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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문화/이종인 목사와 이 달의 책

도시구원

 

하나님을 중심으로 한 도시!
도시를 구원하고 회복할 비전을 제시하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뀌면서 대한민국은 급격하게 거대도시로 구성된 국가로 변모했다. 경제와 문화의 중심이 도시에 집중되면서 사람들의 대다수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인구급감에 대한 경종이 울리면서 수도권 집중에 대항하여 사활을 걸고 지방 도시들은 연합을 구성하여 인구유출을 막기 위해 안간힘이다. 800만의 부울경-메가시티나 대구‧경북을 포함한 1,200만의 경상-울트라메가시티를 모색해나가고 있다. 사실 도시형성의 기원은 인류의 초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자크 엘륄은 도시는 하나님을 떠난 인간이 자기보호와 안전을 위해 만든 것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말한다. 가인은 동생 아벨을 죽이고 도망쳐 성을 쌓았고 그 이름을 에녹이라 불렀다.


  에덴은 하나님이 창조한 공간이었지만 에녹은 타락한 인간이 자구적으로 건설한 장소였다. 에덴은 하나님이 중심이지만, 에녹은 인간이 중심이 되는 장소다. 도시는 단순히 사람들이 모여 정치제도와 시장을 중심으로한 경제로만 구성되는 곳이 아니다. 도시는 영적인 곳이며 도시의 중심에는 언제나 성전이 아니면 신전이 머물러 영적 문화를 지탱한다. 하나님을 밀어낸 공간은 필연적으로 다른 것으로 매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도시는 사탄이 접수한 곳이기에 포기해야 할 지대인가? 아니다. 성경은 하나님을 중심한 도시를 창세기의 에덴에서부터 요한계시록의 새 예루살렘까지 구원하고 회복할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복음과 기독교의 역사 역시 도시를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주님은 갈릴리 해변도시 가버나움을 전초기지로 삼았고, 시장과 어귀 뿐 아니라 유대의 수도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셔서 강론했다. 바울 또한 도시를 거점으로 복음을 전파했고, 교회를 설립했다. 바벨과 소돔, 니느웨에서 보듯 도시는 하나님께 대한 반역의 중심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타락한 도시는 구속의 대상이기도 하다. 도시는 언제나 그 중심에 영적인 성소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을 통제하고 추동하는 영적인 중심이 있다. 여기에 도시의 한복판에 하나님나라의 콜로니로 존재하는 교회의 역할이 있다.


  저자 김승환 박사는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고, 동대학원에서 신학석사를 취득했고, 이어 “기독교와 문화”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도시공동체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공공신학과 기독교공동체주의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남자, 영웅을 꿈꾸다』(책과 나무, 2014)와『공공성과 공동체성』(CLC, 2021),『우리시대의 그리스도교 사상가들』(도서출판 100, 2020), 『혐오와 한국교회』(삼인, 2020) 등이 있다. 


  본서는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창세기의 에덴에서부터 요한계시록의 새 예루살렘까지의 도시 신학에 대한 담론을 공공 신학적 관점과 반대되는 급진정통주의적 관점을 비교하면서 참신하게 개괄하고 있다. 1장, <도시로 돌아온 종교>에서 도시는 영적 공간, 종교적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도시화는 하나의 종교적 현상이라고 말한다. 마을이 형성되고 사회체계가 완성되는 과정에는 종교가 중심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2장 <왜곡된 도시의 근대적 욕망>에서는 근‧현대의 도시가 영적인 면을 간과함으로 발생한 끔찍한 허무와 비인간화의 공백을 영성으로 채워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여기에 교회의 역할이 놓여 있다고 말한다. 


  3장 <땅에 건설된 유토피아>에서는 근대의 도시와 국가는 교회의 패러디이며, 교회와 복음을 새로운 시스템으로 왜곡한 모방이며 뒤틀린 모조품이라는 점을 밝힌다. 거룩한 교회 대신에 거룩한 민족과 국가라는 이미지로 신앙과 같은 애국심을 요구했다.  국가마저 미심쩍어진 현대에는 맘몬에 대한 숭배가 하늘을 찌를 듯 높다. 도시의 심장부에 금융센터가 자리 잡고 돈의 성소를 찾아 쇼핑몰을 순례하는 맘몬 숭배자들. 오늘날의 도시는 맘몬이 중심에 똬리를 틀고 앉았다.


  4장 <성서의 도시, 이중적 자화상>에서 하나님은 백성의 만남은 언제나 장소를 토대로 전개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창조와 구속의 모든 관정 또한 땅 위에서 이루어졌다. 성경은 에덴에서 시작해서 새 예루살렘에서 마무리된다. 새 예루살렘은 종말론적 비전이자 하나님의 도시가 완성되는 모습이다. 5장 <새로운 예루살렘을 향한 비전>에서는 종말론적 도시공동체의 모습과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종말론적 도시공동체는 ‘거래’가 아닌 ‘선물’로 형성되는 관계망이다. 선물의 가치는 계산과 교환의 시스템으로 파악되지 않는다. 교회는 세속의 시장경제질서에 대항하여 선물공동체를 꿈꾸고 있다. 


  6장 <공적인 그리고 공동체적인 도시>에서는 교회의 공공적 역할에 대해 강조한다. 교회는 교회 자신을 위해 살지 않고 하나님나라를 위해 존재한다. 교회는 속해 있는 도시를 위한 헌신과 수고, 열린 마음으로 시민사회를 향한 기여해야 한다. 저자는 도시 안에서 이방인들과 연대할 수 있는 공통가치 세 가지를 이야기하는데, 첫째는 평화와 협력, 둘째는 사회정의와 평등, 마지막으로 이웃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 한다. 7장 <도시의 순례, 성찰적 여정>에서는 성도들은 모두 도심 속 순례자로 살아가는 자들이며, 완전한 도성을 향한 여정 중에 있다고 말한다. 8장 <예전적 도시 공동체>에서는 국가의 잘못된 이상주의와 폭력과 욕망의 추동에 굴복하지 않고 참된 대안이 되는 교회공동체의 역할을 강조하며, 9장 <정의와 환대의 평화공동체>에서는 환대의 정신에 대한 제언으로 책을 갈무리하고 있다. 


  도시에는 호객꾼들이 많다. 국가는 영구한 평화를 약속하지만 거짓말이다. 무력과 전쟁을 통한 임시적인 평화만을 달성할 뿐. 도리어 전쟁터에서 피의 제물을 요구한다. 맘몬은 사람들에게 노후에 대한 든든한 보호와 안전에 대해 약속한다. 돈은 하나님처럼 넉넉한 안전보장을 약속하지만, 이는 미묘한 속임수일 뿐이다. 맘몬에 예속된 사람들은 결국 자신조차 결국 거래상품으로 전락하고 만다. 거래로 환산되는 곳에서 인간성이란 한낮 숫자에 불과하다. 돈을 숭배하는 이들은 결국 존엄도, 자유도 잃고 노예가 되고 만다. 


  인구 100만이 넘는 도시, 울산은 메가시티다. 도시의 중앙에 자리 잡은 허영의 시장에는 오늘도 소비를 위해 몰려는 순례객들로 붐빈다. 하나님과 예배하는 중심을 잃어버린 도시민들은 우상숭배에 몰입하고 있다. 교회는 울산의 중심을 회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회복하여야 할까? 왜곡된 영성에 대항하여 교회는 어떻게 서야 할까? 도시와 반목하고 분리하여 포기해야 할까? 포기할 수 없다면, 어떻게 공통의 지점을 발견하고 도시와 교통하며 중심을 회복할 수 있을까? 저자는 회복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환대, 선물의 문화와 은혜의 약속에서만 길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이종인 목사(울산언약교회 담임, 울산대학교 철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