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 우화에 나오는 사슴 이야기 잘 아시지요? 목마른 사슴이 물을 찾아 호숫가로 내려왔습니다. 사슴은 물속에 비친 자신의 여러 갈래로 뻗은 뿔을 보고 아름다움에 심취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뿔이 아니라 가늘고 긴, 빈약한 다리를 보고서 실망했습니다. 그리고는 혼자서 중얼거렸습니다. “이런 다리는 없는 것만 못하다.” 이때 갑자기 사자 한 마리가 나타나서 사슴을 잡아먹으려고 달려들었습니다. 사슴은 없는 것보다 못하다고 한탄하던 가늘고 긴 다리를 의지하여, 숲속으로 도망갔습니다. 그러나 아름답다고 자랑했던 뿔이 그만 수풀에 걸려서 사자의 밥이 되고 말았습니다. 사슴은 이렇게 한탄하면서 죽어갔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볼품없다고 생각했던 다리 덕분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는데 오히려 자랑으로 여겼던 뿔 때문에 이 모양이 되었구나!”
구약의 말씀에는 자랑이었던 뿔 때문에 수풀에 걸린 사람 이야기가 나옵니다. 누구입니까? 바로 다윗의 아들 압살롬입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조건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천하를 호령하는 임금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거기에다가 이스라엘 전체에서 풍채가 가장 뛰어난 인물이었습니다. 아마 미스터 이스라엘이라 불렸겠지요? 대개 사람이 잘 생겼다 싶어도 한두 군데쯤은 부족한 데가 있기 마련인데, 압살롬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디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는 기가 막힌 미남이었습니다. 아마 이렇게 잘난 인물이었기에 아버지를 대항해서 반란을 일으킨 후에도 백성들의 대대적인 지지를 받았는지도 모릅니다.
성경은 특별히 압살롬의 머리털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머리털이 풍성한 것을 하나님의 복이라 여겼고, 남성미의 기준이라 생각했습니다. 삼손의 힘의 비밀이 머리털에 있었다고 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머리털은 힘, 권세, 지위를 나타내었습니다. 대개 머리를 길게 기르는데, 너무 길면 1년에 한 차례 정도 축제일에 깎게 됩니다. 압살롬의 자른 머리털의 무게가 200세겔 약 4.5Kg으로 보통 사람들의 네 배나 되었으니 머리털이 얼마나 멋있었는지 짐작이 됩니다.
그러나 그의 완벽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외모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마음에 있었습니다. 그는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았습니다. 성경에는 그가 기도했다든지, 선지자를 찾아갔다든지 신앙생활을 한 흔적을 한절도 기록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여동생을 겁탈한 이복형을 죽이고, 아버지를 대항해 반란을 일으켜 왕권을 찬탈했습니다. 뭐가 잘한 일이 있다고 살아 있을 때 자기 공적비까지 세웠습니다. 결국 그는 하나님의 저주를 받고 가장 비참한 최후를 맞이합니다.
성경은 압살롬이 무엇 때문에 죽었는지도 자세히 보도합니다. 자신의 자랑이었던 머리털 때문에 죽었습니다. 자랑 때문에 죽었습니다. 말을 타고 도망가다가 머리털이 상수리 나뭇가지에 걸렸습니다. 말은 빠져나가고 압살롬은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을 때 요압장군이 창으로 찔렀습니다. 그렇게 자랑하던 머리털이 마치 교수대의 밧줄처럼 그를 죽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더욱 비극적인 것은 그가 세웠던 공적비는 묘비가 되고 말았습니다.
무엇이 압살롬을 이처럼 비극의 사람으로 만들었나요? 그것은 자기 자랑이요 자기 교만입니다. 오늘의 한국교회 자랑하던 뿔과 머리털이 이제 짐이 되고 장애가 되었다면 뿔을 자르고 머리털을 잘라 걸리지 않는 모습으로 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칼날이 목을 겨눌 것입니다.
발행인 옥재부 목사
북울산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