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때인가 그해 크리스마스는 눈도 많이 왔고 엄청 추웠다는 기억이다. 카드도 색종이로 오려 붙이고 금분, 은분도 칠한다. 내가 원하는 대로 삐뚤빼뚤 문장도 새기고 그러면 보잘것없지만, 정성 가득한 카드가 된다. 우표를 붙이고 가지런히 크리스마스 씰을 붙인다. 빨간 우체통에 한 웅큼 밀어 넣으면 끝. 누군가에게는 설레는 두근거림으로, 어떤 친구에게는 장난기 가득한 객기로 이래저래 성탄절은 의미가 있었다.
예배당에 트리를 만들어 세워야 했다. 며칠 전 앞산 뒷산 헤맨 끝에 멋있는 소나무 한 그루 찜해 놓은 주말, 그날따라 눈이 왜 그리도 많이 내렸는지 발목이 잠길 정도다. 늦은 저녁 해거름에 산에 올라 잘생긴 소나무를 자른다. 그때는 산에 있는 소나무라도 베어버리면 범죄자가 된다. 죄를 지어서라도 크리스마스트리는 만들어 세워야 한다. 그것이 예수님의 성탄을 보다 더 멋지게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에서다.
리어커에 억지로 싣기는 했지만 눈 위에 난 바퀴 자국은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다. 한 친구는 운전대를 잡고 한 친구는 뒤에서 밀고 또 한 친구는 뒤따라오면서 바퀴 자국을 지워야 했다. 두려움과 설레이는 두근거림. 차가운 눈보라에 눈썹이 얼고 예배당 마당에 도착했을 때는 온몸이 땀 범벅이 되어 있다. 조개탄 난로가에는 김이 송송 피어오르고 친구들은 그제서야 마음을 녹이며 실컷 웃는다. 그해 크리스마스는 그야말로 메리 크리스마스였다. 그때 그 시절 친구들은 목사가 되고 하나님을 찬양하는 음악 감독이 되어 있다.
성탄 캐럴이 거리에서 사라진지 까마득하고 카드 하나 보내지도 않은지 오래다. 소나무 트리 자리에는 상품화된 더 멋있는 트리들이 반짝이 줄을 대신해서 크고 작은 전구로 반짝인다. 이때 친구들은 무엇이 되어 있을까? 크리스마스 씰(결핵퇴치를 위한 모금)은 전설이 되어있다.
크리스마스 CHRISTMAS가 X-MAS로 불려지더니만 X는 헬라어로 크시라 읽는데 그것을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번지수도 모르는 X가 되어버린 것이다. 성탄절이 사라지고 윈터 홀리데이(Winter Holiday)가 되었다. 어느 호텔에서 판매되는 케이크값이 자그마치 14만 원이라고 한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크리스마스인가? Happy Holiday For You. 당신을 위한 축제, 나만을 위한 축제를 벌이고 있다.
성탄절을 다시 주님께로 돌려드리자는 운동이 있어서 다행이다. 이참에 크리스마스 축제를 제대로 한 번 주님께 돌려드렸으면 한다. 나와 내 교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주님과 시민을 위한 축제로 펼쳐가기를 소망한다.
다윗의 별 되시는 주님 곁에 당신의 크고 작은 별들이 반짝거린다면 세상은 한결 더 밝아질 것이다. 어둔 세상에 빛으로 나타나신 주님의 별을 돌려드리는 성탄절이 되자! 여전한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빛이 되자. 당신이 보태주면 된다.
Winter Holiday가 아니라 Winter HOLY DAY 크리스마스를 위하여 스펠 하나를 다시 찾자!
진영식 목사
소리침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