. 아이들이 언제나 웃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른들의 사명이기도 하다. 그 아이들이 어느새 자라 또 다른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전해져야 한다. 아이들이 마음껏 웃어젖힐 수 있는 가정이 또한 희망이다. 아이들이 다 떠나버린 빈 둥지에서 부모들은 슬픔에 젖을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아이들이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자식들마저도 아이들을 돌려주지 않는다. 결혼도 포기하고 출산을 거부한다.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 세상이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지 못한다. 세상이 가정에 더 깊은 절망을 안겨다 주고 있다. 정치마저도 그 희망을 빼앗아 버리고 있다. 핑크빛 공약이 난무하.. 더보기
4가지 점잖은 체면에 속된말, 더러운 말은 입밖에도 내지 말라고 하셨는데 세상 돌아가는 꼴이 하도 험악하기도 하고 그래서 불쑥 한마디 내뱉어 본 것이다. 4가지란 “싸가지”라는 말이다. 국어사전에 정의된 것을 보자. “사람에 대한 예의나 배려를 속되게 이르는 말, 또는 그러한 예의나 배려가 없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했다. 더러는 예수쟁이를 일컬어 4가지가 없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경우가 없다는 뜻이다. 자기야 예수와 복음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지만 마음 씀씀이나 말하는 투나 행동하는 것을 보면 염치가 없어도 너무나 없다고들 한다. 나 역시 그중에 한 사람 예수쟁이고 보면 어떻게 처신해야 4가지가 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고민이다. 부모야 낳아주고, 길러주고, 먹여주고, 입혀주면 되는데도 자.. 더보기
라떼의 눈물 눈물을 화학적으로 분석해 본 결과들은 때와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아이, 어른,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눈물을 흘린다. 눈물의 종류도 제각각이다. 기쁨, 슬픔, 두려움, 절망, 아픔, 감사, 회개, 후회……, 수없이 많은 경우에 눈물을 흘리게 된다, 눈물이 마를 때도 있다. 더러는 인공 눈물을 눈에 넣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어찌 되었든 눈물이 있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뜻이고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말이다. 이참에 눈물 한 번 흘려보고, 눈물 펑펑 쏟아내고, 눈물을 닦아주기도 하고, 흐르는 눈물을 옷깃으로라도 닦아 내렸으면 좋겠다. 나는 눈물을 좋아하지만, 우는 것은 싫다. 이것은 아무런 의미 없는 눈물이 싫다는 뜻이다. 나름대로는 뜻이 있을 테지만 내 눈에는 쓸데없는 눈물, 흘려서는 안 될 눈물이라고.. 더보기
말, 말, 말 세종대왕께서 우리 말을 적을 문자가 없는 어리석은 백성들을 어여삐 여겨서 세계 제일의 문자인 한글을 창제하신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말을 쉽게 하는 것이 세계 제일의 국민이 된 듯하다. 글을 쉽게 써 내려가는 것 또한 세계 제일의 국민이 되었다고 자부하고들 있다. 그 말과 글이 SNS와 영상을 통하여 세계를 정복해 나간다. K 문화가 바로 그런 것일 게다. 일등 국민답게 대선정국에서 말들이 너무 많다. 어느새 바른말도 거짓으로 들리고, 거짓이 진실로 들리기도 한다. 말쟁이들의 장난질에 너나 할 것 없이 선동되어 널뛰기를 한다. 말쟁이들이야 몇 마디 말로 먹고살기에 충분하고, 자기 말을 듣기 좋아하는 자들이 1원씩 모아주어도 최고의 연봉이 되기도 한다. 대한민국 엄지들이 한 번씩만 거들어도 기업 CEO 못.. 더보기
끝장을 보자? 시작이 있다는 것은 끝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끝장을 보겠다고 한다. 시작은 그럴듯한데 과정이 신통치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을 기대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끝장을 보겠단다. 그 말을 되씹어보면 결코 긍정적이지는 않다. 부정적인 결과를 본다고 할지라도 그렇게 한 번 내디딘 걸음을 끝까지 가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다 벼랑 끝에 서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 더 내딛게 된다. 결국, 어떻게 될지 뻔하다. 이쯤에서 내디딘 걸음을 돌이킬 수 있는 것이 지혜다. 지금이야말로 지혜가 필요한 때다. 그만큼 갔으면 된 것이다. 주저할 이유는 또 무엇인가? 그렇게 해서 고집을 부리고 탐욕을 부리다 보면, 그러한 교만이 패망이 된다. 그럴 줄 알면서도 끝장을 보겠다면 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더보기
시소 게임 지금이야 찾아보기 드물 정도이지만 내가 아이들을 키울 때만 해도 놀이터마다 ‘시소’라는 것이 있었다. 한가운데 축대를 지렛대처럼 세우고 기다란 나무 봉으로 좌우 길이를 같게 해놓았다. 마주 보고 둘이서 탈 수도 있고, 여럿이 탈 수도 있다. 아이들 둘 셋을 한쪽편에 태우고 아빠는 맞은편에 타도 총 무게에 따라 기울기를 다르게 할 수도 있고, 힘을 써서 기울기를 달리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분명히 기울기를 맞춰놓았을 텐데도 언제나 한쪽은 하늘로 치솟아 있고, 다른 한쪽은 땅에 처박혀 있다. 아무리 수평을 맞추려고 노력을 했어도 시소의 무게 중심은 어느 쪽으로든지 쏠리게 마련인가 보다. 누군가 맨 마지막에 올라탄 아이가 어느 쪽으로 기울기를 생각 없이 두고 갔겠지만, 시소는 밤새도록 몇 날 며칠이.. 더보기
대장동 내가 처음으로 정치에 입문한 것은 줄반장으로 학급을 대표할 수 있었다는 것보다도 학생 전체를 대표하고 학교를 대표하는 학생회장으로 출마할 때였다. 그때가 중학교 2학년 말이었다. 한 학년에 두 학급이었으니까 전교생이래 봐야 여섯 학급 360여 명이 되는 작은 시골 중학교였다. ‘재건 학생회’라는 이름으로 학생 자치를 수업하기 위한 학교의 배려였던 것 같다. 5.16군사 혁명을 완수하기 위한 「혁명공약」을 외워야 했고, 국민 교육 헌장을 암송해야 했다. 어쩌면 그것이 조국 근대화를 위한 주춧돌이 될 수 있었을 게다. 내일이면 전교생들이 투표하는데 나를 돕는 친구들과 더불어 학교 앞 점방(매점)에서 결의(?)를 다지기로 했는데, 마침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좁은 점방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의 한마디에.. 더보기
오징어 오징어는 울릉도 오징어라야 제맛이다. 동해안에서만 잡혔던 오징어가 기후환경 변화 탓인지 요즈음 서해안에서 더 많이 잡힌단다. 오징어 배가 밤바다를 불빛으로 수놓은 것을 보면 그만한 환상 또한 드물다. 밤샘 낚시질에 지친 어부들은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바라보는 밤바다가 아름답다. 밤바다에 하늘의 별들이 쏟아져 내려 둥둥 떠다니는 것이다. 그런데 그 오징어가 넷플릭스에서 만선이란다. 오대양·육대주 그 어디쯤엔가 있는 바다인 줄 알았는데 내게는 신비의 세계 인터넷의 가상공간이라고 한다. 코로나 펜데믹에서 세계인들이 자기들이 놀만 한 바다를 찾다가 시시때때로 바뀌고 있는 넷플릭스라는 바다에 넋 놓고 풍덩 빠져 버리고 만 것이다. 자기만의 놀이 공간에서 하염없는 시간을 분주하면서도 가장 재미나게 지낼 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