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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세상사는 이야기

오염수 방류

  지중해의 보석이라고 일컫는 튀니지와 모로코 여행에서 몸으로 경험할 수 있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면 시민의식은 물론이겠지만 정치 지도자들의 영향이 절대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프리카의 봄을 노래했던 튀니지 경제는 힘겹게 고개마루를 넘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한 나라 건너 모로코는 젊은 국왕의 리더십으로 도시마다 잘 정돈된 환경으로 시민들의 표정은 한결 밝았습니다.
  정치지도자들의 성향을 대변해주는 국가 환경 속을 들여다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경제가 아무리 힘들어도 밀가루 값만은 동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먹거리 만큼은 안정되게 해야 통치권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 하신 것은 죄성을 지닌 인간의 본능이 무엇인지 극명하게 설명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만큼 먹거리와 마실거리, 입을거리가 국민들의 체감을 직접적으로 결정지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국민 정서가 극도로 불안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인 어떤 아이가 생선 먹기를 거부했습니다. 평소에 즐겨하고 좋아하는 메뉴인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 어디에서, 누구로부터, 무엇을 들었는지 모를 일이지만 일단은 강하게 거부하고 나섰습니다.
  누군가 아주 나쁘다는 이야기를 들려줬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고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도 이제 못박혀버린 생각 때문에 절대 굽히려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들고 따지고, 극렬하게 반대를 합니다. 더 이상 설득할 수 없기까지 합니다. 모든 노력 또한 허사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오염수 방류가 환경과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어떠한지에 대한 이해보다도 그것을 자신의 이익과 정치적 목적을 위하여 이용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우리의 몸과 지구 환경은 원자력에 젖어있을 수밖에 없고 방사선은 이제 기준치를 훨씬 넘겨 버리고 말았습니다. 어느 누구도, 어느 세상에도 밀림과 정글에도 에베레스트 꼭대기나 알프스의 최고 봉이라해도 피해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과학과 물질 문명이 낳은 최악의 괴물이 이곳 저곳에서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개개인의 먹거리를 이제 위협하고 있고 마실 물 마저도 제대로 구할 수 없습니다. 우리들의 부끄러움을 가리기 위해 입은 옷은 이제 방사선에 젖어 있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먹거리 입니다. 국가 통치권 마저도 집어삼킬만한 것일 수 있습니다. 정치지향적 목적보다도 자기 이득을 취하기 보다도 미래 세대에 어떠한 영향력을 미치고 감동과 결과는 물려줄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할 때 입니다.
  세계는 에너지 자원 고갈로 인해 원전을 확대해가고 있습니다. 누구보다도 사람들은 원전의 특혜를 누리고 있습니다만 어느덧 괴물이 되어 집어 삼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파괴해버리려는 편리한 것이 지나쳐 급격히 죽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괴물 앞에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 그래야하는지 설득력있게 말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가장 큰 수혜자인 당신이 가장 큰 피해자라고 자처해야하는 모순이 어디에서 왔는지 따져봐야겠습니다.

진영식 목사(소리침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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