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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세상사는 이야기

깻잎 한 닢이 어떻단 말인가?

  여자친구의 단짝친구와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의 친구에게 깻잎 김치 하나를 뜯어서 건네준 것이 화근이다. 그것이 가능한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인가? 어느 누군가는 “접근금지, 수영금지라는 팻말이 세워져 있는 곳에 사람이 빠졌다면 금지라는 법을 어기면서 구조해야 하는가?”라고 물어왔다. 더 심한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 군사 보호 지역에서 ‘접근금지’, ‘접근하면 발포한다.’라는 팻말이 분명하고도 선명하게 세워져 있다. 이때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을 구조해야 하는가? 아니면 발포라는 섬뜩한 말에 돌아서야 하는가? 당신의 선택은?
  

  이렇게 극단적인 경우에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 그때의 과정과 상황에 대한 이해는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감정이라기보다는 순간의 기분에 따라 선택을 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 결과에 대해서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극단적일수록 선택을 강요당하는 것이다.
  

  사회 분위기가 그렇다. 네 편, 내 편을 분명히 해서 편 갈라서라는 것이다. 서로의 편들이 극단적으로 되고 집단행동을 일삼게 된다. 상황과 처지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다. 과정에 대해서도 더 이상 설명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내 편이 아니면 적대관계가 된다. 어제의 절친이 오늘은 원수가 되어야 한다. 철저하게 감정적이다. 이성적인 판단과 상황에 대한 이해는 전혀 없다. 더구나 과정에서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것은 생각에서조차 제거해야 한다. 

  젊은 세대일수록 더욱 심하다. 세대 간의 갈등, 남녀 간의 갈등, 계층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 수천 년에 걸쳐서 지형이 형성되는 과정을 건너뛰어 버리는 것이다. 그만큼 세상은 너 나 할 것 없이 감정의 골을 쉽고 깊게 만들어 낸다. 세상이 그렇고, 교회마저도 그래야 한다고들 한다. 

  관계는 여지없이 파괴되고, 선한 결과에 대한 기대는 전혀 없어진다. 오직 내 편이 아니면 모두가 적이 되어 버린다. 반드시 한쪽 편을 들어야 한다면 당신은 어느 편이 될 것인가? 지금, 이 순간도 선택해야 한다. 지독한 감정싸움이다.

  적폐청산이라는 것이 그렇다. 정부의 정책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해서 내 편만 남는 것은 아니다. 적폐를 청산했다 해도 또 어디에선가 적폐는 나타나게 되어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고집을 부린다. 감정이 격해지게 되고 분열과 싸움이 세포 분열처럼 일어나다가 결국은 모두가 망하게 된다.

  내가 그러하듯이, 네가 이러하듯이, 또 누군가는 저리하듯이 그래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어떨까? 그렇다고 해서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라는 것은 아니다. 자기를 존중하는 것보다 더 상대방을 배려하고 조금만 더 관심을 보여준다면 세상은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내가 네가 아니듯이, 네가 내가 아니듯이, 우리는 서로 다른 존재이니까!

  여당 대표께서 누군가의 악수를 뿌리쳤단다. 그러자 그는 대표의 어깨를 툭 쳤단다. 그래서 가십거리가 된다. 그 과정과 상황이야 어떠하든지 전혀 다른 누군가를 전혀 다른 내가 받아 줄 수 있는 세상이 아쉽다. 이렇게 따져 들고 보면 세상은 재미가 없어진다. 싸움판만 커지게 된다.

  엄지손가락 치켜들고 나하고 놀 사람 여기 붙으라고 동네의 어린아이들부터 편 가르기에 익숙해진 탓일까? 나하고 놀 사람을 어디에서 어떻게 유혹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다. 그러한 세상 속에 내가 있으니까, 그러한 세상 속에서 어울려야 하니까, 그러면서도 나는 나하고 놀 사람만을 찾고 있다. 내일은 내가 그 꼴을 당할 텐데도 나는 오늘 그 짓을 되풀이해야 한다.

  그래서 세상은 희망이 없는 것이다. 2천 년 전 예수는 너와 나를 초청하셨다. 지금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계신다. 그런 사람이 전혀 없음이 문제다. 큰 문제다. 새 하늘과 새 땅에 대한 꿈과 비전은 요원한 것이다. 여자친구의 친구에게 깻잎 김치 한 장을 뜯어 줘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나도 모르겠다. 차라리 우유부단하게 사는 것이 편한 것 같다. 

 

진영식 목사
소리침례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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