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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문화/신앙에세이

[7월의 산책] 선암 호수공원에서 기도의 길을

 

청포도가 익어가는 7월이다. 선암동 호수공원을 찾아가본다. 


  공원 진입로의 동네가 어수선함이 일상 같다. 그 동네만의 분위기가 묘하다. 사람 살지 않는 곳이 없다는 것을 도심 속에서 느끼다니 왠지 곧 사라질 것만 같은 그런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오래 볼 수 있었으면 싶다. 


  공원은 호수를 낀 둘레길로 감싸여있다. 둘,셋, 넷도 좋지만 혼자 걸어도 혼자가 아닌 길. 여름 작열하는 태양도 아랑곳없이 사람들로 북적이는 길이다. 하지만 호수가 뿜는 물 냄새, 낮은 동산에서 내려오는 싱그러운 나무 냄새를 느끼노라면 함께 한 친구들도 서로 조용해지는 산책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선암호수공원의 대표적 관광소라고 해야 할까. 겨우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교회와 성당과 절이 있기 때문이다. 

 

 

호수교회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열려있고, 실제로 들어가서 기도할 수 있다. 실내 크기는 길이 2.9m, 폭 1.4m, 높이 1.8m이다. (사진-울산시 남구청 블로그)

 


  각자의 신앙을 가지고 각자의 기도를 하는 곳. 특히 7월은 특별한 기도의 달이 아닌가. 방학이 있고 휴가도 있고 삶은 여느 때보다 부산스러워지는 달인만큼 기도가 더 많은 달이다. 코로나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지만 이제 눈치 보며 생활하기엔 너무 해야 할 일들이 많다. 많은 일들 중 가장 먼저인 게 기도하는 것. 바쁠수록 기도하고 맥 빠질수록 기도하고 일의 마무리와 또 시작 전에도 기도를 놓을 수 없는 우리다. 


  공원의 ‘호수교회’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기도할 수 있을 만큼 우리 기도의 영성과 분량이 충분한지 모르겠다. 호수공원의 산책로에서 만나는 ‘거꾸로 전망대’나 ‘겸손의 나무’를 보아도 기도의 마음이 뭉클 솟지 않는가. 둘레길에 드리운 그늘도 호수를 비추는 태양도 날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치지 않을까 싶다.


  7월의 또 한날 아니 여러 날을 도심 속 물의 정원인 선암호수공원에 머물러보자. 길과 산과 호수와 함께 천천히, 아주아주 느림보로 기도의 길을 열며 걸어보자.


설성제 수필가
태화교회
울산의 빛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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