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로 달려가는 대한민국, 치매라는 더욱 가까이 다가온 문제
한국사회는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고, 초고령사회를 향해 거침없이 질주중입니다. 지금의 20대가 50대가 될 때면, 대한민국의 평균연령이 50대가 된다고 말합니다. 노인들이 사회의 주류층으로 자리 잡을 때가 되면, 노인의 문제는 사회문제와 직결되고 더불어 겪어야 할 질병의 문제들은 싸워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될 입니다. 치매는 현재로서는 불치의 병에 속합니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치매를 겪게 될 경우 당사자 뿐 아니라 가족 전체가 고통과 힘겨운 싸움 속으로 들어갑니다. 치매문제는 보편적 문제가 될 것이고, 가정과 교회, 사회가 씨름해야 할 가장 큰 현실적 문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치매에 대한 전문가적 조언과 성도의 바람직한 자세와 관점 제시
저자 존 던롭(John Dunlop)은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일리노이주 자이언에서 37년간 의사로서 활동한 인물입니다. 공인자격을 갖춘 노인의학전문의로서 트리니티 국제대학교에서 생명윤리학 석사를 받고 동 대학에서 겸임교수를 맡고 있습니다. 예일대학교 의학대학원 소속의 노인의학 단체에서 일하며, 본서 외에도『마지막까지 잘 사는 살』(생명의 말씀사) 또한 번역되어 있습니다. 본서를 통해서 저자는 치매에 대한 전문의로서의 정돈과 종류, 치매의 증세들이 초기와 중기, 말기에 어떻게 달라지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와야 할지에 대해서 전문가적인 조언을 잘 정돈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성도로서 고난의 한 종류에 속하는 치매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와 치매로 고통 겪는 식구들을 교회공동체가 섬길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안하고 있습니다.
치매의 첫번째 증세, ‘위축’
치매가 엄중한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치매를 집적 겪거나 앓는 가족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기 어렵습니다. 치매로 고통당하는 이웃을 돕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치매가 무엇인지, 어떤 어려움과 고통을 수반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치매에 걸린 사람이 좌절하고 울기 시작하거나, 화를 터트리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닙니다. 치매로 인해 가장 먼저 다가오는 증세는 위축입니다. 치매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크고 넓은 세계를 살지만, 치매증세가 시작되면 개인적인 세계는 위축되기 시작하며 결국 방 하나에 갇히게 됩니다. 소외와 냉담, 권태와 우울, 억눌림과 당혹스러움, 두려움과 좌절, 절망, 무시당함, 신경과민과 외로움, 무의미함과 편집증이나 의심이 일어납니다.
막대한 에너지와 감정소모로 지친 부양자...중증이 될수록 부양자 돕는일 긴요
치매가 중증으로 진행되면 자신들의 결함에 대해 그다지 잘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초기 때의 불편한 감정은 지속되며, 망상도 발생합니다.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불안과 근심도 사라지고, 바깥 세상에 대한 의식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긴장에서 자유로워집니다. 자신이 겪는 요실금문제나 이전에 자신을 당황시켰던 일들로 괴로워하지도 않게 됩니다.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죄책감과 그로 인해 예수 그리스도의 죄 용서하심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던 문제들까지 해소되는 역전 현상도 발생합니다. 중증으로 진행되어 갈수록 치매환자보다는 그를 돌보고 지켜보는 사람들이 훨씬 더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다수의 치매환자, 가장 의존하는 부양자 향해 분노 표출하기 쉬워
치매에 걸린 사람보다 치매에 걸린 사람을 돌보는 부양자를 돕는 일이 더 긴요할 수 있습니다. 치매환자보다 부양자가 더 빨리 생을 마감하는 경우들도 많은데, 치매환자를 지지하는 일에 막대한 에너지와 감정소모가 일어나는 이유에서일 것입니다. 환자로부터 오는 어려움은 복합적입니다. 치매에 걸린 환자는 종종 분노를 표출하는데, 특히 가장 의존하는 부양자를 향합니다. 변덕스러움과 감사의 부족, 무관심과 억제력의 상실, 느림과 비난,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더불어 늘 붙어 다니기에 자신의 시간을 확보하는 일이 어렵습니다. 감정이 붕괴되어 통제력을 잃을 때면, 폭력적인 모습까지 보여 안전에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수면장애로 인해 부양자 역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게 만들고, 주변을 엉망으로 만들고 음식을 엎지르거나 소변을 흘리고 낙상하여 상처를 입히기도 합니다.
치매가 진행되면서 부양자가 치러야 할 신체적 희생은 점점 더 늘어납니다. 건강한 식단을 마련할 충분한 시간이 없고, 과도한 스트레스와 수면부족으로 신체적 희생을 치러야 합니다. 부양자의 마음은 결코 편히 쉴 수 없고, 항상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환자의 요구사항과 이상행동에 긍정적으로 반응해야 하는 정신적 희생이 따릅니다. 치매환자를 돌보는 일은 막대한 시간과 에너지 소비로 이어지고, 부양자의 사회적 관계를 희생시키게 될 것입니다. 더불어 치매환자 중심의 변화와 치료를 인한 재정의 고갈은 어떤 이들에게는 치명적인 고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성도로서 치매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또 고통당하는 환자나 부양자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치매환자 당사자는 모든 고난에는 목적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한다
우리는 우리에게 다가오고 발생하는 모든 일에도 하나님의 목적이 있음을 믿습니다. 하나님은 실수하지 않는 분이시고, 뜻하신 바를 포기하시거나 저버리시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부모가 겪는 치매를 막으실 수 있는 분이시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질병과 고난을 허락하신다면, 하나님은 선하신 분이 아니거나 사랑이 넘치는 분이 아니십니까? 아닙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고난과 역경이 우리를 불편하게 하고, 고통스럽게 만들기도 하지만 고난으로 하나님의 영화롭게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나님은 악을 선으로 바꾸실 수 있는 분이시고, 나쁜 일을 사용하여서도 좋은 열매를 맺게 하시는 분이심을 굳게 믿어야 할 것입니다.
부양은 하나님으로부터의 특별한 소명이며, 부르심이다
가족이 치매를 앓게 되는 일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가 임의로 시작한 일이 아닙니다. 어찌 보면 부양의 책임이 억지로 떠맡겨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창조주이시고, 우리의 삶을 이끄심을 안다면 부양하는 일의 어려운 일이 우리의 성품을 다듬고 주님을 닮아가도록 하시는 데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신뢰해야 합니다. 부양을 친절과 사랑의 하나님으로부터의 부르심으로 인식할 때 불만과 불평의 운명론에 빠지지 않을 수 있고, 난관과 같은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이루실 일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소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부양자의 부양자가 되심을 굳게 신뢰해야 할 것입니다.
치매환자와 부양자를 돕기 위한 교회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
교회는 고통의 신학 문제를 분명하게 가르쳐야 합니다. 치매와 같은 어려움이 우리의 삶 속에 들어오도록 허락하시는 것도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으로 돌보시는 것의 일부라는 것을 분명하게 교훈해야 합니다. 고통이 우리를 위한 하나님의 뜻이며, 고통에 목적이 있다는 것을 확고하게 인지시켜야 합니다. 더불어 교회가 환자와 부양가족을 도울 구체적인 방법들이 체계적으로 서야 합니다. 교회는 위축된 가정에 대한 환대와 수용이 필요합니다. 가족을 위한 직분자의 심방, 돌보는 일들의 휴식을 위한 집안일 거들기와 기도와 상담 그리고 재정적 도움이 필요합니다. 소그룹이나 구역이 부양자를 위한 지지그룹을 형성하여 씨름을 끝까지 인내하며 종주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지지해 가야 합니다.
교회가 함께 치매 환자의 마지막 시간이 편안하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고려해야
치매의 끝은 죽음입니다. 치매 뿐 아니라 인생의 끝에서 모두가 직면해야 할 동일지점이기도 합니다. 죽음은 강력한 적이지만 이미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패배하였습니다. 죽음은 생명에 삼킨바 되었습니다. 우리가 이 땅에서 눈을 감을 때, 주님의 품에서 눈을 뜨게 된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전할 수 있다는 것은 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죽음의 때는 오직 하나님의 주권에 달렸으며, 죽음은 그리스도 안에서 더 이상 저주가 아니라 천국의 관문이 되었음을 분명하게 숙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치매가 불치병인 상황에서 죽음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치매환자들 가운데 고통스럽게 마지막을 맞이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더욱이 죽음 이후에는 주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마지막 시간들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들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교회에 속한 식구로서 치매를 앓는 지체들과 부양하는 가족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될 것입니다. 지금도 적지 않은 지체들이 난관 속에 있습니다. 형제들을 돕기 위한 관심과 손길이 필요합니다. 치매는 개인적인 문제를 훌쩍 넘어갑니다. 치매는 한 가족이 감당하기에는 지나치게 큰 문제입니다. 치매는 이제 교회의 문제가 되어야 합니다.
이종인 목사(울산언약교회, 울산대학교 철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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