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을 보내는 가장 합당한 방식은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마음을 내려놓고 마음과 손을 열어 이웃에게 나누고 사랑하는 일”
주인공 알타반은 러시아 지역 남쪽 아주 작은 영지를 가진 신실한 신앙인입니다. 위대하다거나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었지만 현명한 사람이었고, 무엇보다 어린아이 같은 심성과 이웃에게 친절한 사랑이 많은 사람입니다. 알타반은 조상대대로 간직해온 약속을받았습니다. 온 세상을 다스릴 전능한 왕의 태어날 때 경배하기 위해 순례의 길을 떠나야 한다는 약속입니다. 위대한 왕의 탄생은 별이 나타나 안내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조상대대로 내려오던 약속의 별은 알타반의 때에 나타났습니다.
알타반은 서둘러 떠날 채비를 했고, 왕께 드릴 예물을 준비했습니다. 아름답고 섬세한 아마포 두루마리 몇 개와 고급 모피, 가죽 주머니에는 사금을 채워 넣었고 예물 함에는 값비싼 보석들을 집어넣었습니다. 보리수나무로부터 모은 벌꿀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알타반은 알 수 없는 미지의 땅으로 밤하늘에 반짝이는 큰 별의 안내를 따라 나아갔습니다. 고향을 떠난 지 두 세 달이 지나갈 즈음, 자신처럼 동방에서 위대한 왕의 출생을 축하하기 위해 여행길에 오른 세 사람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구걸하는 여인을 만나 도움을 건네고, 산모와 헐벗은 아이에게 예물을 나누면서 문제가 시작되었습니다.
불쌍하고 가난한 사람들, 죽음의 위기에 놓인 사람들을 도우면서 가져온 예물들은 소진되어갔고, 유일한 동행이었던 애마 바니카까지 죽어 빈털터리가 되고 맙니다. 바닷가에서 아버지의 빚을 대신에 갤리선 노예로 끌러가야 하는 소년과 이를 보며 통곡하던 여인을 안타까이 여겨 소년 대신 갤리선 노예가 되어버린 알타반은 30년이 넘는 세월을 지나 노인이 되어 예루살렘으로 향하게 되고, 그곳에서 그토록 고대하던 위대한 왕을 뵙게 됩니다. 십자가에 못 박혀 매달리신 위대한 왕, 하나님의 아들을 알현합니다. 높이 매달린 왕 앞에서 그가 드릴 수 있는 마지막 선물, 남아있는 유일한 선물은 바로 ‘마음’이었습니다. 주님을 찾아 나선 30년의 걸음이 주님께서 가신 길이었다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저자 에드자르트 샤퍼(Edzard Schaper)는 소설의 주인공 알타반이 겪었던 삶의 우여곡절처럼 엄혹한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이곳저곳을 유랑하는 나그네로 살았던 인물입니다. 1908년 폴란드에서 출생했지만 아버지를 따라 독일의 하노버와 홈볼트에서 성장했고, 슈투트가르트 오페라단의 조감독으로 일했으며, 덴마크에서 보조정원사, 선원으로 일하다 베를린을 여행하던 중 앨리스를 만나 결혼하게 됩니다. 1936년 독일의 제국문인협회에서 제명당하였고, 그의 저술들은 금서가 되었고, 소련의 점령으로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핀란드로 탈출했고, 1941-43년까지 전쟁특파원과 핀란드 정보국에서 일하게 됩니다. 핀란드국적을 취득했으나 소련 간첩죄로 기소되어 사형선고를 받게 되었고, 다시금 탈출하여 스웨덴에서 산림노동자, 번역자로 일하다 1947년 스위스로 이주, 시민권을 받아 뮌스터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수많은 소설 중 본 소설은 러시아지역에서 전승으로 내려오던 이야기를 소설화 한 것입니다.
첫째, 본서는 짧은 소설이지만 한 신앙인의 인생여정을 아름답게 담아 놓고 있습니다.『천로역정』이 유혹과 씨름을 헤치고 나가는 전투적 인생교범을 교훈한다면, 알타반의 이야기는 주님만을 사모하면서 나아가는 삶의 이야기를 그려놓고 있습니다. 알타반이 겪어가는 고난의 이야기는 실상 사랑의 이야기이며, 기꺼이 자신의 것을 나누어줌으로 얻게 되는 자발적 고난의 삶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가난하게 되시고, 자신에게 있는 전부, 생명을 우리에게 주심으로 고난 받으신 것처럼 말입니다.
둘째, 본서는 성탄의 의미 곧 주님께서 오신 대강절의 뜻이 무엇인지를 너무도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동방박사들이 베들레헴에서 나신 주님을 뵙고 경배를 드린 일도 큰 의미이겠으나, 이미 승천하여 보좌 우편에 앉아계신 주님의 탄생을 우리는 알현하거나 뵐 수 없습니다. 성탄절을 보내는 가장 합당한 방식이 있다면, 주님께서 자신의 보좌를 비워 종과 같이 되셨고, 죽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심처럼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마음을 내려놓고 비워 마음과 손을 열어 이웃에게 나누고 사랑하는 일일 것입니다. 대강절의 의미를 가장 잘 따르는 삶이 바로 알타반의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알타반은 만왕의 왕을 믿었고 만나기를 갈망했습니다. 죽음에 임박한 노인이 되어서야 십자가에 달리는 주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유황과 황금, 몰약이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 그 영혼의 전부를 예물로 드리면서 말입니다. 우리는 이미 하늘과 땅의 통치자로 계신 영광스러운 주님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종국에 만날 영광스러운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 앞에 서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교훈합니다. 왕을 예배하는 일은 나를 허비하여 이웃을 사랑하는 삶이며, 자신의 것을 헐어 나누는 삶이 주님을 만나는 날의 가장 중요한 준비가 될 것입니다.
동방박사가 3명뿐이었다는 것은 배경적으로 보면 말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동방박사와 여러 무리가 함께 따랐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본서의 기원은 러시아의 전승에서 비롯되어 소설화 된 글입니다. 비평적인 시선 보다는 저자가 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중심으로 읽어낸다면, 왕 되신 주님 앞에서의 삶의 의미를 재고하는 좋은 교훈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른 뿐 아니라 청소년, 자녀들이 읽기에도 가독성이 좋아 성탄의 의미를 토론하고 나누기에 적합한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종인 목사(울산언약교회 담임, 울산대학교 철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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