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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문화/이종인 목사와 이 달의 책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읽고 모든 사람들은 사망이라는 근본적인 페스트를 앓고 있다. 사망의 영향 아래에서 세상의 구조적 한계, 개인과 공동체의 능력의 한계, 자신을 향해 치우친 본성으로 인해, 우리는 서로 질병을 주고받기도 하고, 스스로 질병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페스트는 어떤 면으로는 항상 우리에게 머물러 있는 사망이기도 하고, 어떤 면으로는 그 사망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질병이기도 하다.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면 내 사랑하는 이들은 언제나 페스트로 신음하고 있었다. 그들이 앓았던 페스트는 때로는 가난이었으며, 때로는 불화였으며, 때로는 자기애(여기에서 기인한 자기혐오든, 교만이든지 간에)였고, 가끔은 좌절해버린 선의거나, 반대로 과도하게 충족되어버린 선의이기도 했다. 어머니로 물려받은 유전자였을까, 아니면 어머니.. 더보기
본향을 향한 여정(J.R.R. 톨킨의 '호빗'을 읽고) “신화와 같은 이야기 속에 돌킨과 루이스 모두는 그리스도를 이야기하고 있다.” 험한 여정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주인공 ‘빌보’처럼 본향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지만 이전의 빌보가 아닌 지혜와 용기, 겸손으로 나아가길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톨킨의 『호빗』은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처럼, 신화(myth)와 현실(reality)에 대한 이야기 모두를 담고 있다. 보이는 세계 이면에 존재할지 모르는 세계를 소개한다. 어쩌면 우리 또한 중간계를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톨킨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옛적 신화시대의 서사시로 가득한 숲을 지나고, 꿈 때문에 팔려갔던 요셉과 험난한 여정 후에 고향으로 돌아오는 야곱의 모험이 중첩된다. 우리 모두는 이야기에 속해 있다. 하나님은 이야기꾼이며, 『창세기』를 비.. 더보기
정돈해야 할 삼위일체론 이동영, 『송영의 삼위일체론』 (서울:새물결플러스,2017) 우리는 모두 삼위일체 하나님을 믿고 고백한다. 삼위하나님에 대한 이해는 기독교의 서고 넘어짐의 사활적인 문제이다. 신앙의 대상이신 하나님에 대한 바른 이해의 중요성을 두말해 무엇 하겠는가. 본서는 동방과 서방의 삼위일체론의 방법론적 접근에 대해서 깔끔하게 정돈하고 있고, 불필요한 오해들을 걷어내고 있다. 서방은 일체로 출발해서 삼위로 나아가고, 동방은 삼위에서 출발하여 일체로 나아간다. 서방은 동방이 종속론의 위험에 놓였다 오해했고, 동방은 서방이 양태론의 위험에 노출되었다고 우려했다. 이는 사실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상보적으로 바라보아야 할 내용으로 보고 있다. 평가보다 책 내용을 충실하게 요약하는 것이 더 큰 유익이라 판단되는 까닭에 장.. 더보기
[추천도서] <내 아이의 가능성을 믿어라> (애슐리 박) 경쟁하지 않고 꿈을 이루어 가도록 이끄는 하나님의 교육법 책 애슐리 박 지음 | 두란노서원 | 20.02.26. 출간 지난 연말에 은퇴를 하고 달라진 점, 아니 좋아진 부분을 말하라고 하면, 일단 많은 일로부터 벗어나서 여유로운 삶을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달리던 속도가 하루아침에 늦추어질 수는 없습니다만 스스로에게 속삭입니다. ‘좀 천천히 현역 속도에서 은퇴 속도로 떨어뜨리라’고 일러줍니다. 그래서 이제는 읽고 싶은 책을 하나씩 읽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지난 2월에 해외에 있을 때나 3월에 귀국해서나 책 읽기를 시작한 것은 은퇴 후 크게 달라진 모습입니다. 벌써 대여섯 권을 읽었습니다. 은퇴하면 읽으리라고 마음먹었던 책 가운데 하나가 정약용에 관한 책입니다. 그에 관한 채보식의 장편 소설 , 이.. 더보기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을 위한 치유 『기독교세계관』 기독교세계관하면, 우리는 창조, 타락 구속을 떠올린다. 하지만 바빙크의 통합적 방법론은 세계관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기독교세계관을 전개함에 있어 당대의 학문논의의 방식으로 변증하며, 기독교 인식론, 존재론, 윤리학을 통해 개혁주의적 세계관의 정당성을 논한다. 책은 3장으로 심플하게 구성되어 있다. 1장 “사유와 존재”에서 바빙크는 객관적 실재는 우리의 의식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시고 계시하는 것이므로 믿음으로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결국 회의주의로 미끄러진다 말한다. 쇼펜하우어나 니체 같은 사람들이 빠진 진흙탕이다. 진리를 아는 것은 주체와 객체의 관계에서 출발한다. 하나님의 창조를 믿을 때라야, 우리는 엉뚱한 인식론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아는 이유는 하나님과.. 더보기
두 나라에 속하여 / 데이비드 반드루넨, <하나님의 두 나라 국민으로 살아가기> 6월이다. 나라사랑이 강조되는 달이기도 하다. 나라수호를 위한 희생을 생각하는 계절. 주변의 열강의 한복판에서 꿋꿋하게 나라를 보존해 온 나라. 자랑스러운 조국. 누군가 말했다. 세계에 3대 강족(强族)이 있다고. 첫째는 유대인. 둘째는 베트남사람들. 그리고 세 번째가 한민족이라고 했다. 모두 수많은 외침에도 건재하고, 폐허와 상실의 고통을 털고 일어선 민족들이다. 피와 땀, 눈물의 희생 탓에 세 민족 모두 민족에 대한 애착이 강렬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교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성도들은 두 나라에 속한 사람들이다. 모든 나라들은 흥망성쇠(興亡盛衰)를 반복한다. 흥할 때가 있는가 하면, 약해지고 몰락하는 때가 반드시 다가온다. 영원했던 지상의 나라는 역사상 존재한 적이 없다. 성도들은 가난하거나.. 더보기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어떤 상을 주실까? 아들이 묻는다. 아빠! 천국에서도 차별이 있어요? 그곳에서도 어떤 사람은 높은 영광을 누리고, 다른 이는 낮은 데 처한다면 어떻게 천국일수 있나요? 경쟁 속에 계급투쟁하듯 살아가는 이 땅에서의 차별도 서글픈데, 천국에서도 차이가 난다면 속상할거 같다고 따져 묻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경은 상급에 대해서 말하고 있어. 단순히 언급하는 정도가 아니라 풍성하다 할 만큼 빈번하게 선행에 대한 상급을 이야기하고 있거든. 다시 질문이 이어진다. 우리의 선행이 하나님께 상급을 받을 만한 공로가 된단 얘긴가요? 아니! 잘 아는 대로, 우리의 수고와 노력으로 하나님께서 요구하는 의의 기준에 결코 미칠 수 없지. 없고말고. 우리는 하나님께 은혜를 입은 사람들이지. 상급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있다면, 이것 역시 하나님.. 더보기
두 눈 뜨고 살지 않을래? / 찰스 도나휴, <하나님 나라의 제자, 새로운 틀> 이현민‧김양숙‧김종훈 역 (인천: 템북, 2019) 갓 구워 나온 뜨거운 빵처럼. 2019년 새 해에 나온, 양질의 재료로 구워낸 따끈한 책이다. 성도 개인과 가정, 학업과 일터에서 씨름 중인 청년들에게 긴요한 책이다. 무엇보다 자녀들을 양육하는 교사들에게는 필독서가 되어야 한다. 교회의 체질을 강화시켜 줄 강장제다. 신앙과 삶의 일관된 체계를 갈망하는 청년들이 함께 모여 토론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다.20년 뒤 조직교회들은 대부분 와해되고 말 것이라는 무서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미 많은 젊은이들은 교회를 떠났거나 떠나고 있다. 젊은 세대는 전 세대 가운데 가장 고학력 세대이면서, 동시에 성경에 대해 가장 무지한 세대다. 교회와 부모세대, 교사들이 대가를 지불하는 노력으로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는다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