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독문화/이종인 목사와 이 달의 책

멈추지 않는 구원의 역사

 

 

“성경 안에 있는 다양한 사실들이 지닌 일관성과 연결된 지점들을

마치 그림처럼 선명하게 드러내” 

 며칠 전, 본서의 출간을 기념하여 신학포럼이 열렸고 대담 진행을 맡았다. 역자와 더불어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누었고, 누린 유익이 적지 않다. 스킬더의 설교는 특별하다. 성경을 보는 시선과 통찰력, 우리 모두를 말씀 앞에 서는 법을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종합하고 상상하는 능력에 은사가 있었던 스킬더는 성경 안에 있는 다양한 사실들이 지닌 일관성과 연결된 지점들을 마치 그림처럼 선명하게 드러낸다. 그의 설교와 저작들은 당시의 젊은 목사들을 중심으로 학파까지 형성하게 만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는 언어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던 인물이다. 문학적이고 때로는 시적일 뿐 아니라  당대의 철학과 사상, 역사에 정통했다. 2차 대전과 나치의 박해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하나님만을 두려워했던 그 시대의 강심장이기도 했다. 설교의 편편이 프로파일러의 시선처럼 성경전체의 조망아래 본문이 가지는 의미를 셜록 홈즈가 사건들 추리해 나가듯 독자들을 이끌어간다. 흥미진진한 그의 설교를 읽어가는 일은 기쁜 일이다. 익히 알고 있다고 여겼던 사건과 이야기가 이토록 구속사적 깊은 의미를 지녔다는 사실에 적잖게 놀랐다. 


  스킬더 설교의 핵심은 ‘구원의 현재성’이다. 하나님의 구원의 손길은 성경이야기에서 멈추지 않았으며, 설교를 통해 전달하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사망을 깨뜨리고 생명을 일으키신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타락한 인류에게 구원의 약속을 주신 하나님은 약속대로 이 땅에 오셨고, 대속의 십자가를 지셨다. 부활하시고 통치하시는 그리스도께서 바로 오늘, 설교가운데서 일하시고 죽은 자를 산 자로 일으키신다. 성경에 기록된 역사와 인물들에게 한정되지 않고, Covid-19로 힘겨운 2021년의 봄날에도 변함없이 전진중이다. 설교는 여전히 진행되는 구속사의 현재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그의 설교에서 강조하는 또 다른 하나는 그리스도의 삼중직에 대한 강조이다. ‘예수’가 구원자의 뜻을 가진 이름이라면, ‘그리스도’는 ‘기름 부음을 받았다’는 뜻으로 주님께서 행하시는 직무를 뜻한다. 구약시대 기름부음 받은 세 가지 직분, 즉 선지자, 왕, 제사장이라는 세 가지 직무를 수행하시는 분으로 일관되게 설명해 나간다. 주님은 모든 율법에 능동적으로 순종하셨다. 순종의 최절정인 십자가에서 죽음을 당하시는 순종을 자발적 순종으로 표현한다. 직분자이신 주님의 짧은 표현과 행동 하나까지 세밀하게 추적해 나가고 있다. 


  스킬더는 복음을 ‘문화적 힘(cultural power)’이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성도의 삶은 내면적 신앙생활로 국한되지 않으며 매일의 삶과 일터, 학교와 모든 영역에서 드러내는 힘이다. 머리되신 그리스도께 속한 그리스도인들, 성도들은 복음을 소유하고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모두 주님으로부터 분여 받은 사명을 이행하는 동역자들이다. ‘한 치도’라는 강조된 그의 표현에서 세상의 모든 영역에 대한 주권이 주께 있음을 강조한다, 강단에서 선포되는 복음의 설교는 곧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문화를 형성하는 힘이다. 강단 없는 성도의 삶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의 설교를 읽어가다 보면 적용이 따로 보이지 않는다. 현대 설교학에서 그토록 강조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적용이 약하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사실은 스킬더처럼 적용을 강조한 설교자도 드물다. 그에게는 설교가 곧 적용이기 때문이다. 말씀묵상, 기도, 전도하라. 올바로 살라는 몇 가지 훈화로 환원되는 적용이 아니라 성경의 본문을 드러냄으로 우리를 말씀 앞에 세운다. 객관적인 말씀이 풀어지면서 우리가 처한 상황과 우리의 방위를 드러내고, 주님께 대한 순종으로 실존적 결단을 하도록 만든다. 하나님의 밀씀 앞에 피할 곳이 없도록 만든다. 


  그의 설교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 위치를 보게 만든다. 태초의 조명아래서 종말론적 기대를 가지고, 구속사적 종말을 선취하는 역사적 현장이 되게 만든다. 다시 말해, 설교를 듣는 지금, 이곳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구속사의 현장이 되게 한다. 태초와 종말을 관통하는 관점은 현실에 매몰되기 쉬운 우리를 건져낸다. 태초에서 시작되어 종말을 향해 나아가는 순례자로 살아가는 소망으로 가슴 벅찬 걸음을 지속할 힘을 공급 한다. 마주한 현실과 씨름하며, 실패하고 넘어지는 자신을 보며 절망하던 데서 건져내어 승리하신 그리스도에게로 우리의 시선을 들어 올리게 한다. 


  설교의 주체는 목사가 아니다. 보좌에 계신 유일한 중보자이신 주님이다. 그러나 목사의 역할은 중대하다. 설교는 그리스도의 구속사에 참여하는 일이다. 목사의 영광은 여기에 있다. 더불어 설교는 성도들이 누려가야 할 중요한 부분이며, 함께 동참하여 즐겁게 누려가야 한다. 설교는 세상의 그 어떤 사상과 세계관이 주지 못하는 하나님의 구속사의 명징한 전망을 전달하는 능력이요, 생명으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하나님의 선물이다. 보물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