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취업난이 심각하다. 기업들은 경쟁과 성공을 위해 원가절감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인건비부터 줄여간다. 어느새 몸 쓰는 직업들은 AI와 경쟁해야 하는 때가 왔다. 4차 산업의 확대로 국내에서는 노동집약산업이 줄고 첨단 산업으로 재편되어 가고 있다. 프로그램 엔지니어들의 수요는 늘어가지만, 인문학을 비롯한 이론 사업과 노동력에 의존하는 직업군은 현저하게 줄어가고 있다. 현재의 청년세대에 평생직장의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다. 서가에 자기 계발서가 난무하고, 자기를 위한 삶의 철학, 직장에서의 승리의 비법들을 탐독한다.
소명과 직업의 관계를 하나님과 말씀 앞에 세우지 않으면, 심각한 괴리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교회와 일터가 분리되어 버리고, 교회에서의 삶과 일터에서의 삶이 분절되는 이분법적 삶으로 토막 나기 쉬운 때이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직업은 하나님의 부르심임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일은 긴요한 일이다. 본서는 성도 된 우리에게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직업적 소명에 대해 논하고 있고, 우리의 서 있는 위치와 방향을 환기하는 매우 중요한 책이다. 소명이란, 하나님께서 정하시고 부여하신 일종의 삶의 방식이다. 우리를 부르신 하나님의 소명 앞에 어떻게 들어가고, 유지하며, 마무리할 것인지 총체적으로 논하고 있다.
“일반 소명은 특별 소명에 앞선다.”
본서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일반 소명에 대해서 논한다. 저자는 일반 소명과 특별 소명을 구분하는데, 일반 소명은 특별 소명에 앞선다고 강조한다. 일반 소명은 모든 성도들에게 주어진 소명으로 가족관계와 교회를 위한 부름이다. 특별 소명은 각 개인에게 주어진 은사에 따른 직분이나 직업으로의 부름이다. 일반 소명은 성도가 가지는 공통의 의무로써 기도와 교회를 세우는 일, 우리에게 주신 복을 따라 형제를 세우기 위해 나누는 일이다. 형제 사랑으로 지체들을 돌보고 섬기는 일이 모든 성도들에게 주신 소명이다. 자신의 가족을 돌아보는 일이 우선인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우리에게 있는 자산과 은사 중 어느 것도 우리 소유인 것은 없다. 청지기로써 관리하고 나누어야 할 것이고, 마지막 날에 이 일에 따른 결산이 이루어질 것이다.
소명은 하나님과 가족, 이웃과 공공을 섬기는 데 사용되어야
2부에서는 개인소명에 대해 논한다. 우리 모두가 가진 은사에 따른 직업으로의 소명에 대한 이야기다. 모든 사람은 은사에 따라 소명에 구별이 있으며, 지위에 따른 구분이 존재한다. 소명을 부정하는 일은 무질서를 형성하게 되고 짐승 같은 삶으로 인생을 무너뜨린다. 퍼킨스는 부자이면서 놀고먹으며 교회나 공공을 위해 어떤 기여도 하지 않는 삶을 저주받은 삶이라고 말하고, 수도사와 같은 삶을 비참한 상태라고 꼬집는다. 교회의 직분자인 목사와 장로부터 시작해서 모든 직업에의 헌신을 하나님의 소명으로 다루어 논한다. 직업의 목적이 자신의 명예와 세상의 재물, 이익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라면 소명을 오용하는 것이며, 하나님과 가족, 이웃과 공공을 섬기는 데 사용되어야 함을 설명한다.
소명에 따른 일은 탐욕과 불의를 피하고 반드시 유익해야 한다
3부에서는 소명의 바른 사용, 즉 직업의 바른 사용에 대해서 논한다. 직업의 바른 선택과 바른 소명 안에 들어가고 머물고 떠나는 부분까지 디테일하게 이야기한다. 직업의 선택에 있어서는 정당하고 합법적인 직업을 선택해야 하며, 자신에게 적합한 직업을 정해야 하고, 그중에서도 최선의 직업을 택하도록 권하고 있다. 직업 선택의 시작에 있어 내적인 소명과 외적 소명이 모두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이 선호하는 것뿐 아니라 사람들의 승인과 인정이 요구된다. 이중직에 대해서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단, 소명에 방해받지 않아야 하고, 공공에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허락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적절, 유익, 필수적이며 “조용히 자기 일을 하는 것”이 중요
직업을 유지하기 위한 세 가지 조건도 언급하고 있는데, 일이 적절해야 하고, 유익해야 하며, 필수적이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조용히 자기 일을 하는 것(살전4:11)”이다. 남의 일이나 지위, 조건들을 탐내는 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자신에게 주신 소명에 충실하지 않고 비교 속에 스스로를 좌절 속에 내몰거나 헛된 호기심으로 넘보는 일들을 삼갈 것을 강조한다. 소명에 따른 일이 반드시 유익해야 한다. 이웃과 공공에 유익을 끼치는 일이어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부르신 소명의 자리와 일을 통해서 우리를 성화시켜 가신다. 하나님의 자녀로 구별하여 거룩하게 하시고, 인내로 충성을 배울 수 있게 하신다. 직업수행에 있어 피해야 할 무서운 악덕은 탐욕과 불의이다. 부와 재물이 우리의 주인이 되지 못하게 해야 한다. 탐심에 사로잡혀서는 소명에 따라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야심과 시기와 성급함을 멀리하라!
우리에게 주신 직업(소명)을 지속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세 가지 장애물은 언급하고 있다. 야심과 시기 그리고 성급함이다. 야심은 자신을 높게 평가하여 자신의 특별소명보다 더 나은 위치를 갈망하는 야망이다. 하나님의 부름보다 자신의 야심을 따라 소명의 자리에서 떠나게 만든다. 시기는 다른 사람의 소명이 자신의 소명보다 더 아름다워 보이고, 우월해 보이고 멋있어 보이기에 시기함으로 자신에게 주신 자리를 떠나게 한다. 이는 사회와 교회 모두에게 있어 해악이 된다. 성급함은 우리 시대와도 연관되어 있다. 교회의 직분이나 사회의 직급을 향해서도 사람들이 더 선호하고 인정하는 데를 따라 유리하고 표류하는 일이다. 소명 수행에 어려움과 불편함이 생길 때 인내치 못하고 조바심을 내어 기존 소명을 내버리고 떠나가 버리는 문제이다.
마지막 때를 기억하며 소명에 따른 삶을 채워가라
4부는 바르게 소명에서 떠나는 문제, 곧 은퇴와 관련된 것을 다루고 있다. 소명에서 자유 하여 사임하는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 논하는데, 사임은 우리 자신 스스로 결정할 문제로 보지 않고 정한 시기를 따라 적절해야 한다고 말한다. 군인의 예로 드는데, 하나님께 속한 군인은 자신의 의사대로 전쟁터를 떠날 수 없는 것처럼, 합법적인 시기에 따라 사임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퍼킨스는 직업에서 떠나는 것을 가변적인 사임으로 말하면서, 영속적 사임을 따로 언급하는데, 이는 최후 심판대에서 하나님 앞에서 받을 회계와 심판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우리가 다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서리라. 이러므로 우리 각 사람이 자기 일을 하나님께 직고 하리라(롬 14:10, 12)” 퍼킨스는 우리가 받은 선물들과 은사들을 기록하고, 그에 따라 행한 내용들을 기록하여 삶을 우리의 소명에 따른 삶을, 그날을 기억하여 채워가라고 권고하고 있다.
본서에서 단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작은 소책자임에도 직업론에 있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책으로 여겨진다. 한계를 찾자면, 윌리엄 퍼킨스는 16세기 사람이라는 점이다. 그는 21세기를 살아보지도 못했고, 이러한 막대한 변화를 예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평생 수십 번의 직장을 옮겨 다녀야 하는 삶을 어찌 상상했을까. 직업을 천직으로 여기며 부름 받은 자리에 머무를 것을 강조하는 그의 논의를 문자적으로 끼워서 맞추기는 힘들다. 그런데도 우리가 소명의 의미를 이해하고 주어진 자리에 만족하며, 하나님의 소명자로 살아가야 하는 원리에 있어서는 명징한 대책을 제시해주고 있다. 소명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담고 있다.
소명에 대한 퍼킨스의 이해는 매우 탄력적이고 지혜롭다. 이중직에 대한 현대적 논의에도 유연성과 탄력을 가진 적용이 가능하다. 마치 오늘날의 논의에 해답을 주는 듯 적용할 수 있는 해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일반소명과 특별 소명의 구별과 일반 소명의 우선성은 자칫, 직분이나 직업에 경도되어 가족과 이웃, 교회를 위한 기본적 소명에서 떠나가는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명쾌한 우선순위를 제시해주고 있다. 직업 선택에 있어 성경적인 직업 선택에 대한 기준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어 학생들과 청년들, 직장을 옮겨가야 하는 직장인들에게도 매우 유용한 책이 될 것이다. 직업을 자기 이익과 명예를 위한 씨름장이 아니라 소명의 자리로 바꾸어 줄 것이다. 가을이 스며드는 9월에 교회 식구들과 함께 읽기를 추천한다.
이종인 목사
울산언약교회 담임
울산대학교 철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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