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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문화/이종인 목사와 이 달의 책

우리 시대, 여전히 교리교육이 필요한가?

초대교회, 교회 개혁의 시대 
그리고 한국 교회의 잘 몰랐던 역사 속의 교리교육 이야기

교리는 21세기에도 여전이 유효
… 기도와 말씀, 교리교육으로 채우는 가정의 식탁

성경과 함께 신앙고백서로
교회를 세워나가자

  어떤 분이 질문을 해왔습니다. “21세기에도 교리교육이 필요할까요?” 시대가 바뀌면서 교육의 방법이나 내용이 바뀌어야 하지 않는지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저는 답변 대신에 그분께 물었습니다. “21세기가 되면 성경도 바뀌어야 하나요?” 사람들이 대체로 교리에 대해 오해하는 것이 있습니다. 교리는 성경과 다르다고 말입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고 교리는 교회 회의에서 결정한 것이니 분리된다고 말이죠. 그러나 교리는 성경을 통해 말씀하신 것을 정리한 것입니다. 교리는 성경에서 분리되지 않습니다. 교회의 결정인 교리가 핵심이 아니고 성경을 통해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것만을 가르치는 것이 교리교육입니다. 교리교육이란 성경의 진리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고신대학과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후 고대 교회 신앙교육과 교리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더 깊은 연구를 위해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런던신학교와 버밍엄 대학에서 수학하고 웨일즈대학교에서 역사신학과 교리교육에 관한 주제로 신학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03년 영국 현지에서 유학원을 운영하며 2009년에는 본머스 장로교회를 개척하여 유학생들을 섬기고 있습니다. 본서 외에도『키워드 카테키즘』과 『1647 소교리』,『1646 신앙고백』,『1647 대교리』등이 있으며 교리와 신앙고백에 관련된 집필을 통해 한국교회를 섬기려는 뜨거운 가슴을 품고 있습니다. 
  본서는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에서 교리의 어원과 카테키즘(Catechism)의 의미, 신앙고백과 교리교육 연관성을 이야기합니다. 2장에서는 초대교회에서의 교리교육, 3장에서는 종교개혁시기의 교리교육에 관해서, 4장에서는 작성된 여러 신앙고백서와 교리 교육서에 대한 개관을 하고, 마지막 5장에서 한국교회에서 진행되어 온 교리교육의 역사와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교회 교리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고 있습니다. 
  초대교회의 교육은 세례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방인 개종자들이 이교 문화의 흔적을 제거하고 순수한 그리스도인으로 교회의 새로운 구성원이 되도록 하는 것이 초대교회가 추구하고 실천했던 교회 교육이었습니다. 이때까지 세례 준비교육은 교리적인 내용과 더불어 실제적 삶의 변화에 더욱 초점을 두었습니다. 초대교회에서 교리교육을 맡아 사역한 사람들을 카테키스트(Catechists)라고 불렀습니다. 훈련된 많은 성도들이 교리교사로 수고했고 이에 따라 이단사상들의 발호에 잘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세례 교육은 대화식 교수법으로 일대일로 교리교육이 진행되었는데 세례후보자 교육 기간은 대체로 2~3년간 진행되었습니다. 「사도신경」뿐 아니라『디다케』와『헤르마스의 목자』나 순교자 유스티누스의 글을 통해서 수업을 받았습니다. 2년 넘게 교육을 받았다고 모두가 세례 적임자가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종의 시험에 통과해야 하는데, 성경 교리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변화된 삶이 확인되어야 했습니다. 세례 교육 과정을 거친 성도들은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 있는 지식과 삶의 증거를 가졌고, 또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고 세워갈 수 있도록 훈련됐습니다.
  교역자 외에도 복음의 교리를 잘 가르치는 성도들 또한 카테키스트로 세워졌고, 세례 후보자들을 가르치는 전도자의 역할을 감당했습니다. 교리교사들의 수고를 통해 새신자들은 신앙의 철골로 무장되었고 교회 정착은 물론이고 교회가 견고하게 세워져 가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스 사상의 배경 속에 살아왔던 많은 이방인들이 복음을 듣고 교회로 들어오는 중에 헬라철학에 정통했던 상류층들이 교회구성원으로 유입되었습니다. 보다 체계적으로 복음을 전달하기 위해 알렉산드리아를 비롯하여 여러 곳에 교리전문학교가 생겨났습니다. 각 지역에 세워진 교리전문학교들은 그리스와 로마문화에 대항하기 위해 학식 있는 지도자들을 양육하여 공급하였습니다. 예루살렘의 사역자 키릴로스는 “교리는 집을 짓는 건축과 같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집을 건축하는 데 기초가 중요하듯 교리는 성도들과 교회를 세우는 토대라고 강조하였습니다. 
  3장에서는 교회개혁에서 있어 교리교육이 핵심이라는 것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루터는 당시의 상황을 교회는 교육적 요소는 전혀 없고 성도들의 성경 지식이 바닥 수준이었다고 말합니다. 루터는 성도들이 자국어로 성경을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성경 번역과 아울러 교회와 가정에서 교리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리 문답서를 작성하였습니다. 루터의「소요리문답」은 가정에서의 부모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교회에서 목사는 교리 교육의 책임이 있듯이 가정에서 부모의 자녀에 대한 교리 교육의 책임을 엄중하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는 말하기를 “모든 아버지는 그 가정의 목회자이며 어머니는 그 가정의 여교역자다”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칼뱅은「제네바 교리교육서」를 통해 가정에서 부모들이 자녀들을 양육할 수 있도록 지도했고,『기독교강요』를 통해 교회의 신학이 견고하게 세워질 수 있도록 애썼습니다. 제네바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교회중심의 학교를 형성했고 성경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과목들을 다룸으로 그리스도인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교육장으로 삼았습니다. 울리히 츠빙글리는 에라스무스의 엘리트 위주의 교육을 피하고 모든 교회 성도들에게 적용되는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힘썼습니다. 스코틀랜드의 종교개혁자 존 녹스 또한 어린이 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교육이며, 부모의 역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교리는 성경과 함께 성도들이 매일 먹어야 할 식탁으로 여겨졌고, 실제로 가정의 식탁에서 기도와 말씀과 더불어 교리교육이 이루어졌습니다. 16세기 중반에 나온 탁월한 교리 교육서인「하이델베르크교리문답」과 17세기에 나온「웨스트민스터소요리문답」은 본인이 섬기는 울산언약교회에서도 부모들의 자녀교육과 목사의 입교 교육, 주일학교 교사들의 학생 교육으로 여전히 활용되고 있습니다. 
  5장에서는 한국교회에서는 교리교육의 역사를 흥미롭게 다루고 있습니다. 한국으로 파송된 선교사들은 교리교육을 핵심 사역 중 하나로 생각했고, 성경 공부와 교리교육을 병행한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합니다. 한국교회 부흥 운동에서 교리교육은 절대 빠지지 않는 필수요소였고, 1907년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개최된 한국 최초의 교회 회의인 독노회에서 신앙고백서와 함께 교리 교육서를 채택하였습니다. 기독교 문서 선교사역의 선두 주자였던 스코틀랜드 선교사인 존 로스(John Ross)는 서상륜, 백홍준의 도움으로 신약성경번역과 함께 「예수성교문답」과 「예수성교요령」을 번역했는데, 이것이 최초의 한국어 교리교육서입니다. 이후로 다양한 교리 교재들이 발간되었고「십계요해」와「사도신경요해」를 통해 체계적으로 교리교육이 이루어졌습니다.
  또한, 사역자가 아니면서 복음을 전하는 성도들이 있었는데, 책을 권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권서’라고 불렀습니다. 이들은 성경과 신앙 도서를 판매하러 다니던 사람들인데, 단지 책만 판 것이 아니라 성경과 함께 교리 교육서들을 보급했고, 실제로 교리교사의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선교사들이 조선에 들어오기 전에 복음의 씨앗들은 권서들을 통해 전국 방방곡곡에 뿌려졌고, 실제로 선교사들이 한 일은 이미 무르익은 열매를 수확하는 일이었습니다. 한국교회는 선교사들이 진출하기 이전부터 성경 보급과 교리 교사였던 권서들의 사역으로 진리의 말씀에 토대한 기초를 놓았습니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유독 성경 공부를 사랑하는 교회의 전통은 이때부터였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경제성장이라는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교회는 성장 위주로 달음질하다 보니 균형을 잡아주는 교리교육을 홀대했고, 교회 성장 프로그램의 개발과 적용에 집중하게 되어 기초와 기둥이 사라진 허약한 교회가 되고 말았습니다. 교리교육을 과소평가하면서 세례 교육은 형식화되었고 이에 따라 복음의 기초가 없는 청년들의 이탈과, 이단들의 발호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형국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신천지의 포교 방법의 핵심은 복음방이라 불리는 성경 공부 모임입니다. 한국교회 성도들은 성경 공부에 목말라 있고, 교리적 체계에 주려 있습니다. 교회 성장이라는 미명아래 기초를 등한시 한 결과 이리와 늑대들에게 어린 성도들이 유린당해 희생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의 성장과 부흥의 동력이 바로 성경 공부 모임인 사경회와 교리교육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성경이 모든 시대에 진리이듯 성경의 요약인 교리 역시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하겠습니다.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과 함께 교회 개혁자들의 수고로 형성된 신앙고백서로 자녀들을 최선을 다해 가르치고 이단의 발호에 너끈히 대응할 수 있는 신앙의 철골로 교회를 세워가야 하겠습니다. 우리 시대에도 변함없는 우리의 과제와 의무는 성경과 교리교육으로 진리를 계승하고 신앙의 계대를 이어가는 일일 것입니다. 

이종인 목사(울산언약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