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에세이 썸네일형 리스트형 내 눈의 들보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마태복음 7장3절 얼마 전 은행직원과 마음 상하는 일이 있었다. 가게에서 거래하는 카드 입출금과, 각종 공과금의 자동이체를 담당하는 거래 은행이다. 거리가 가까운 관계로 잠깐씩 가게를 비우고 은행에 가서 일을 보고 올 때가 많다. 그날도 공장에 송금할 일이 있어서 가게를 비운 채 은행에 갔다. 점심 교대 시간이어서 직원이 두 명 뿐이었는데 한 직원은 ATM 기기를 손보는 중이었다. 창구에 있는 직원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 지점이 생길 때부터 거래를 했기에 순환 근무를 하는 직원들은 모두 알고 지내는 터였다. 신입사원인가 생각하며 일처리를 기다렸다. 사무실에 전화벨이 울렸다. 그 직원이 전화를 받아 응대하고 끊었다... 더보기 절대음감 절대음감이라는 매력적인 능력이 내겐 없다. 기타를 삼십 년 정도 쳤다면 눈 감고도 몇 곡은 연주할 법도 한데. 기타 코드가 친절하게 표시되어 있는 악보가 눈앞에 있어야만 겨우 칠 수 있으니 연주라고 할 것도 없다. 노래 부를 때 곁들이는 반주에 지나지 않는다. 기타를 배운지 삼 년쯤 되었던 고등학교 때였다. 친구가 클래식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클래식 기타로 음을 하나하나 짚어가는 연주곡을 연습했다. 일 년이 지났을 때 나는 여전히 기타 코드를 쫓아가며 반주만 열심히 하는 반면 친구는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에릭 클립튼의 ‘Tears in heaven’을 멋지게 연주하는 것이었다. 곁눈질로 보니 타브 악보가 보였다. 기타 운지법이 그대로 그려진 타브 악보라면 나도 금세 연주라는 것을 할 수 있을 것만 .. 더보기 곤고할 때(김용숙) 귀금속 가게를 할 때다. 물질이 주는 풍요로움으로 되돌아볼 이유를 망각하고 살았다. 두 아들은 건강하게 학업에 충실했고 가게도 원활하게 돌아가서 남부러울 게 없었다. 이런 환경에서 신앙생활은 교회 문턱만 들락거리는 형식에 치우친 행동이었고 종교에 대한 의미보다 가게 운영에 치중했다. 저녁마다 친구들과 모여 자정이 넘도록 고스톱도 쳤다. 남편이 불만을 보일 때마다 내 손님을 만들려면 어울려야 한다는 구실을 대며 나날을 그렇게 보냈다. 어느 날 남편은 나의 행동이 부질없는 짓이라며 닦달하는 바람에 새벽예배에 참석했다. 설교는 아버지의 뜻을 어기고 집을 나간 아들이 허랑방탕하게 지내다 궁핍하여지자 다시 아버지를 찾는 내용이었다. 나에게 들어보라는 식 설교가 마치 남편과 목사님이 짠 것처럼 느껴져 기분이 나빴다.. 더보기 자화상 오랜만에 집에 들렀다. 현관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아버지는 내 손을 잡고 안방으로 끌어당겼다. 어린애마냥 환한 웃음을 지으며 장롱에서 액자 하나를 꺼내 보여주었다. 액자 속 사진은 다름 아닌 아버지의 영정사진이었다. 조금은 먼 곳에 시선을 두고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간 모습이 한참은 젊어보였다. 깊게 패인 주름은 어디로 갔으며 약간 흐려진 눈빛은 또 어찌 이만큼이나 해맑게 처리하였을까. 아버진 마냥 천진한 아이가 처음 사진을 찍었을 때처럼 자랑을 하였는데, 팔십 년 지나오는 사이 사잇길로 끼어들었을 파란한 궤적들은 보이지 않았다. 꼭 그림 같은 사진, 아버지의 영정사진이 아무리 봐도 낯설었다. 화가들의 자화상이 떠올랐다. 렘브란트는 많은 자화상을 그렸기로 유명하다. 그는 젊은 시절 맛보았던 영예와 점점 몰락.. 더보기 지혜가 필요한 때 코로나바이러스가 진정상태에 있는가 싶더니 갑자기 확산하여 세 자리 숫자다. 많은 사람이 오가던 거리에 태풍이 지나간 풍경처럼 고요하다. 상인들은 텅 빈 점포에서 손님을 기다리느라 목을 빼고 있다. 80~100nm(나노미터)로, 현미경을 통해 볼 수 있는 바이러스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발목을 잡은 현상이다. 뒤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귀금속 가게를 할 때다. 물질이 주는 풍부함으로 뒤돌아볼 이유를 망각하고 살았다. 두 아들은 건강하게 학업에 충실했고 가게에 손님도 많아서 부러울 게 없었다. 이런 환경에서 신앙생활은 교회 문턱만 들락거리는 형식에 치우친 행동이었고 하나님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저녁마다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정이 넘도록 고스톱도 쳤다. 남편이 불만을 말할 때마다 내 손님을.. 더보기 백마부대에서 만난 하나님(박창도) 꿈도 많고 일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고교시절. 나는 ‘카아네기’의 이생론을 읽고 기독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하여 스스로 교회에 나갔다. 그 후 입영하여 2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베트남 전쟁이 발발하던 1969년 10월 우리부대는 차출되어 월남으로 가게 되었다. 전쟁만큼이나 치열하고 혹독했던 무더위와 싸우며 하루하루 숨가쁘게 지나가는 와중에서도 나는 주일이면 부대내의 백마교회에 나가 성가대원으로 봉사도 하며 어엿한 신앙인 노릇을 하였다. 그러다 문득 지금의 신앙생활이 완고한 종가의 종손으로 부딪혀야 할 나의 처지와 가난하고 나약하게만 보였던 예수믿는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으로 억지로 이어가던 신앙에 대한 자세가 그만 느슨해지고 말았다. 찬양대도 한두번 빠지고 급기야 주일예배도 빼먹는 날이 많았다. 어느.. 더보기 배려하는 삶이 아름답다(김금만) 배려에는 온유, 인내, 겸손, 용납 같은 성품이 포함된다. 배려하는 삶이야말로 그리스도인이 갖춰야 할 참 모습이다. 나는 배려와 이해로 살아왔던가 자문해 본다. 내 중심적인 사고를 타인에게 강요하면서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일이 많았다. 부부간은 물론 형제 자녀 간, 친구 간에도 대화가 매끄럽지 못했다. 내 의견에 부합되는 정보만 선택해 궤변으로 내 편이 되기를 강요할 때도 있었다. 나의 주장에 반대되는 정보는 배척했다. 실체적인 진실을 애써 외면하고 듣고 싶고, 보고 싶은 것만 추구했다. 정보를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재해석하는 편향에 빠지기도 했다. 나를 옹호해 주는 의견은 귀에 쏙쏙 들어왔지만 반대되는 의견은 불편했다.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무자비한 잣대를 들이대려 했다. 이성이 아닌 감정적인 생.. 더보기 발자크와 함께 독일에 온 김에 베를린은 한번 들렀다 가야지 싶었다. 함부르크를 떠나기 며칠 전, 우리는 급하게 뜻을 모아 인터넷으로 다음날 아침 6시30분 발 열차표를 예매했다. 갑자기 계획한 마지막 여정을 기대하며 새벽길을 나섰다. 초행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우리 모습이 긴장한 소부대 같았다. 중앙역에 닿았다. 전광판에는 아직 우리가 탈 베를린 행 열차의 선로번호가 뜨지 않았다. 출발 시간은 점점 가까워지는데, 우리 뒤차들의 번호가 먼저 떠오르기 시작했다. 속수무책 전광판만 뚫어지게 바라보며 안절부절못했다. 출발 십여 분 정도를 남겨두고 빨간 불빛만 깜빡거리던 전광판에 안내 글자가 떴다. ‘6시30분 발 베를린 행 열차 실패!’ 우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햐아! 입이 벌어졌다. 안내소를 찾아갔다. “아임 쏘리!”.. 더보기 양탕국 홍 선생 그는 눈물의 둑이 터져버린 원인도 의미도 몰랐다. 그즈음 했던 일이란 하염없이 걷는 것뿐이었다. 머릿속은 텅 비었고 가슴엔 휑한 바람이 불어 한곳에 붙박여 있기가 힘들었다.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것도 가늠할 수 없어 눈물이 내는 길을 따라 걷기만 했다. 터진 눈물은 골목을 넘어 대로를 적시고 사직운동장을 뒤덮은 함성마저 삼켜버렸다. 세상은 아득한 물 속 같았다. 그 깊은 곳을 헤매다 집으로 돌아와 잠을 청하여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잠을 자는 중에도 눈물이 흘러 아내가 수건을 들고 곁을 떠나지 못했다. 수 개월이 흘렀다. 그날도 사직운동장을 몇 바퀴나 돌며 앞을 가린 눈물로 사람들에게 부끄러움조차 느낄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정수리를 치는 음성 하나가 번개처럼 떨.. 더보기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