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론의 직분과 역할을 뛰어넘어 '개인과 교회와 사회적 성화의 방편'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은사문제만큼 한국교회를 어렵게 만든 문제가 있을까? 은사에 대한 여러 가지의 입장과 의견충돌로 혼란을 겪어왔고, 여전히 문제들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은사에 대해서 터부시하며 무시하고 피상적인 인식으로 그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은사에 지나치게 몰입하여 교회의 질서에서 이탈하는 경우들도 종종 발생한다. 하나님의 선물인 은사에 대한 바른 이해 속에서라야 교회를 질서 있게 세워가는 일에 역할을 할 수 있고, 우리를 둘러싼 삶의 자리 곧, 공공의 영역에서 이웃과 더불어 회복된 하나님의 형상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은사는 우리의 존재문제 뿐 아니라 삶의 문제까지 다루는 긴요한 문제다.
저자는 해군장교로 10년간 복무하던 중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목사가 되었다. 미국 남침례신학교에서 목회학석사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미국에서 접한 개혁주의신학에 대한 갈증으로 고신대학교에서 교의학석사에 이어 박사과정 중에 있다. 부산에 소재한 깊고넓은교회를 개척하여 목회 중에 있고, <교회를 위한 신학포럼> 연구위원으로 섬기고 있다. 필자와는 신학과 교회에 대한 좋은 교제를 이루고 있고, 한 달에 한 번 소요학파처럼 산행과 트레킹을 통해 몸과 마음의 끈끈한 소통을 이루어가는 중에 있다.
“은사는 하나님 편에서 자유롭게 주시는 선물”
본서는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칼뱅의 은사이해」를 4장으로 다루고 있고, 2부 「성화와 은사」에서는 총 6장을 통해 교의학적 관점으로 해설하고 있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건강한 은사론 정립을 위한 아홉 가지 제언」을 통해 실천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유익한 적용점을 담고 있다. 맨 첫 장 <칼뱅의 은사이해>에서 은사에 대한 성경적 입장과 칼뱅의 입장을 탐구해 나가고 있다. 은사는 하나님 편에서 사람들에게 자유롭게 주시는 선물임을 강조한다. 사람의 노력이나 믿음의 분량에 따라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적 선물이 은사다. 아우구스티누스의 분류를 따라 믿는 자들이 받는 초자연적 은사와 함께 믿지 않는 이들 또한 자연적은사로 삶과 직업을 구성하여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타락으로 사람은 영적인 은사는 상실했으나 자연적 은사는 죄로 부패하였을 뿐 여전히 소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2장에서는 은사를 다루는 신약의 본문주석에 집중하고 있다. 로마서12:6-8절에서 사도바울이 언급하는 7가지 은사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한 교회를 세우기 위한 것임을 설명한다. 은사는 개인의 유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몸 된 교회를 세우기 위함이다. 고린도전서12:8-10절에서 방언은사의 현재적 종결을 설명하면서, 칼뱅이 통역 없는 방언이 교회에 아무런 유익이 없기에 쓸데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던 부분을 예로 들고 있다. 근본적으로 은사는 개인의 자랑이나 유익이 아니라 몸을 세우는 역할을 위해 주어진 것이다. 에베소서4:11-12절에서 사도와 복음 전하는 자, 선지자에 대한 해설을 통해 말씀 맡은 사역자 목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어 사도행전8:14-17을 해설하면서 하나님의 전능성과 우리시대에도 일하심에 대한 부분을 열어두고 있다.
하나님은 연약하고 부족한 사람을 통해
교회를 세우기를 기뻐하셨다
3장 “『기독교강요』에 나타는 은사이해”를 다루면서 타락 전 하나님의 형상은 하나님의 선물로 모든 다른 피조물들과 구별되는 선물로 참된 지식과 의로움, 거룩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타락 후 하나님의 형상은 기형의 상태가 되었으며, 죄로 오염되고 비뚤어졌지만 하나님의 형상은 여전히 남았으며, 여타의 피조물들과 구별되는 탁월한 이성과 의지를 보존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만, 부패하여 지성은 흐려졌고 의지는 부패하여 하나님을 대적하는 데로 기울어졌다고 이야기한다. 우리의 구속과 관련하여 그리스도는 왕이시오, 대선지자이시며, 대제사장으로의 사역으로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데로 이끄셨다고 설명한다.
교회와 관련하여 칼뱅의 은사이해는 ‘직분중심의 교회’이다. 하나님은 직접 통치하시거나 완벽한 천사를 보내지 않고, 연약하고 부족함이 머무는 사람들을 통해 교회를 세우기를 기뻐하셨다. 여기에서 교회적 은사인 목사와 장로, 집사의 역할의 핵심을 간략하게 개진한다. 교회의 네 가지 속성인 “하나의 거룩하고 보편적이고 사도적인 교회”과 연관하여 은사를 설명하고 있다.
개인, 교회, 공공선에서의 성화
‘하나님 형상의 회복’과 은사
제2장 「성화와 은사」에서는 은사를 개인과 교회, 공공선에서의 성화 즉, 하나님의 형상의 회복으로 보는 참신한 입장을 잘 관철해나가고 있다. 창조론과 연관하여, 타락한 문화의 회복을 이야기하고, 인간론과 관련해서는 하나님의 형상의 회복을 이야기한다. 성도는 이웃을 사랑하고 세상 안에 현존하는 그리스도의 형상으로 살아야 하며, 주어진 은사를 구체적으로 발휘해야 할 무대로 보고 있다. 은사를 교회론적 관점을 넘어 인간이해와 공공적 역할의 부분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기독론과 관련해서는 그리스도의 삼중직을 받아 역할 하는 ‘그리스도인’을 강조하고, 성령론과 교회론의 관점을 보태어서 ‘은사이해’를 더 풍성하게 다루어가고 있다.
모든 사람은 은사를 가진
하나님의 형상이다
마지막으로 에필로그에서 바른 은사이해를 위한 9가지 제언을 담고 있다. 첫째는 성령하나님에 대한 바른 이해의 긴요성, 둘째는 은사에 대한 삼위일체론적 이해를, 셋째는 성경중심의 은사이해를, 넷째는 은사를 성화적 관점에서 살필 것을, 다섯째는 은사의 주권이 사람이 아닌 하나님의 주권적인 선물이라는 점을, 여섯째는 교회를 넘어 공공선의 영역에의 적용까지 확장하는, 일곱째는 여섯 번째와 연관하여 은사에 대한 광의적 이해까지 다루어 가기를, 마지막 아홉 번째는 은사에 있어 단절성과 지속성에 대한 균형적 관점을 권하고 있다.
본서의 장점을 세 가지를 꼽자면, 첫 번째는 성경을 중심하여 은사를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두 번째는 칼뱅과 더불어 삼위일체론적 은사 이해이다. 은사가 하나님의 주권적인 선물이라는 점을 성부하나님과 관련하여서는 창조와 하나님의 형상으로 설명하고, 성자와 관련해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삼중직과 연관하여 풀어내고, 성령하나님과 관련해서는 주권적인 역사로 그려내고 있다.
은사를 교회론의 직분과 역할로만 한정하지 않고, 창조 전과 후, 신론과 기독론, 교회론과 성령론과 함께 공공신학적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어 참신하다. 마지막으로 ‘하나님의 형상’으로 은사를 해설함으로 성도들 뿐 아니라 하나님을 모르면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은사를 가진 하나님의 형상임을 드러낸 점은 주목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으로 더 깊이 연구해 주기를 고대한다. 한국교회에 적실한 은사이해와 적용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널리 추천하고 싶다.
이종인 목사(울산언약교회 담임, 울산대학교 철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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