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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문화/이종인 목사와 이 달의 책

교회의 담장을 넘어서는 하나님나라

 

 

성경신학적 관점과 조직신학적 전망으로
바라본 하나님나라!

교회와 국가는 구분되지만
하나님 통치아래 머문다는 점에서
분리되지 않는다

불교와 유교의 변질과 변화에 이어 유입된
기독교 복음은 과연 자유로운가? 


  하나님나라에 대한 논의는 해묵은 논의이다. 하나님나라는 거대담론으로 성경을 관통하는 주제로써 성도들이 피해갈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주제이다. 고등학교 시절 수련회에서 전도사님을 통해, 목사님을 통해 무수하게 반복적으로 들어왔던 주제가 하나님나라이다. 나 또한 신학교 시절과 전도사시절은 물론이고 현재까지 본 주제에 대해 강의해왔고 나눠왔고 공부해왔다. 성경은 교회에 주신 하나님의 말씀이지만, 교회가 자리 잡은 세상과 우주에 대해서도 통합적으로 전하고 있다. 성경은 교회의 회복만을 말하지 않고 우주의 회복, 즉 하나님나라의 완성을 예고하고 있다. 하나님나라에 대한 수많은 저작들이 있으나 나는 본 서를 단연코 추천하고 싶다. 


  저자 유태화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나의 박사 선생님이다. 석사(Th.M.)과 박사(Ph.D)과정을 지도받았다. 단아하고 고요한 저자와의 교제로 학문적인 부분뿐 아니라 신학이 교회와 삶을 떠나 사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중요한 교훈을 받았다. 지금껏 이어져가는 교제가 즐겁고 감사하다. 저자는 총신대 신대원(M.Div. & Th.M.)과 남아공 프리토리아 대학 신학부(M.A.)와 네덜란드 자유 대학교 신학부(Th.D.)에서 공부하였고, 지금은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조직신학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삼위일체론적 성령론』,『삼위일체론적 구원론』,『살리는 것은 영이니 육은 무익하니라』 등이 있다. 


  본서는 총 2부 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부피는 크지 않으나 하나님나라 담론에 대해 알차고 치밀하게 다루어내고 있다. 1부에서는 성경신학적 서사의 전망에 따라 하나님나라(아우토 바실레리아)에 대해서 살핀다. ‘하나님나라’라는 거대담론을 구약으로부터 시작하여 신약을 관통하고 종말의 빛에서까지 한꺼번에 훑어낸다.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사역으로 성취된 하나님나라와 우리시대의 현존 그리고 미래에 이루어질 하나님나라에 대해서 논한다. 신약성경에서 다루고 있는 하나님나라의 두 전망으로 지상의 교회와 천상의 교회를 정돈하고, 최후 심판 이후에 펼쳐질 내용을 차례대로 살펴간다. 4장, 「갈등하는 하나님나라」에서는 ‘이미’와 ‘아직 아니’의 현 상황에서 치러지고 있는 진리와 거짓의 싸움과 이 갈등과 대결로 부름 받은 교회의 현 위치와 좌표를 뚜렷하게 드러낸다.


  1부가 성경신학적 관점에서 하나님나라를 다루었다면, 2부는 조직신학적 통합의 전망에서 하나님나라를 다룬다. 성경신학과 조직신학을 아우르는 저자의 탁월성이 도드라지는 부분이다. 저자의 교의적 내용과 주장은 사변적이고 철학적인 근거대신 철저하게 성경에 근거하여 전개되는 진실함이 한껏 깃들어있다. 저자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의 신학자 4인, 칼 바르트와 에밀 부르너, 코르넬리우스 반틸, 아브라함 카이퍼를 소환하여 일반계시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와 긍정적 견해로 묶어 논한다. 왜냐하면 일반계시에 대한 견해에 따라 하나님나라의 ‘광장’에 대한 관점이 갈리기 때문이다. 창조와 구속이 분리되지 않는 통합된 우주적 하나님나라의 관점에서 하나님나라의 공적 특성과 우리시대의 사상의 공론장인 광장과 조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나라는 시간과 공간을 모두 포함하고 있으며, 하나님나라는 사적인 영역을 넘어 세상의 한복판에 자리 잡은 교회이기에 광장에서 떠나 설 수 없다. 교회가 특별은혜의 산물로 국가나 세상과 구별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하나님나라는 교회의 범주를 넘어선다. 하나님의 통치는 교회의 담장을 넘어 공공의 광장에 미치며 온 우주에까지 이른다. 특별히 7장에서는 성속 이원론과 교회와 국가를 분리시켜버린 루터신학의 한계를 논하고, 이 영향아래에서 축소되고 왜곡된 신학과 교회적 현실을 비판한다. 율법과 자연법은 구분되나 분리될 수 없고, 교회와 국가 역시 구분되나 하나님의 통치아래 머문다는 점에서 분리되지 않는다.


  교회와 국가를 분리시켜버린 두 국가론의 폐해는 역사가 증명한다. 히틀러의 폭력성과 야만성에 대해 국가와 교회는 분리되어 있다며 교회는 아무런 저항 없이 히틀러를 축복했던 예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축복하는 러시아정교회의 성속이원론의 결과로 재현되고 있다. 저자는 창조에 내포된 하나님나라를 이야기하며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백성은 인간만이 아니라 온 우주를 포괄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성전신학』의 저자 그레고리 비일(Gregory Beale)이 상정한 에덴동산과 그 밖의 세상의 질적 차이를 상정한 것을 비판하며, 이는 성과 속의 이원성을 창조에 수반된 현상으로 파악하는 것으로 개혁파신학의 궤와 다른 주장이라는 점을 드러낸다. 하나님은 이 땅을 포기하지 않으심의 방증이 교회탄생의 이유라는 점을 강조하며, 창세기1-2장에서 시작된 하나님나라의 노정이 요한계시록 21-22장의 최종완성의 구현까지 이르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저자는 구속의 공동체로써의 거룩한 교회와 구속받고 은혜 입은 교회의 특별함에 대해서 강조한다. 교회는 하나님의 비밀을 가진 대채불가한 특별한 공동체 됨을 분명히 한다. 더불어 하나님나라의 보편적 지평을 품은 공동체로써의 사명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교회는 세상보다 더 분명한 지식을 소유했고, 더 넓은 우주적 전망을 지켰기에 이 땅 가운데서 부르시는 하나님의 소명에 부응해야 함을 힘주어 말한다. 교회는 자기 자신에 함몰되어서는 안 되며, 성육신하신 그리스도를 본받아 어둠과 절망에 주저앉은 이 땅을 위한 눈물과 수고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교회는 교회 자신을 위해 살지 않고 머리되신 주님과 더 큰 하나님나라를 위해 헌신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개혁파 신학자들 가운데 아무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특별한 시도를 9장에서 하고 있다. “종교의 광장에 선 하나님나라”에서 한민족의 민족적 특성과 종교적 바탕으로 샤머니즘(Shamanism)에서 강조되는 하늘 아버지의 유일신 사상과 사제이며 중간자이며 길흉을 전하는 신탁을 전하는 무당(shaman)을 통해 다신론적 토양을 논한다. 이 바탕위에 유입된 불교와 유교의 변질과 변화, 이어 유입된 기독교 복음이 이 토양에서 자유로운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던지고 있다. 한국교회는 종교의 광장에 서 있다. 다행히 여타의 지역에서처럼 종교로 인해 살육전이 벌어지는 호전적인 상황은 아니다. 여타의 종교들과의 관계에서 교회의 거룩함과 특별한 은혜를 일반화시키시는 왜곡된 연합을 우려해야 하지만, 동시에 일반은총 안에서 공공의 영역에서 협력하고 친절한 관계를 지향해가야 함을 권하고 있다. 


  설교자의 관심이 출석하는 교회의 맥락에만 고정되어 있어서는 안 되며, 하나님나라의 지평을 담아내기를 힘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교회로 회집하는 구성원인 성도들은 모두 다양한 삶의 지평 속에 살아가고 있으며 씨름하고 있다. 하나님나라의 삶은 교회적 삶에 갇히지 않고 교회의 담을 넘어선다. 회중들의 삶의 전망을 끌어안고 고민하는(약2:11-17) 태도가 필요하며, 교회에서 삶으로, 삶에서 교회로 순환적으로 움직이는 역동적인 힘으로 교회와 세상의 두 영역(realms) 모두를 살리고 하나님의 통치(ruling)을 드러내는 일에 헌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회공동체로써의 모임의 예배와 삶으로의 예배 모두에서 하나님의 영광과 통치는 구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저자의 배려로 책이 출간되기 몇 개월 전에 내용을 탐독하는 특권을 누릴 수 있었다. 읽어내는 중, 마치 교실에서 강의하던 음성이 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조직신학자이지만 충실하게 성경본문의 토대위에서 논의를 전개하고, 비평해나가는 저자의 특징 있는 교수법은 강의하는 언어에서 뿐만 아니라. 저자의 문장에서도 여상하게 드러난다. 총 9장으로 구성된 적지않은 분량이지만 독자들을 배려한 가독성 있는 글에 저자의 땀과 애씀이 느껴진다. 하나님나라에 대한 관심과 공공신학에 대한 공부를 생각하는 이들에게 필독서가 되지 싶다. 교회에서 청년. 교우들과 읽고 토론할 수 있는 하나님나라에 대한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강력하게 추천한다!

 

이종인 목사
울산언약교회 담임
울산대학교 철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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