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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문화

지혜가 필요한 때 코로나바이러스가 진정상태에 있는가 싶더니 갑자기 확산하여 세 자리 숫자다. 많은 사람이 오가던 거리에 태풍이 지나간 풍경처럼 고요하다. 상인들은 텅 빈 점포에서 손님을 기다리느라 목을 빼고 있다. 80~100nm(나노미터)로, 현미경을 통해 볼 수 있는 바이러스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발목을 잡은 현상이다. 뒤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귀금속 가게를 할 때다. 물질이 주는 풍부함으로 뒤돌아볼 이유를 망각하고 살았다. 두 아들은 건강하게 학업에 충실했고 가게에 손님도 많아서 부러울 게 없었다. 이런 환경에서 신앙생활은 교회 문턱만 들락거리는 형식에 치우친 행동이었고 하나님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저녁마다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정이 넘도록 고스톱도 쳤다. 남편이 불만을 말할 때마다 내 손님을.. 더보기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읽고 모든 사람들은 사망이라는 근본적인 페스트를 앓고 있다. 사망의 영향 아래에서 세상의 구조적 한계, 개인과 공동체의 능력의 한계, 자신을 향해 치우친 본성으로 인해, 우리는 서로 질병을 주고받기도 하고, 스스로 질병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페스트는 어떤 면으로는 항상 우리에게 머물러 있는 사망이기도 하고, 어떤 면으로는 그 사망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질병이기도 하다.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면 내 사랑하는 이들은 언제나 페스트로 신음하고 있었다. 그들이 앓았던 페스트는 때로는 가난이었으며, 때로는 불화였으며, 때로는 자기애(여기에서 기인한 자기혐오든, 교만이든지 간에)였고, 가끔은 좌절해버린 선의거나, 반대로 과도하게 충족되어버린 선의이기도 했다. 어머니로 물려받은 유전자였을까, 아니면 어머니.. 더보기
백마부대에서 만난 하나님(박창도) 꿈도 많고 일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고교시절. 나는 ‘카아네기’의 이생론을 읽고 기독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하여 스스로 교회에 나갔다. 그 후 입영하여 2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베트남 전쟁이 발발하던 1969년 10월 우리부대는 차출되어 월남으로 가게 되었다. 전쟁만큼이나 치열하고 혹독했던 무더위와 싸우며 하루하루 숨가쁘게 지나가는 와중에서도 나는 주일이면 부대내의 백마교회에 나가 성가대원으로 봉사도 하며 어엿한 신앙인 노릇을 하였다. 그러다 문득 지금의 신앙생활이 완고한 종가의 종손으로 부딪혀야 할 나의 처지와 가난하고 나약하게만 보였던 예수믿는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으로 억지로 이어가던 신앙에 대한 자세가 그만 느슨해지고 말았다. 찬양대도 한두번 빠지고 급기야 주일예배도 빼먹는 날이 많았다. 어느.. 더보기
배려하는 삶이 아름답다(김금만) 배려에는 온유, 인내, 겸손, 용납 같은 성품이 포함된다. 배려하는 삶이야말로 그리스도인이 갖춰야 할 참 모습이다. 나는 배려와 이해로 살아왔던가 자문해 본다. 내 중심적인 사고를 타인에게 강요하면서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일이 많았다. 부부간은 물론 형제 자녀 간, 친구 간에도 대화가 매끄럽지 못했다. 내 의견에 부합되는 정보만 선택해 궤변으로 내 편이 되기를 강요할 때도 있었다. 나의 주장에 반대되는 정보는 배척했다. 실체적인 진실을 애써 외면하고 듣고 싶고, 보고 싶은 것만 추구했다. 정보를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재해석하는 편향에 빠지기도 했다. 나를 옹호해 주는 의견은 귀에 쏙쏙 들어왔지만 반대되는 의견은 불편했다.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무자비한 잣대를 들이대려 했다. 이성이 아닌 감정적인 생.. 더보기
본향을 향한 여정(J.R.R. 톨킨의 '호빗'을 읽고) “신화와 같은 이야기 속에 돌킨과 루이스 모두는 그리스도를 이야기하고 있다.” 험한 여정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주인공 ‘빌보’처럼 본향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지만 이전의 빌보가 아닌 지혜와 용기, 겸손으로 나아가길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톨킨의 『호빗』은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처럼, 신화(myth)와 현실(reality)에 대한 이야기 모두를 담고 있다. 보이는 세계 이면에 존재할지 모르는 세계를 소개한다. 어쩌면 우리 또한 중간계를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톨킨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옛적 신화시대의 서사시로 가득한 숲을 지나고, 꿈 때문에 팔려갔던 요셉과 험난한 여정 후에 고향으로 돌아오는 야곱의 모험이 중첩된다. 우리 모두는 이야기에 속해 있다. 하나님은 이야기꾼이며, 『창세기』를 비.. 더보기
무지개 스러진 그 언덕에 올라(이창희) 더보기
고통의 문제에서 찾은 하나님의 은혜 개요: 드라마, 멜로/로맨스 | 영국 | 131분 개봉: 1995.04.01. 출연: 리차드 아텐보로안소니 홉킨스(C.S. 잭 루이스), 데브라 윙거(조이 그레샴) 등 등급: [국내]전체 관람가 이 영화는 나니아 연대기의 저자이자 변증론자였던 C.S.루이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잭은 옥스퍼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자로서 대중 강연에서는 ‘고통’에 대한 연설도 한다. 형과 평온한 일상의 보내던 그에게 미국의 여류시인 조이와의 사랑이 시작된다. 낯선 미국인과의 어색한 만남은 점점 발전하게 되면서 조이의 영국 시민권 획득을 위해 계약결혼을 한다. 하지만 진심으로 깊은 사랑임을 깨닫자 정식으로 청혼을 하고 다시 결혼식을 한다. 행복한 시간도 잠시다. 조이는 암에 걸려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한다. 수술을.. 더보기
태화강(강봉덕) 더보기
정돈해야 할 삼위일체론 이동영, 『송영의 삼위일체론』 (서울:새물결플러스,2017) 우리는 모두 삼위일체 하나님을 믿고 고백한다. 삼위하나님에 대한 이해는 기독교의 서고 넘어짐의 사활적인 문제이다. 신앙의 대상이신 하나님에 대한 바른 이해의 중요성을 두말해 무엇 하겠는가. 본서는 동방과 서방의 삼위일체론의 방법론적 접근에 대해서 깔끔하게 정돈하고 있고, 불필요한 오해들을 걷어내고 있다. 서방은 일체로 출발해서 삼위로 나아가고, 동방은 삼위에서 출발하여 일체로 나아간다. 서방은 동방이 종속론의 위험에 놓였다 오해했고, 동방은 서방이 양태론의 위험에 노출되었다고 우려했다. 이는 사실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상보적으로 바라보아야 할 내용으로 보고 있다. 평가보다 책 내용을 충실하게 요약하는 것이 더 큰 유익이라 판단되는 까닭에 장.. 더보기
발자크와 함께 독일에 온 김에 베를린은 한번 들렀다 가야지 싶었다. 함부르크를 떠나기 며칠 전, 우리는 급하게 뜻을 모아 인터넷으로 다음날 아침 6시30분 발 열차표를 예매했다. 갑자기 계획한 마지막 여정을 기대하며 새벽길을 나섰다. 초행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우리 모습이 긴장한 소부대 같았다. 중앙역에 닿았다. 전광판에는 아직 우리가 탈 베를린 행 열차의 선로번호가 뜨지 않았다. 출발 시간은 점점 가까워지는데, 우리 뒤차들의 번호가 먼저 떠오르기 시작했다. 속수무책 전광판만 뚫어지게 바라보며 안절부절못했다. 출발 십여 분 정도를 남겨두고 빨간 불빛만 깜빡거리던 전광판에 안내 글자가 떴다. ‘6시30분 발 베를린 행 열차 실패!’ 우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햐아! 입이 벌어졌다. 안내소를 찾아갔다. “아임 쏘리!”.. 더보기
[추천도서] <내 아이의 가능성을 믿어라> (애슐리 박) 경쟁하지 않고 꿈을 이루어 가도록 이끄는 하나님의 교육법 책 애슐리 박 지음 | 두란노서원 | 20.02.26. 출간 지난 연말에 은퇴를 하고 달라진 점, 아니 좋아진 부분을 말하라고 하면, 일단 많은 일로부터 벗어나서 여유로운 삶을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달리던 속도가 하루아침에 늦추어질 수는 없습니다만 스스로에게 속삭입니다. ‘좀 천천히 현역 속도에서 은퇴 속도로 떨어뜨리라’고 일러줍니다. 그래서 이제는 읽고 싶은 책을 하나씩 읽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지난 2월에 해외에 있을 때나 3월에 귀국해서나 책 읽기를 시작한 것은 은퇴 후 크게 달라진 모습입니다. 벌써 대여섯 권을 읽었습니다. 은퇴하면 읽으리라고 마음먹었던 책 가운데 하나가 정약용에 관한 책입니다. 그에 관한 채보식의 장편 소설 , 이.. 더보기
양탕국 홍 선생 그는 눈물의 둑이 터져버린 원인도 의미도 몰랐다. 그즈음 했던 일이란 하염없이 걷는 것뿐이었다. 머릿속은 텅 비었고 가슴엔 휑한 바람이 불어 한곳에 붙박여 있기가 힘들었다.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것도 가늠할 수 없어 눈물이 내는 길을 따라 걷기만 했다. 터진 눈물은 골목을 넘어 대로를 적시고 사직운동장을 뒤덮은 함성마저 삼켜버렸다. 세상은 아득한 물 속 같았다. 그 깊은 곳을 헤매다 집으로 돌아와 잠을 청하여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잠을 자는 중에도 눈물이 흘러 아내가 수건을 들고 곁을 떠나지 못했다. 수 개월이 흘렀다. 그날도 사직운동장을 몇 바퀴나 돌며 앞을 가린 눈물로 사람들에게 부끄러움조차 느낄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정수리를 치는 음성 하나가 번개처럼 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