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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문화/이종인 목사와 이 달의 책

우리는 무엇을 기다리는가? 19세기는 낭만의 세기였다. 기술 문명이 세상을 유토피아로 만들 것이라는 기대로 가득한 시기였다. 하지만 20세기 초에 드리운 잔혹한 전쟁과 인간의 악마성은 회의와 좌절의 세기로 만들었다. 기대하던 희망이 상실된 절망은 인간실존에 큰 타격을 미쳤다. 인간은 현재만을 살지 않기 때문이다.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고 희망하는 미래를 기다리면서 살아야, 의미 있는 현재를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좌절과 무의미 속에서 실존적 권태와 지겨움에 사로잡힌 인간군상을 사무엘 베케트(Samuel Barclay Beckett)는 그려낸다. 저자 사무엘 베케트는 1906년 4월 13일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 근교 폭스로크에서 출생했다. 유복했던 개신교 가정에서 자랐지만, 부모들은 엄격한 청교도들로 검소하고 금욕적인 교육을 .. 더보기
[9월의 책『모모』] 나에게 시간이란 무엇인가? 『모모』는 판타지소설 작가 미하엘 엔데(Michael Andreas Helmuth Ende)의 작품 중에 가장 사랑받는 저작이다.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동화로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물론 성인들에게도 자극과 반향을 불러왔다. 시간에 대한 걸작으로 성인들에게도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있는 명작이라 할 수 있다. 모모라는 주인공과 친구들을 통해 우리에게 시간이 무엇인가를 묻게 한다. 모모와 친구들은 회색 신사의 방문을 받은 후 돈을 벌기 위해, 보다 높은 생산성을 위해 시간을 아끼고 쪼개면서 따뜻했던 우정과 감정을 잃어간다. 따뜻하고 포근했던 관계는 시간에 쫓기면서 사막처럼 삭막하고 차갑게 변해버린다. 모모는 호라 박사와 반시간을 미리 내다보는 거북이 카시오페이아의 도움으로 회색신사들을 물리치고 예전처럼 행.. 더보기
사막같이 뜨거운 여름에 만난 어린왕자 부부관계, 부모와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를 그려낸 명작 “관계파괴의 사막에서 벗어나는 탈출구”는 “순수함의 회복”이다. 『어린왕자』가 출간 된 지 75년이 지났다. 생각보다 나이를 많이 먹은 셈이다. 하지만 여느 고전들에 비하면 젊은 편이라 할 수 있다. 100년이 되지 않은 책이『성경』다음으로 많은 나라에 번역, 유포되고 애독되는 경우는 드물고 독보적이라 할 만하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열린 개방성을 지녔지만, 곱씹어 갈수록 의미심장한 생각과 삶을 성찰하게 한다는 점에도 만인의 애독서가 되고 있다. 100년이 더 흘러도『어린왕자』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고전으로 우리 곁을 지키고 있으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1941년 여름 LA의 한 병원에서 외로운 상황에 머물렀던 생텍쥐페리의 착안에서.. 더보기
미래의 빛 아래 오늘을 사는 순례자 미혹의 세태 속 필요한 바른 해석과 정돈! “성도들이 쉽게 접근하고 읽어낼 수 있는호소력 있는 설교” Covid-19 이후로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미래학자들이 예상했던 먼 미래의 일이 지금 우리가 머무는 삶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다. 재난적인 변화 앞에 많은 이들은 당혹해하고, 일부의 사람들은 변화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산업과 삶의 구조를 바꾸어가는 일로 분주하다. 태풍이 바람의 강도를 더해가듯 변화의 바람도 점점 거세어지고 있다. X세대를 시작으로 Z세대로 가속화된 전환은 기존 교육의 패러다임을 전복시켜가고 있고, 직업과 일터를 전혀 새롭게 재구성해나가는 중이다. 저축으로 미래를 설계하던 시대는 아득히 저물어 버렸고, 노후를 위한 연금과 투자, 미래설계로 변화에 적응하느라 애쓰고 있다. 변화의 바람이.. 더보기
[6월의 책] 삼형제의 삼색 인생관 한 지붕에서 자라고 같은 밥을 먹었던 형제라도 인생관은 각각이다. 한 배에서 나왔는데 이리 다를 수 있나 싶을 때도 많다. 재야 역사학자 이덕일씨가 풀어가는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의 삶에서 각기 다른 삼형제의 인생관을 보게 된다. 책의 배경은 조선시대 정조가 통치하던 때로, 천주교인들에 대한 탄압과 살육 그리고 유배라는 혹독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본서는 2권으로 총 13부로 구성되어 역사적 흐름을 따라 이야기를 풀어간다. 1장에서는 정약용이 자신의 매형인 이승훈과 이벽(최초의 조직교회의 지도자)을 통해서 천주교에 접촉하게 된다. 2장에선 정조가 노론의 견제세력을 위해 남인들을 등용하려 할 때 눈에 띄었다. 하필 이때 을사주초사건, 즉 천주교가 조정에 의해서 발각되는 사건이 터지고, 천주교는 대부분.. 더보기
멈추지 않는 구원의 역사 “성경 안에 있는 다양한 사실들이 지닌 일관성과 연결된 지점들을 마치 그림처럼 선명하게 드러내” 며칠 전, 본서의 출간을 기념하여 신학포럼이 열렸고 대담 진행을 맡았다. 역자와 더불어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누었고, 누린 유익이 적지 않다. 스킬더의 설교는 특별하다. 성경을 보는 시선과 통찰력, 우리 모두를 말씀 앞에 서는 법을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종합하고 상상하는 능력에 은사가 있었던 스킬더는 성경 안에 있는 다양한 사실들이 지닌 일관성과 연결된 지점들을 마치 그림처럼 선명하게 드러낸다. 그의 설교와 저작들은 당시의 젊은 목사들을 중심으로 학파까지 형성하게 만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는 언어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던 인물이다. 문학적이고 때로는 시적일 뿐 아니라 당대의 철학과 사상, 역사에 정통했다. 2.. 더보기
그 사람, 츠빙글리! 2015년 4월, 가족이 함께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교회사역 14년차에 허락된 한 달간의 휴식을 알차게 빚어내기 위해 16세기 유럽에서 일어난 종교개혁의 역사적 현장을 찾아 나섰다. 도착한 첫 날 비텐베르크를 시작으로 루터의 역사를, 스위스 취리히를 시작으로 츠빙글리의 역사를 답사했다, 그의 생가를 찾아 나섰고, 47세의 젊은 나이에 카펠 전투에서 목숨을 잃어 생을 마감했던 무덤까지 찾아갔다. 1519년 1월 첫 주, 그로스뮌스터 교회에서 마태복음 강해를 시작으로 스위스 종교개혁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바써교회 앞에 성경을 안은 채, 장검을 쥐고 우뚝 선 그의 동상에서 철저하게 말씀으로 시대와 씨름했던 그의 삶을 생각했었다. 신학석사과정(Th.M)과정에서 칼뱅의 성찬에 대한 논문을 써내려가며, 츠빙글.. 더보기
하나님을 예배하는 삶 한국교회가 앓고 있는 가장 뼈아픈 영지주의 이원론에 대한 꼼꼼한 처방! 목적지와 방향을 모르는 걸음은 고생을 부른다. 10여 년 전 일이다.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산을 만만하게 보고 올랐다가 고생한 경험이 있다. 물과 음식을 비롯한 기본적인 준비조차 없어 고생했던 아픈 기억이다. 등산화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바위 많은 관악산에서 혼쭐 난 적도 있다. 짧은 여행에서의 잘못은 바로잡으면 그만이고, 시행착오는 교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신앙 노정에서 방향을 잃거나 탈선하게 되면 심한 후유증을 남기는 경우를 여럿 보았다. 신앙은 곧 삶이요, 인생이기에 잘못된 방향은 인생을 좀먹는 무서운 질병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식, 어떤 방향을 따라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 더보기
은혜의 복음에 기초한 삶 1월의 책 마이클 호튼 지난해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복병 코로나로 인해 일상이 멈추어지는 경험을 했다. 숨차도록 분주했던 삶을 돌아보며 인생 전체를 숙고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삶이 멈추어지고 비상이 걸린 곳은 요양병원과 식당, 카페만이 아니었다. 교회역시 한 식탁에 둘러 앉아 먹고 마시며, 말씀과 삶을 나누던 교제가 중단되었다. 흩어진 식구들은 가정예배로, 영상예배로 강제된 디아스포라와 같이 예배와 삶을 꾸려야 했다. 코로나는 아직 진행 중이며 새해와 봄날도 삼킬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로 인해 변화된 현실의 위기는 달리 보면 기회가 되기도 한다. 영원한 생명과 직결된 복음에 대한 바른 이해와 교회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 신앙의 계대를 이어가야 하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까지 건실하게 새롭게 세워갈.. 더보기
블레스 파스칼 『팡세』를 권하며, 생각하는 갈대 39년의 짧은 생을 살다 간 천재학자 파스칼. 오동통하게 귀엽게 살이 오를 3세 때 엄마를 잃고 아버지의 손에서 성장해야 했다. 파스칼의 천재성은 어리시절부터 드러났는데, 16세에 『월뿔곡선 시론』을 썼고 19세에는 계산기를 고안해냈으며, 24세에『진공에 관한 새로운 실험』을 출판했다. 1748년에는 『유체의 평형에 관한 대실험담』을 간행하는 등 그의 천재성은 수학과 물리학에서 두드러졌다. 파스칼의 관심은 수학과 물리학에 그치지 않았다. 그의 보다 궁극적이고 깊은 관심은 과학적 문제보다는 인간실존과 신앙의 문제였다. 1651년 아버지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누이 자크린느가 포르 르와이알 수도원의 수녀로 가입했을 때, 그도 역시 수도원의 객원으로 참여했다. 1654년의 깊은 감동 속에 회심을 경험하게 되.. 더보기
단테와 함께 떠나는 여행 “내세에 대한 묘사의 방향을 설정하는 기념비적인 작품” “신학과 인문학을 아우르는 역작” “인간 내면과 정신에 깊이 잠복해 있는 악의 가능성을 탐색해 가는 도전과 시도로 살펴나간다면 유익을 얻게 될 것” 누구나 한 번 즈음은 내세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으리라. 고전들 중 다수에서 영혼과 내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그려내는 풍경과 모습들은 저마다 다르지만 명확한 그림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단테의 『신곡』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여러 부분 공감할 순 없어도, 『신곡』은 이후의 내세에 대한 묘사의 방향을 설정하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잘 아는 대로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 1265-1321)다. 이탈리아의 부요한 도시 피렌체에서 출생했고, 그의 작품은 피렌체의 역.. 더보기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읽고 모든 사람들은 사망이라는 근본적인 페스트를 앓고 있다. 사망의 영향 아래에서 세상의 구조적 한계, 개인과 공동체의 능력의 한계, 자신을 향해 치우친 본성으로 인해, 우리는 서로 질병을 주고받기도 하고, 스스로 질병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페스트는 어떤 면으로는 항상 우리에게 머물러 있는 사망이기도 하고, 어떤 면으로는 그 사망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질병이기도 하다.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면 내 사랑하는 이들은 언제나 페스트로 신음하고 있었다. 그들이 앓았던 페스트는 때로는 가난이었으며, 때로는 불화였으며, 때로는 자기애(여기에서 기인한 자기혐오든, 교만이든지 간에)였고, 가끔은 좌절해버린 선의거나, 반대로 과도하게 충족되어버린 선의이기도 했다. 어머니로 물려받은 유전자였을까, 아니면 어머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