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인종, 세대, 언어적 갈등이 해소되고 전쟁의 아픔이 그치게 하소서!’
구약성경에는 130여 회 전쟁이 기록되어 있다.
지금도 러시아의 침략으로 우크라이나는 1년 넘게 전쟁을 치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은 고통과 절규 속에 전쟁이 끝나기를 기도하고 있다.
대한민국도 1950년 한국전쟁을 겪었다. 남과 북으로 나뉜,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가 되었다. 이제 살아있는 이산가족 1세대는 찾기 쉽지 않다. 그들이 세상을 떠나므로 통렬한 이산의 아픔도 점차 사그라지고 있다. 통일에 대한 염원이나 강한 의지도 과거처럼 강렬하지 않다. 낡은 이념과 정치적인 이해타산으로 통일을 바라볼 뿐이다.
이산가족의 아픔을 보여주는 장소인 임진강을 돌아보려 길을 떠났다. 서울에서 가다 서기를 반복하더니 파주로 향하는 자유로로 접어들자 속력이 나기 시작했다. 시야가 확 트이고, 힘차게 흘러가는 강줄기가 보인다. 임진강이다.
서울을 가르며 흐르는 한강의 제1지류, 함경남도 덕원군 마식령산맥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황해도를 거쳐 경기도 파주시를 지난다. 서서히 강줄기를 더해 한강으로 모이고, 다시 서해로 흘러간다. 북에서는 그 이름을 ‘림진강’이라 부른다 하니 강줄기는 하나인데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파주 민통선 일대를 둘러보는 답사를 했다. 임진각 관광지에서 ‘평화 곤돌라’에 올랐다. 신분증을 준비한 후, 매표소에서 개인정보 동의서, 보안서약서를 작성한다. 보안서약서의 내용은 경계시설물의 사진 촬영 금지 및 SNS상 유포금지다. 작성한 서류를 들고 매표를 하면 손목밴드 티켓이 나온다. 손목에 착용한 후 곤돌라를 타고 올라간다.
임진각 하부 정류장에서 출발한 곤돌라 아래로 임진강이 흐른다. 모래톱 위에 여름 철새인 백로 부부가 정답게 앉아 서로의 목에 얼굴을 묻고 있다. 남과 북은 가로막혀 사람은 오가지 못하건만, 저 물줄기는 내편 네편 구분 없이 자유롭게 흘러간다. 저 멀리 장단반도와 북한산이 보이고 독개다리와 통일대교가 양쪽으로 펼쳐진다.
상부 정류장에 도착해 관광객들을 따라 걸으며 숲속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순간 남편이 몸을 잡아당긴다. 해골이 그려진 깃발이 산책로에 여러 개 꽂혀 있다. 지뢰 매몰지역의 표시다. 많은 사람이 찾는 관광지에 아직도 지뢰가 묻혀있다니 가슴이 서늘했다.
지뢰 지역을 벗어나 평화전망대를 향했다. 평화정에서 바라보는 임진강은 운치가 있다. 숲속에 ‘평화의 등대’가 있다. 항구에서 보던 등대를 이곳에서 보게 될 줄이야. 늠름한 자태로 서 있다. DMZ와 민통선 지역을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설치한 조형물이라고 한다.
임진각 일원은 6·25전쟁 중에는 참담한 전쟁터이기도 했다. 그때 폭파되어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 임진강 철교, 공산군의 포로였던 국군과 유엔군이 자유를 찾아 건너왔던 자유의 다리가 눈길을 끈다. 북한 실향민을 위한 임진각이 세워지면서 관광지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자유의 다리 앞쪽에는 ‘망배단’과 ‘망향의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명절이면 실향민들이 두고 온 고향을 향해 차례를 지내며 얼마나 눈물을 흘렸을까. 향로에는 향이 타고 있다.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질 않았다.
멀리서도 눈길을 끄는 임진각은 지상 3층의 건물이다. 전망대에 올라가면 피폭된 철교와 자유의 다리, 민간인 통제지역이 한눈에 들어온다. 임진각 앞에는 증기기관차가 전시되어 있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는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를 비무장지대에서 이곳으로 옮겨왔다.
임진각에서도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은 평화누리공원이다. 3만 평의 대형 잔디 언덕과 야외공연장으로 이루어진 자연 친화적 공간이다. 분단의 상징인 임진각을 화해와 상생, 평화와 통일의 상징성을 주제로 조성했다고 한다. 평화누리를 대표하는 장소는 ‘바람의 언덕’이다. 수천 개 형형색색의 바람개비들이 돌고 있다.
민통선 안 그들의 삶 하나하나가 분단의 역사다. 임진각에서 개성은 22km, 서울은 53km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개성이 훨씬 가까운데 우리는 갈 수 없는 금단의 땅이다.
임진강 시원한 물줄기에 가슴이 확 트인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뒤로 선전방송의 확성기도 꺼진 지 오래, 도시의 소음이 지워진 적막한 고요 속에서 바람 소리만 귓가에 스친다. 이곳이 그 치열한 전쟁터였던가 믿기지 않았다. 이 평화로운 풍경이 세계 유일한 비무장지대라는 아이러니가 가슴을 누른다.
북한은 20년 연속 최악의 기독교 박해국가로 지목되었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대북협상에서 비핵화뿐 아니라 종교의 자유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저 강의 발원지를 따라 함경남도 어느 산골짜기, 그곳에 세워진 자그만 교회에서 예배를 드릴 날이 있을까. 그때가 언제쯤일까.
김금만 집사
울산남목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