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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문화/신앙에세이

배려하는 삶이 아름답다(김금만)

 

  배려에는 온유, 인내, 겸손, 용납 같은 성품이 포함된다. 배려하는 삶이야말로 그리스도인이 갖춰야 할 참 모습이다. 나는 배려와 이해로 살아왔던가 자문해 본다.

 

 내 중심적인 사고를 타인에게 강요하면서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일이 많았다. 부부간은 물론 형제 자녀 간, 친구 간에도 대화가 매끄럽지 못했다. 내 의견에 부합되는 정보만 선택해 궤변으로 내 편이 되기를 강요할 때도 있었다.

 

  나의 주장에 반대되는 정보는 배척했다. 실체적인 진실을 애써 외면하고 듣고 싶고, 보고 싶은 것만 추구했다. 정보를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재해석하는 편향에 빠지기도 했다.

 

  나를 옹호해 주는 의견은 귀에 쏙쏙 들어왔지만 반대되는 의견은 불편했다.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무자비한 잣대를 들이대려 했다. 이성이 아닌 감정적인 생각이 앞서 객관적인 판단이 흐렸다. 의견과 지식을 그대로 상대방에게 전달하려고 하는 나쁜 습성이 나를 괴롭혔다.

 

  반대편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마음먹었다. 우선 상대방의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알고자 대화를 나누었다. 나의 생각이 항상 옳지만은 않았음을 성찰했다. 사람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그들의 의견도 경청했다. 편협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러 시도를 해보았다. 오류에 빠졌던 것이 후회되었다.

 

  나이 들수록 배려심이 부족해지는 것이 걱정된다. 남을 배려하거나 마음을 나눌 줄 몰랐다. 나누며 베푼다는 말은 시대에 맞지 않는 가치로 여겼다. 배려는 만기가 없는 예금이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 얻은 결과였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있는 삶을 살아야 함을 터득했다. 조금은 성숙해진 삶의 태도이리라.

 

  하루생활에서 맞닥뜨리는 작은 배려들이 모여 삶을 풍족하게 한다. 행복, 즐거움, 성공 등이 모두 이 속에 있었다. 내게 주어진 일을 하면서 주변사람들을 배려하니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었다.

 

  배려가 없어 주변사람을 곤혹하게 하는 사례가 많은 걸 볼 수 있다. 다중시설에서 TV채널을 마음대로 돌리거나, 출입문을 닫을 때 뒷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꽝’하고 닫아 깜짝 놀라게 할 때, 주차장에 그어 놓은 차선을 무시하고 차를 세워 다른 차를 세울 수 없도록 하거나, 밤늦게 세탁기를 돌려 다른 사람의 안면을 방해하는 것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러한 것은 조금만 배려를 하면 얼마든지 시정할 수 있다. 대중생활에서는 언제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지 살펴야 한다. 남을 먼저 배려할 때 우리의 주변은 훈훈한 정이 넘치고 삶이 풍요롭다.

 

  나의 배려하는 마음은 다른 생각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했다. 배려와 성공, 배려와 사랑, 배려와 우정 등은 조화가 어려울 것처럼 얼핏 여겨진다. 그러나 작은 배려가 쌓여 주변을 변화시키는 동력이 된다.

 

  주변사람에 대한 배려의 마음이 부족했을 때는 물질이 앞섰다. 하지만 배려의 마음이 커지니 물질보다는 마음이 앞섰다. 배려심은 생활의 기쁨을 배가 시켰다. 생각해 보니 주변의 많은 사람이 나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나의 안녕을 위해 기원하는 이웃이 많음도 알았다. 배려는 마음을 열게 하고 내면의 상처를 감싸줬다.

 

  ‘기브 앤 테이크’처럼 준만큼 다 받으려 하면 추해진다. 가정과 친구사이에도 금이 갔다. 배려심을 넓히고 성품을 공부하니 물질적이 부자는 못되어도 마음의 행복은 얻을 수 있었다. 오늘도 배려를 실천하기 위해 상대방의 말을 경청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에 사소한 배려일지라도 일파만파의 효과를 부른다. 자신을 낮추는 만큼 상대방의 속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술이 생긴다.

 

  내가 배려하는 마음이 컸을 때는 상대방이 편안하고 즐거워했다. 반면에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행동은 상대방을 불편하고 괴로운 처지에 빠지게 했다. 행복과 즐거움이 배려 안에 있었다. 배려심은 상대방의 다른 생각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나와 비슷하면 말도 잘 통하고, 잘 이해하고, 쉽게 친해진다. 반대로 누군가가 너무 거슬리면 함께 어울리기 힘들어한다. 사람의 마음이란 너무나 깊고도 넓어서 때로는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누구나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배려하는 마음은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한다. 인간관계에 기름칠을 할 수 있는 배려는 세상사는 의미를 깊게 만든다. 시간은 한 번 지나가면 돌아올 수 없기에 더욱 아름답고 아쉽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을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희망을 만들고, 우리의 배려가 필요한 이웃이 누가 있는지 생각해 보자.



김금만 집사
남목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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