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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세상사는 이야기

"너는 참 대단한 악기야"

  우리교회 본당에는 아주 아름답고 멋진 그랜드 피아노가 한 대 있다. 이 피아노는 몇 년 전에 장로로, 안수집사로, 권사로 임직을 받으면서 교회에 기증한 것이다. 이 피아노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분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대부분 교회가 무엇을 할 때 교회 재정으로 구입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그랜드 피아노는 그분들의 사랑과 헌신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음악이 있는 곳에 다양한 악기들이 동원된다. 대학 시절 때 매년 11월이 되면 종교음악과 학생들이 합창제를 하였다. 그들이 “멘델스존 오라토리오 ‘엘리야’”를 공연한 적이 있었는데 참 많은 감동과 은혜를 받았다. 

  멘델스존은 독일 함부르크의 어느 다복한 유대계 은행가의 가정에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면서 이상적인 교육을 받았고, 그는 음악적인 재질이 있어 9세에 연주회의 무대에 섰고, 그의 작품은 품위가 있고 명쾌하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작곡가들은 먹고살기 위해 이곳저곳에 다니면서 연주를 하며 살아간 데 비해 그는 부유한  결혼생활과 인정받은 음악가로 살아갔다. 유대계 집안에서 기독교로 개종했지만, 독일 베를린에서는 그를 반갑게 맞아주지 않아 결국 베를린을 떠나 라이프치히로 옮겨가서 그곳에서는 아름다운 음악의 꽃을 피웠다. 그의 음악의 특징은 고전적인 형식미에 시적인 낭만적 정신을 기반으로 하여 자유로운 서정미와 환상미와 아름다운 자연 묘사가 작품에 잠재되어 있어 많은 영향력을 끼쳤고, 결국  그는 19세기 낭만파 음악의 창시자 중의 한 사람으로 인정을 받았다.

  그와 관련한 재미있는 오르간 연주 일화가 있다. 하루는 멘델스존이 어느 한 성당에 값비싼 오르간이 들어왔다는 소문을 듣고 구경도 할 겸 연주해 보고 싶어 그 성당을 찾아갔다. 때마침 한 젊은 연주자가 그 오르간을 연주하고 있었다. 멘델스존은 그의 연주를 감상하고 난 후, 그 젊은 연주자에게 다가가 자신이 오르간을 연주해 보고 싶다고 말을 건넸다. 하지만 일면식도 없는 그가 값비싼 새 오르간을 연주하고 싶다는 말을 듣고 “경험도 없는 당신이 감히 이 값비싼 오르간을 연주하려 하다니” 하면서 두 번씩이나 큰 목소리로 핀잔을 주고 면박을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멘델스존은 다시 용기를 내어 연주할 수 있도록 간곡히 요청했으나, 그 젊은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버럭 화를 내며 성당 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때 멘델스존은 포기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새 오르간에 앉아 찬송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멋진 화음과 멜로디는 금세 성당 전체에 퍼져나갔다. 성당 문을 나서려던 그 젊은이는 그 음악에 반해 황급히 다시 오르간 앞으로 돌아와서 그에게 묻었다. “ 아니 선생님은 누구신지요.“ “멘델스존입니다.” 그때 서야 젊은이는 안절부절못하면서 “감히 제가 음악의 대가이신 선생님을 몰라보았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이렇게 귀한 분에게 악기를 연주하지 못하게 했네요. 저의 부족함을 용서해 주십시오. “라고 말했다고 한다. 

  멘델스존과 같은 최고 전문가의 손이 닿는 곳에는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아름다운 곡이 연주된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모양도, 음색도, 모두 다른 다양한 주님의 악기들이다. 바울은 로마서 6장 13절 “또한 너희 지체를 불의의 무기로 죄에 내주지 말고 오직 너희 자신을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난 자 같이 하나님께 드리며 너희 지체를 의의 무기로 하나님께 드리라”라고 했다. 여기서 “지체”는 문자적으로 신체를 가리키는 단어지만 우리의 생각, 육체적인 힘, 욕구 등을 포함한다. 즉 우리 속에 있는 전 인격을 가리키는 말이다. 생각, 마음과 몸이 따로 분리될 수가 없고, 우리의 몸, 생각, 가치, 의지는 언제나 한 덩어리가 된다. 

  바울은 인간의 신체가 때론 불의의 무기가 될 수도 있고, 의의 무기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므로 사도바울은 지체의 각 부분을 의의 무기로 사용하라고 하지 않고 하나님께 드리라고 말씀하셨다. 개역한글에서 무기를 ‘병기’하기도 하지만 NIV 영어 성경은 instrument(도구, 악기)라는 뜻이 있다. 이것을 “드리라”라고 한다.  우리가 자신을 의의 무기로 하나님께 드려야 하는 이유는 바로 하나님이 나의 생명 주인이시기 때문이고,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죗값을 지불하시고 돌아가셨다가 살아나셨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하나님이 사용하시기에 거룩한 도구로 내어드려야 하는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인물 중에 이들은  하나님께 어떤 악기로 사용되었을까?

  첫째로, 아브라함은 하나님 나라의 복의 통로로 부르심을 받아 갈 바를 알지 못하였으나 순종하여 약속의 땅으로 나아가도록 쓰임 받았다. (창 12장) 하나님의 부르심에 독자 이삭까지도 아낌없이 내어줄 정도로 그는 족장으로서 순종의 악기로 사용되었다. (창 22장)

  둘째로, 모세는 호렙산에서 가시나무 떨기 사이에서 하나님을 체험하고 이집트에서 신음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인도하는 부르심을 받았다(출 3장) 처음에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매우 수동적이었으나, 하나님은 그의 연약함에 아론도 붙여주시고 여러 가지 이적들을 보여주심으로 최고 리더의 악기로 쓰임 받았다. (출 4장)

  셋째로, 세례요한은 예수님의 초림을 예비하는 마지막 선지자로 부름 받은 자다. 그는 회개의 세례를 선포하며 주의 오실 길을 예비했던 그는 겉으로 보기에는 허무하고 억울한 죽음으로 끝난 것처럼 보였으나 온전히 예수그리스도의 길을 예비하며 광야의 외치는 자의 소리로 쓰임 받는 악기였다. 

  넷째로, 바울은 복음이 이방 세계로 뻗어나가는 통로로 부르심을 입었다. 그 부르심을 받고 곧바로 전도에 목숨을 걸었다. 수많은 죽음의 위협 속에서도 은혜의 복음 증가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자기 목숨을 조금도 귀히 여기지 않고 순종함으로 오늘날 세계 곳곳에 복음이 증거되는 중요한 통로로써 쓰임 받는 악기가 되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죄로 인해 쓸모없고 부족한 자들이었지만 주님으로 인해 구원받아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자녀의 지위와 신분을 부여받은 악기가 되었다. 그러므로 날마다 패배와 절망과 원망이 왕 노릇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오늘도 주님은 우리 모두를 하나님 나라의 최고 악기로 사용하시기를 원하신다는 것을 명심하고, 코람데오의 정신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연주하며 살아가자.

 

하나님의 영광을 연주하며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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