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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문화/이종인 목사와 이 달의 책

거부할 수 없는 확증된 미래: 화폐혁명

  세상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정보혁명의 시대는 Chat-GPT 이후로 현실이 되었고 글로벌 빅테크들이 출시하는 프로그램을 개인으로서는 도무지 맞설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AI의 발달로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노동에서 소외되는 실업의 위협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화석연료로 운행하던 차량과 선박, 비행기는 빠른 속도로 전기와 수소로 대체되고 있고, 곧 등장하게 될 UAM과 우주시대는 물류와 이동의 혁명을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10년 내로 맞이하게 될 무서운 변화에는 삶의 토대에 해당되는 통화, 즉 화폐혁명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통용되는 화폐세상을 공기처럼 당연하게 여기고 살아가지만, 실제로는 그리 오래지 않은 구조이고 반복적으로 끔찍한 결과를 몰고 왔던 체계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세계의 기축통화국 미국의 연방정부은행을 중심으로 운행되는 현재의 세계의 금융질서는 금환본위제를 이탈하고 브레튼우즈체제를 벗어나 화폐발행의 조정권을 지닌 연준에 의해 좌우되는 체제입니다. 2023년 현재, 지금까지 세계가 몸담아 왔던 금융구조에는 큰 균열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변화를 거부할 수 없는 시대를 맞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 밀어닥치고 있는 화폐혁명의 진상을 파악하는 일은 중요해 보입니다.

  저자 홍익희 교수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입사해서 국제무역 관련업무로 일평생 종사한 분입니다. 무역과 수출 분야에서 주목하여 보았던 유대인들을 연구하여 대작인『유대인 경제사』시리즈 10권을 출간했고 축약본으로『유대인 이야기』는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환율전쟁이야기』와『월가 이야기』외에도 26권의 책을 출간했고, 전자책으로는 60여권을 출판한 금융전문가입니다. 그가 풀어내는『화폐혁명』은 화폐의 역사와 현재의 금융패권 달러의 성립과 발전, 현 체제의 문제를 예리하게 설명하고 있고, 도래할 암호화폐 혁명의 문제를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습니다. 

  본서는 총5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론과 결론에 해당되는 1부와 마지막 5부는 새로운 화폐혁명의 전조와 현재 시작된 암호 화폐 발생을 둘러싼 줄다리기와 전쟁들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2부는 1차 화폐혁명으로 물물교환에서 화폐의 시대로 진입한 고대의 역사를 다룹니다. 3부는 2차 화폐혁명으로 신용화폐의 출현, 곧 유럽에서 미국대륙으로의 기축통화국의 이동과 달러의 시대의 역사를 다룹니다. 우리가 현재까지 살아왔던 화폐역사입니다. 4부는 3차 화폐혁명으로 암호화폐의 탄생배경과 거의 확정된 미래에 가까운 시대에 대해 논하고 있습니다. 극적인 변화의 때가 도래했고 변곡점의 꼭대기에 서 있는 우리가 겪어가야 할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1차 화폐혁명에서는 인류의 역사와 경제와 정치역사가 어떻게 어우러져 왔는가를 살필 수 있어 흥미롭습니다. 물물교환에서 보배조개를 시작으로 인류 최초의 화폐단위로 밀 한 단을 뜻하는 세겔은 지금도 이스라엘에서는 화폐단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교환을 위한 도구로 등장했던 화폐는 금괴 25킬로그램을 1달란트, 1달란트는 60미나, 1미나는 60세겔의 단위로 사용되었습니다. 금속화폐의 주조기술의 전파와 종이화폐의 탄생과 유포, 신대륙에서 유행했던 화폐였던 담배, 치즈, 고기, 설탕과 목재를 이어 부드러운 금으로 알려졌던 비버모피까지. 담비가죽을 구하기 위해 러시아는 시베리아로의 동진이 있었고, 러시아의 남진으로 고통을 겪던 청나라를 도와 조선의 나선정벌까지 이뤄졌습니다.

  기축통화국의 탄생은 고대에도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그리스와 로마제국입니다. BC 544년 아테네는 역사상 유래 없는 변화가 발생했습니다. 성경에서 가르친 희년제를 본 떠 그리스에 민주주의라는 정치적 혁명을 이루었던 솔론은 경제에서도 혁신적 개혁을 감행했습니다. 희년은 50년마다 돌아오는 리셋으로 부채를 탕감하고 토지를 원주인에게 돌려주고, 죄수들에게 사면과 모든 채무와 노예상태로부터 해방하는 은혜로운 제도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유대 땅에서보다 그리스에서 이 일이 이루어집니다. 그는 아테네의 은화 드라크마를 최대교역국인 페르시아와 동일한 무게로 만들어 지중해 세계에서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고, 이 힘으로 해군력을 길러 페르시아를 무찌를 수 있는 힘을 비축했습니다. 

  로마의 화폐개혁은 율리우스 카이사르에 의해 주도되었습니다. 정치와 전쟁에서 뿐 아니라 경제에서도 본질을 꿰뚫는 천재적인 재능을 보였습니다. 국가에서 토지를 무상으로 배분하여 자작농을 증대시켜 중산층을 양성하는 토지개혁을 단행했고, 조세를 개혁하고 무엇보다 화폐를 개혁하여 로마의 은화와 금화가 지중해세계의 기축통화국이 되게 만들었습니다. 금과 은의 교환비율을 1:12로, 1년 중 태양과 달의 관계를 따라 설정했습니다. 그리스의 패권이 무너지고 로마제국이 망하게 되는 공통적인 원인은 이후 정치인들과 황제들의 화폐정책으로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인플레이션 때문입니다. 

  인플레이션의 문제는 2차 화폐혁명의 시대 속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재난 같은 현실이 되어 있습니다. 달러와 원화의 가치는 70년 전에 비해서 99% 이상 소멸했습니다. 외벌이로 한 가정이 부양했던 시절은 먼 옛날이 되었고 부부가 함께 일해도 가족부양이 버거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근로소득으로 집을 산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해져 버렸습니다. 이 모두가 인플레이션으로 경기를 부양해 온 금융정책의 문제에서 비롯되었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런 상황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3부에서 현재까지의 달러패권이 정착하기까지의 미국달러 역사를 다루고 있고, 어떻게 지금과 같은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는지 차분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시카고 대학 교수였던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중앙정부가 돈을 발행하는 현재의 화폐제도를 단호히 반대했습니다. 중앙정부가 화폐발행권을 독점하는 체제가 화폐의 다량발행으로 인플레이션으로 경기를 진작시키는 방식으로 근로소득과 저축을 휴지조각처럼 만든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화폐의 탈국가화』라는 책에서 화폐발행의 자유화를 강조하며, 민간주체 누구나 화폐발행은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하며 시장경쟁을 통해서 자발적으로 화폐발행량은 조절되며 결국 우수한 화폐가 살아남는 방식을 취해야 반복되는 비극을 막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핵심이 되는 4부에서는 3차 화폐혁명에서는 암호화폐의 탄생과 발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암호화폐는 거래장부가 은행이라는 중앙 서버가 아니라 다수의 컴퓨터에 분산되어 저장되는 방식입니다. 암호화폐는 특정 주인이 없으며 모든 사람들이 주인이 되는 화폐입니다. 1950년대에 개발되어 지폐대신 사용되어 온 신용카드와 인터넷 이체의 확장으로 지폐의 종말을 예고하는 시점에서 인터넷 시대에 맞는 디지털화폐로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습니다. 카드 분실과 계좌도용, 송금 수수료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현재 시스템에서 인플레이션과 보안의 문제, 송금시간 단축과 수수료에 혁명을 가져온 블록체인 기술위에 주조되는 암호화폐가 등장했습니다.

  저자는 3차 화폐혁명은 피할 수 없고 비켜갈 수 없는 실제요 대세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미래에 일어날 일을 부정한다고 해서 피할 수 없듯이 변화는 곧 현실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화폐의 역사를 톺아내면서 3차 혁명의 한 복판에 있는 우리들에게 변화의 흐름을 지혜롭게 읽어낼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많은 것이 변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변화에도 변할 수 없고 변해서도 안 되는 주의 복음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굳게 붙잡아야 할 진리입니다. 하지만 시대는 변화해가고 있고 지금은 어느 때보다 급하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여름 휴가철에 읽을 만한 책으로 일독을 권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