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독문화/신앙에세이

지혜가 필요한 때


  코로나바이러스가 진정상태에 있는가 싶더니 갑자기 확산하여 세 자리 숫자다. 많은 사람이 오가던 거리에 태풍이 지나간 풍경처럼 고요하다. 상인들은 텅 빈 점포에서 손님을 기다리느라 목을 빼고 있다. 80~100nm(나노미터)로, 현미경을 통해 볼 수 있는 바이러스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발목을 잡은 현상이다. 뒤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귀금속 가게를 할 때다. 물질이 주는 풍부함으로 뒤돌아볼 이유를 망각하고 살았다. 두 아들은 건강하게 학업에 충실했고 가게에 손님도 많아서 부러울 게 없었다. 이런 환경에서 신앙생활은 교회 문턱만 들락거리는 형식에 치우친 행동이었고 하나님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저녁마다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정이 넘도록 고스톱도 쳤다. 남편이 불만을 말할 때마다 내 손님을 만들려면 어울려야 한다는 구실을 대며 나날을 그렇게 보냈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남편의 권유에 이끌려 새벽기도에 참석했다. 설교는 허랑방탕하게 생활하는 나를 두고 한 말씀이었다. 다음, 그다음도, 교회로 끌어들이기 위한 목사님과 짠 작전처럼 느껴졌다. 남편이 결백을 주장하며 신앙생활에 충실해지길 요구할 때마다 어깃장을 부리며 세상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거짓말 같은 일이 일어났다. 열 번이면 일곱, 여덟 번은 따던 돈이 내 곁을 떠나기 시작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 삼, 사만원은 큰 액수였다. 잠자리에 들면 천장에 화투장을 펼치고 작전을 세우고 세워도 매한가지였다. 잃은 돈을 되찾기 위해 시간을 늘리며 미련한 짓은 계속되었다. 


  하나님은 여러 번 권고에도 듣지 않으면 사랑의 매를 드신다. 그때 우리 집 구조는 가게, 방, 부엌 순으로 일자형이었다. 부엌에서 밖으로 이어지는 곳이 없어서 가게 문으로 출입했다. 밤에 나갈 때는 셔터에 자물통을 채우고 들어오면 갈고리를 걸었다. 그날은 늦게까지 잃은 돈을 되찾으려고 신경을 쓴 때문인지 허리를 굽혀 갈고리 걸 일이 귀찮아서 걸지 않았다. 변두리 지역이라 가호 수는 많아도 언니 동생처럼 지내고 십여 년 동안 무탈했기 때문에 걱정 없이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가게 문을 열기 위해 가게에 발을 디디는 순간 깜짝 놀랐다. 아니, 정신이 혼미했다는 표현이 적절하리라. 셔터는 반쯤 올라있고 진열장 안은 텅 비어있었다. 밤손님의 짓이었다. 결혼생활 15년 동안 모은 모든 재산이 사라진 순간이었다. 하나님의 뜻이라면 눈도 멀게 하고 귀도 막는다더니 가게와 침실은 문 하나 사이인데 전혀 몰랐다. 남편은 화를 참는 기색이 역력하더니 체념하듯 교회로 향했다. 그때서야 깨달은 미련한 나도 남편 뒤를 따랐다.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를 발표했다. 절박한 시점이다. 88올림픽 때 단합된 모습으로 세계 곳곳마다 우리의 위상을 보여주었듯이 우리의 단결된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이미 우리나라 코로나 19 대처 능력이 뛰어나다고 각 나라에서 대한민국 방법을 인용하고 있지 않은가. 어떤 회복기에 있는 사람은 치료 후에도 심각한 부작용을 알리며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주의할 것을 호소하기도 한다. 


  코로나 19를 통해 의료진들 마음속에 잠재해 있는 천사의 모습을 보았다. 더운 날씨에 겹겹이 가운을 입고 환자를 돌보는 일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내 일처럼 환자를 돌보다 감염되어 운명한 의사들도 있지 않은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혼신을 다하는 이들이야말로 천사가 아닐까. 따뜻한 감사의 편지라도 보내는 일이 우리가 할 일이다.  


  코로나 19를 처음 접했을 때보다 지금이 더 청결에 유의하며 방어벽을 쳐야 한다. 바이러스의 변종과 무증상 출몰로 언제, 어떤 사람에게 전염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나처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미련한 자가 아닌 때때로 뒤 돌아보며 지혜로운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김용숙 집사
산돌교회

'기독문화 > 신앙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 끝에서  (0) 2020.12.15
자화상  (0) 2020.10.07
백마부대에서 만난 하나님(박창도)  (0) 2020.08.10
배려하는 삶이 아름답다(김금만)  (0) 2020.08.10
발자크와 함께  (0) 2020.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