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되면 가장 보고 싶은 분이 어머니이시다. 어머니는 종가 며느리이셨다. 시골에서 명절이 되면 아버지의 형제들과 사촌들 모두 합해 10명 되는 부부들을 집에 불러 놓고 막걸리파티에 노래자랑을 한다.
아버지가 늘 부르는 노래가 ‘쑥대머리’이고 어머니는 ‘노새노새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 노나니’이다. 한바탕 노래가 끝나면 어깨춤을 추면서 강강술래가 시작된다. 어머니가 앞소리를 하면 모두 다 따라서 합창으로 “강강수월래”를 후렴한다. 이때 아버지의 형제들과 우리 자손들이 같이 손을 잡고 놀이를 하면 시간이 가는 줄을 모른다. 명절이 끝나갈 무렵 각자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못내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린다.
다 보내 놓고 어머니가 늘 하시던 단골 말씀은 “형제간에 우애 있게 살고, 싸우지 말고, 가난한 형제들을 돌보면서 함께 잘 살아가라.”는 부탁이시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형님의 말씀을 거역해 본 일이 없다. 세월이 흘러 그때 어머니의 나이보다 더 된 지금도 깍듯이 예를 갖추고 형님께 대답을 한다. 뿐만 아니라 형님 말이라면 작은 것도 순종하고 또 그리하려고 애를 쓰면서 살아간다.
세월은 강물처럼 흐르고 흐른다. 흐르는 강물 같은 내 마음에도 남은 것이 있다면 죽기까지 자기를 낮추어 나를 섬겨준 예수님의 마음을 닮아가는 것이다.
하루는 예수님이 유대를 떠나 갈릴리로 가려고 할 때였다. 사마리아를 통과해서 수가성이 있는 동네를 지나게 된다. 거기에 야곱의 우물이 있다. 피곤하기도 하고 목마르기도 하여 우물곁에 앉아 있는데 한 여인이 대낮에 물을 길으러 오고 있다. 이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를 다 아시는 예수님이 “물을 좀 달라”고 말을 건다. 이 여자는 남자라면 질색을 한다. 특히 유대인 남자에 대하여는 혐오감이 들 정도이다. 또 유대인들에게 멸시를 받는 처지인지라 아주 퉁명스럽게 말을 한다. “당신은 유대인으로서 나를 개 같이 취급하면서 어찌하여 말을 걸고 또 유혹을 하느냐” 참으로 쌀쌀맞은 태도다. 이에 예수님은 “네가 만일 하나님의 선물과 또 네게 물 좀 달라 하는 이가 누구인 줄 알았더면 네가 그에게 구하였을 것이요 그가 생수를 네게 주었으리라.”고 대답하신다. 예수님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원했던 것이다.
이 여자는 예수님의 마음을 알기까지는 편견과 자기처지에 대한 선입견과 주변 환경이라는 많은 장애물이 있었다. 하지만 목마른 여인이 갈증을 안고 살며, 아무도 없는 뜨거운 대낮 시간을 이용하여 생수를 찾아 나온 것을 보시고 예수님은 생수를 공급해주시는 것이다.
다른 어느 날에는 예수님이 성전으로 들어오시는데 일이 일어났다.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이 음행 중에 잡힌 여자를 끌고 와서 가운데 세우고는 예수님에게 질문한다. “율법에는 이런 여자는 돌로 쳐 죽이라고 했는데 당신은 어떻게 하겠느냐” 그러자 예수님은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고 하신다. 거기 예수님을 곤경에 빠뜨리려고 한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은 다 도망을 가고 이 여자만 남았을 때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라.”고 말씀하신다.
사람마다 남들에게 밝히고 싶지 않는 수많은 사연과 트라우마가 있다. 겉으로는 멀쩡하고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그렇지 않다. 그들의 웃음 뒤에 숨어 있는 인생의 고통과 고뇌 즉 이혼, 사상의 질타, 좌우 이념의 편견, 자식이 주는 무거운 짐, 잘못 만나 참고 사는 부부의 갈등, 가지가지 사연들을 사람들은 흉보고 비웃고 화젯거리로 삼아 희희낙락을 일삼는다. 하지만 우리 예수님은 아픔이 있는 사람을, 누구를 정죄하고 비판하는 사람을, 우리 모두를 치료하시는 ‘여호와 라파’이시다.
오늘 따라 어머니가 더욱 생각나는 것은 예수님 닮아 모두를 사랑하고 용서하며 살아가던 어머니의 모습이 그리워지기 때문이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 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어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들과 같이 되었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셨으매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빌2:5~8)
발행인 옥재부 목사
북울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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