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와 여행이 들어가는 SNS를 검색해 보면 대부분은 볼거리와 먹거리다. 없는 재정에, 빡빡한 일정에 이것저것 최대한 경험해 보려면 그만큼 바빠야 한다. 몸은 피곤해 있고 돈은 마르고 누군가의 기록을 들여다보면 고픈 것이 하나둘이 아니다. 계획을 세워도 그럴진대 하물며 무작정 떠나는 여행이라면 얼마나 답답할까?
여름 휴가가 시작된다. 사서 고생이라도 해야 직성이 풀리시는 분들을 제외하고는 한 번쯤 계산하고 봐야겠다. 여러 가지로 부족한 형편이겠지만 그럼에도 계획을 세워보면 가성비보다는 더 훌륭한 후기를 남길 수 있을 것이다.
호화스런 요트 위는 아니라 할지라도, 사치스런 호캉스는 엄두도 못 낸다 할지라도 찾아보면 어느 한적한 곳들이 많다. 유행 따라 트랜드를 찾기보다는 나름대로의 여름 낭만을 기획한다든지, 가족들이 함께할 수 있는 주제를 정해 본다면 투자한 이상으로 의미를 거둘 수 있다.
골방에서 책을 본다든지 그럴만한 형편이 아니면 가까운 도서관에라도 들러서 한 주간, 단 며칠이라도 머물러 본다면 어떨까? 아이들하고 놀이공원도 좋겠지만 이참에 박물관이나 미술관 순례도 괜찮겠다. 여름음악회 공연도 찾아보면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 무엇을 빌미로 해서 여행을 짜 본다면 틀림없이 후회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유러피언들은 한 달이나 넘는 휴가를 즐기기 위해 어디에서도 여유만만이다. 카페에 앉아서 커피 한 잔에도 여유가 물씬하고 길거리 카페에서 맥주잔을 기울이면서도 듬직하다. 어느 누구 하나 눈치 주거나 받거나 하지 않는다. 무엇을 하든 자유(?)다. 간섭받지 않고 눈치를 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공원길 벤치마다 사람들이 들어차 뭉개고 있다. 한 바퀴를 돌고 두 바퀴째 돌아와도 여전히 그 자리 그 햇살 아래 죽치고 앉아 있다. 할 일 없는 노숙자가 아니라 누구든지 그런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여유다. 누구 하나 서두르거나 짜증 부리지 않고 마냥 기다려준다.
그런가 하면 우리네는 어떠한가? 일단 급하다. 의미와 목적이 불분명 한대도 일단, 바쁘다. 바쁜 모습을 보여줘야 뭐가 있어 보인다. 이것저것 챙길 것보다도 눈치를 챙겨야 한다. 자기 생각을 조금 드러내기만 해도 별나다고 아우성이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되어 버린다. 때론 엉뚱해 보이면 미운 오리 새끼가 된다. 아무튼, 그럴만한 여유가 없다. 그러면서도 바쁜 것이 세계화의 지름길이라고들 한다.
여름을 여름 되게 하는 것을 기획해 보자. 휴가를 휴가답게 하는 것을 연출해 볼 필요가 있다. 인생의 한 막이 올라가고 드리워지는 무대를 생각해 보자. 연주가 막 끝난 무대. 연극이 막을 내린 무대. 커튼콜이 우레와 같은 박수로 터져 나오지는 않아도 누군가 꽃다발을 들고 기다리는 무대, 나는 한 여름밤의 무대이고 싶다. 당신을 위해 꽃다발이 아깝지 않은 그런 무대를 꾸며 보심이 어떠할까?
여름이라는 무대의 막이 막 오르고 있다. 이왕이면 하늘에 계신 그분이 커튼콜(앵콜) 하실 수 있는 그런 무대를 제안한다.
진영식 목사(소리침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