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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문화/신앙에세이

[7월의 산책] 선암 호수공원에서 기도의 길을 청포도가 익어가는 7월이다. 선암동 호수공원을 찾아가본다. 공원 진입로의 동네가 어수선함이 일상 같다. 그 동네만의 분위기가 묘하다. 사람 살지 않는 곳이 없다는 것을 도심 속에서 느끼다니 왠지 곧 사라질 것만 같은 그런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오래 볼 수 있었으면 싶다. 공원은 호수를 낀 둘레길로 감싸여있다. 둘,셋, 넷도 좋지만 혼자 걸어도 혼자가 아닌 길. 여름 작열하는 태양도 아랑곳없이 사람들로 북적이는 길이다. 하지만 호수가 뿜는 물 냄새, 낮은 동산에서 내려오는 싱그러운 나무 냄새를 느끼노라면 함께 한 친구들도 서로 조용해지는 산책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선암호수공원의 대표적 관광소라고 해야 할까. 겨우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교회와 성당과 절이 있기 때문이다. 각자의 신앙을 가.. 더보기
삶의 찬가 삶이란 어떻게 의미를 내려야 할까? 내면의 세계와 외면의 삶이 어느정도 밸런스를 갖추고 살 수 있다면, 그것을 성공적인 삶이라 할 수 있을까? 그러나 각자 자기 가치를 기준으로 흡족도를 추구한다면 그 목표와 결과는 아주 달라지게 될 것 같다. 나는 그 가치관을 창조주 하나님의 ‘창조’ 속에서 찾으려고 한다. 과학적이며 예술적인 하나님의 품속에 살아가면서, 그분을 찬양할 수밖에 없는 삶의 찬가를 내 삶의 주제로 삼고 싶다. 그렇다. 삶 속에는 기쁨과 한숨, 욕심과 실패, 오열과 절규로 가득 차있다. 마치 폭풍처럼, 계절풍처럼 우리를 강타해오고, 사라져가고, 다시 오고. 한 사이클, 한 사이클, 삶의 연속 속에서 우리는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모든 역경을 이기며 승화시킬 수 있는 힘도 사람.. 더보기
[6월의 산책]산대공원의 장미원으로 공원은 참 근사한 곳이다. 자연이 사람을 둥글게 둥글게 안아주는 듯한 장소. 그곳에 있으면 나무가 되고 풀이 되고 열심히 길을 가는 벌레도 되어본다. 그곳에 들어서면 총총거리고 비비대던 삶을 무장해제 시켜놓고 실컷 입 벌려 하늘과 땅과 함께 웃다 올 수도 있다. 5월, 가정의 달에 가족이 함께하는 드넓은 마음 같은 공원. 울산대공원에 들러 특히 여름에 제격인 장미원에 들러보라. 대공원 남문에 들어서서 왼편으로 조금만 가면 국내 최대의 장미정원이 펼쳐져 있다. 셀 수 없는 장미들이 만발한 그곳은 마치 하나의 행성 같다. 해를 따라 돌다 연례적으로 이 지구에, 이즈음 이 계절에 도착한다. 우리 살아가는 이 울산 땅 대공원 한 켠에 이른다. 263종 5만5000본의 장미를 데리고 온 장미행성과의 만남은 5월에.. 더보기
43년 전 어느 날의 약속 봄과 여름 사이에 곱게 자리한 싱그러운 오월이었다. 때 묻지 않은 푸른 잎 새들이 바람에 나부끼고, 상쾌하면서 생동감 있는 봄의 정취는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토요일 오후였다. 거실에서 내려다보이는 곳에 아기자기한 놀이터와 작은 공원이 있었다. 재잘재잘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쟁그럽게 창문을 두드렸다. 그 소리에 끌려 문을 열고 내다보았다.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며 뛰어노는 여자아이들의 모습이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고, 먼빛 속에서도 흐뭇해하는 엄마들의 미소가 한 폭의 그림처럼 내 가슴으로 파문이며 왔다. 다소 거칠게 뛰어노는 남자아이들에게 손사래를 치면서도 엄마들은 모두 행복이 넘쳐나 보였다. 한들거리는 바람에 연초록 잎새는 그네를 타는 듯했고, 난만한 화음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밀려가는 오월이 공원……... 더보기
스테비아 볕 좋은 오후, 친정집 거실 유리창과 일체가 되어 펼쳐진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산마루의 양털 구름은 두둥실 배영을 하고, 겨우내 움츠렸던 새들은 접영 중이다. 봄 햇살에 초록 들녘은 종일 넘실댄다. 고개를 돌려 내다보면 오른쪽 끝자락에 텃밭이 보인다. 부모님이 새벽마다 내다보며 보통 정성을 기울이는 것이 아니다. 작물들의 임무는 우리 가족의 건강과 아이들의 정서 함양이랄까. 요즘 아이들은 온라인 학습터에 노출될 기회는 잦아졌지만, 자연의 터를 접할 기회는 거의 없다. 그래서 주말만이라도 땅의 숨결을 느끼며 감정적 허기를 채워주려 함께 텃밭으로 향한다. 아이들은 지주 마냥 푸른 천막을 자연스레 걷어내고 각종 농기구를 꺼낸다. 수확 시기는 텃밭이나 사람이나 누구에게든 절정기이다. 깊숙이 숨어있는 굵고 .. 더보기
내 눈의 들보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마태복음 7장3절 얼마 전 은행직원과 마음 상하는 일이 있었다. 가게에서 거래하는 카드 입출금과, 각종 공과금의 자동이체를 담당하는 거래 은행이다. 거리가 가까운 관계로 잠깐씩 가게를 비우고 은행에 가서 일을 보고 올 때가 많다. 그날도 공장에 송금할 일이 있어서 가게를 비운 채 은행에 갔다. 점심 교대 시간이어서 직원이 두 명 뿐이었는데 한 직원은 ATM 기기를 손보는 중이었다. 창구에 있는 직원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 지점이 생길 때부터 거래를 했기에 순환 근무를 하는 직원들은 모두 알고 지내는 터였다. 신입사원인가 생각하며 일처리를 기다렸다. 사무실에 전화벨이 울렸다. 그 직원이 전화를 받아 응대하고 끊었다... 더보기
절대음감 절대음감이라는 매력적인 능력이 내겐 없다. 기타를 삼십 년 정도 쳤다면 눈 감고도 몇 곡은 연주할 법도 한데. 기타 코드가 친절하게 표시되어 있는 악보가 눈앞에 있어야만 겨우 칠 수 있으니 연주라고 할 것도 없다. 노래 부를 때 곁들이는 반주에 지나지 않는다. 기타를 배운지 삼 년쯤 되었던 고등학교 때였다. 친구가 클래식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클래식 기타로 음을 하나하나 짚어가는 연주곡을 연습했다. 일 년이 지났을 때 나는 여전히 기타 코드를 쫓아가며 반주만 열심히 하는 반면 친구는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에릭 클립튼의 ‘Tears in heaven’을 멋지게 연주하는 것이었다. 곁눈질로 보니 타브 악보가 보였다. 기타 운지법이 그대로 그려진 타브 악보라면 나도 금세 연주라는 것을 할 수 있을 것만 .. 더보기
곤고할 때(김용숙) 귀금속 가게를 할 때다. 물질이 주는 풍요로움으로 되돌아볼 이유를 망각하고 살았다. 두 아들은 건강하게 학업에 충실했고 가게도 원활하게 돌아가서 남부러울 게 없었다. 이런 환경에서 신앙생활은 교회 문턱만 들락거리는 형식에 치우친 행동이었고 종교에 대한 의미보다 가게 운영에 치중했다. 저녁마다 친구들과 모여 자정이 넘도록 고스톱도 쳤다. 남편이 불만을 보일 때마다 내 손님을 만들려면 어울려야 한다는 구실을 대며 나날을 그렇게 보냈다. 어느 날 남편은 나의 행동이 부질없는 짓이라며 닦달하는 바람에 새벽예배에 참석했다. 설교는 아버지의 뜻을 어기고 집을 나간 아들이 허랑방탕하게 지내다 궁핍하여지자 다시 아버지를 찾는 내용이었다. 나에게 들어보라는 식 설교가 마치 남편과 목사님이 짠 것처럼 느껴져 기분이 나빴다.. 더보기
강 끝에서 오토마센 마을에 저녁이 온다. 오렌지빛 지붕위로 잿빛 굴뚝 속으로도 석양이 기어들고 주먹만한 수국들이 울타리 안으로 고개를 숙인다. 여행을 온 지 어느덧 한 달. 아무 일을 하지 않았다는 불안감을 떼려고 길을 나선다. 하필 청색 남방을 펄럭이며 훌쭉한 배낭을 메고 달려가는 한 사람이 보인다. 혹시, 내 안의 좀머 씨인가. 딱 필요한 만큼의 버터 발린 빵과 혹시 내릴지도 모를 소나기 대비용 우비 한 벌이면 족했던 그는 아직도 무엇이 그리 불안하여 저리 급히 뛰고 있을까. 2차 대전 후 독일이 놀라운 경제성장으로 선진국 대열에 우뚝 섰지만 끊임없이 움직여야 살아있음을 느끼는 전쟁세대 좀머, 아니 어쩌면 좀머 씨의 후예일지도 모를 저 사람을 따라 딸과 나도 잽싸게 걸어본다. 강이 나타난다. 커다란 돌멩이들의 .. 더보기
자화상 오랜만에 집에 들렀다. 현관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아버지는 내 손을 잡고 안방으로 끌어당겼다. 어린애마냥 환한 웃음을 지으며 장롱에서 액자 하나를 꺼내 보여주었다. 액자 속 사진은 다름 아닌 아버지의 영정사진이었다. 조금은 먼 곳에 시선을 두고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간 모습이 한참은 젊어보였다. 깊게 패인 주름은 어디로 갔으며 약간 흐려진 눈빛은 또 어찌 이만큼이나 해맑게 처리하였을까. 아버진 마냥 천진한 아이가 처음 사진을 찍었을 때처럼 자랑을 하였는데, 팔십 년 지나오는 사이 사잇길로 끼어들었을 파란한 궤적들은 보이지 않았다. 꼭 그림 같은 사진, 아버지의 영정사진이 아무리 봐도 낯설었다. 화가들의 자화상이 떠올랐다. 렘브란트는 많은 자화상을 그렸기로 유명하다. 그는 젊은 시절 맛보았던 영예와 점점 몰락.. 더보기
지혜가 필요한 때 코로나바이러스가 진정상태에 있는가 싶더니 갑자기 확산하여 세 자리 숫자다. 많은 사람이 오가던 거리에 태풍이 지나간 풍경처럼 고요하다. 상인들은 텅 빈 점포에서 손님을 기다리느라 목을 빼고 있다. 80~100nm(나노미터)로, 현미경을 통해 볼 수 있는 바이러스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발목을 잡은 현상이다. 뒤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귀금속 가게를 할 때다. 물질이 주는 풍부함으로 뒤돌아볼 이유를 망각하고 살았다. 두 아들은 건강하게 학업에 충실했고 가게에 손님도 많아서 부러울 게 없었다. 이런 환경에서 신앙생활은 교회 문턱만 들락거리는 형식에 치우친 행동이었고 하나님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저녁마다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정이 넘도록 고스톱도 쳤다. 남편이 불만을 말할 때마다 내 손님을.. 더보기
백마부대에서 만난 하나님(박창도) 꿈도 많고 일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고교시절. 나는 ‘카아네기’의 이생론을 읽고 기독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하여 스스로 교회에 나갔다. 그 후 입영하여 2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베트남 전쟁이 발발하던 1969년 10월 우리부대는 차출되어 월남으로 가게 되었다. 전쟁만큼이나 치열하고 혹독했던 무더위와 싸우며 하루하루 숨가쁘게 지나가는 와중에서도 나는 주일이면 부대내의 백마교회에 나가 성가대원으로 봉사도 하며 어엿한 신앙인 노릇을 하였다. 그러다 문득 지금의 신앙생활이 완고한 종가의 종손으로 부딪혀야 할 나의 처지와 가난하고 나약하게만 보였던 예수믿는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으로 억지로 이어가던 신앙에 대한 자세가 그만 느슨해지고 말았다. 찬양대도 한두번 빠지고 급기야 주일예배도 빼먹는 날이 많았다. 어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