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읽고
모든 사람들은 사망이라는 근본적인 페스트를 앓고 있다. 사망의 영향 아래에서 세상의 구조적 한계, 개인과 공동체의 능력의 한계, 자신을 향해 치우친 본성으로 인해, 우리는 서로 질병을 주고받기도 하고, 스스로 질병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페스트는 어떤 면으로는 항상 우리에게 머물러 있는 사망이기도 하고, 어떤 면으로는 그 사망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질병이기도 하다.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면 내 사랑하는 이들은 언제나 페스트로 신음하고 있었다. 그들이 앓았던 페스트는 때로는 가난이었으며, 때로는 불화였으며, 때로는 자기애(여기에서 기인한 자기혐오든, 교만이든지 간에)였고, 가끔은 좌절해버린 선의거나, 반대로 과도하게 충족되어버린 선의이기도 했다. 어머니로 물려받은 유전자였을까, 아니면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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