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은 참 근사한 곳이다. 자연이 사람을 둥글게 둥글게 안아주는 듯한 장소. 그곳에 있으면 나무가 되고 풀이 되고 열심히 길을 가는 벌레도 되어본다. 그곳에 들어서면 총총거리고 비비대던 삶을 무장해제 시켜놓고 실컷 입 벌려 하늘과 땅과 함께 웃다 올 수도 있다. 5월, 가정의 달에 가족이 함께하는 드넓은 마음 같은 공원.
울산대공원에 들러 특히 여름에 제격인 장미원에 들러보라. 대공원 남문에 들어서서 왼편으로 조금만 가면 국내 최대의 장미정원이 펼쳐져 있다. 셀 수 없는 장미들이 만발한 그곳은 마치 하나의 행성 같다. 해를 따라 돌다 연례적으로 이 지구에, 이즈음 이 계절에 도착한다. 우리 살아가는 이 울산 땅 대공원 한 켠에 이른다. 263종 5만5000본의 장미를 데리고 온 장미행성과의 만남은 5월에 주어진 축복이다. 그 안에는 세계장미협회(WFRS)에서 선정하는 명예의 장미 15종 중 11종이 심어져 있다고도 하니 밝은 눈을 가진 자들은 쉽게 찾아낼 것이다.
장미언덕, 장미광장, 큐피트정원, 비너스정원, 미네르바의 정원 등이 도시처럼 형성되어 있다. 군데군데 서 있는 장미넝쿨 아치는 장미원의 질서를 위한 문처럼 보이고 어찌 보면 도시로 진입하는 이정표 같기도 하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네덜란드 등 세계의 장미들이 모였다. 모두가 장미라는 큰 이름 아래 모습과 빛깔과 향기는 다르다. 각자 개성을 지닌 한 개체로서 스스로를 맘껏 자랑한다. 우아하고 단아하고 화려하고 귀품있고 탐스럽고 푸짐하고 소박하고……. 오만 가지의 표정으로 구부정하게 삐딱하게 비스듬하게 곧게 바르게 서 있는 장미들. 천천히 돌다보면 어느새 스스로 장미가 된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이것이 공원이 주고 싶어 하는 하나의 선물이기도 하니까.
잠깐 혹은 반나절의 산책만으로도 몸과 마음에는 이미 장미향으로 물 들었을 테다. 책임은 스스로 져야하는 것. 장미처럼 매력적으로 아름답게 향기나게 살면 되는 것 아닐까. 장미원에 머문 시간 만큼만이라도 장미로 살아볼 수 있다면 5월 울산대공원 속 장미원으로의 산책이 무색하지는 않을 것 같다.
장미원을 돌다보면 자기만의 한 송이 장미를 그리워하고 있는 어린왕자의 친구인 사막여우를 만나게 될 것이다. 장미원에 딸린 별채 같은 작은 동물원에는 사막여우와 함께 줄줄이 귀여운 동물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장미원에 들어선 순간부터 예정돼 있던 곳이다.
꽃과도 동물과도 하나가 되는 시간의 행복을 5월의 울산대공원 장미원에서 한번 누려보셔라.
추신: 장미에게 함부로 마스크를 벗어 보이진 말 것. 아직은 코로나19를 조심하시라.
설성제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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