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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교계일반

크리스마스 전통을 계승해가는 북울산교회

북울산교회가 크리스마스 전통을 이어가며 즐거운 축제를 열었다.

삭막한 시대에 진정한 그루터기 교회로서,
예수님 탄생을 기리는 진정한 성도들의 풍경

  이브 날 오전부터 교회가 떠들썩하다. 식당은 식당대로 분주하고 교회 곳곳 청소하는 사람들, 뭔가를 사다 나르는 사람으로 북적인다. 타향에 나갔던 청년들도 모여든다. 목사님과 장로님들이 문득 옛 추억을 더듬으신다. 이브 날에 밤을 새면서 성도들이 어울려 놀았던 일, 새벽이면 자루에 선물을 넣어 새벽송을 돌았던 이야기. “햐아아~~그리운 시절” 이때 교회는 성탄축하 리허설로 한창이다. 지하방부터 꼭대기 방에서까지 울려 나오는 노랫소리, 악기소리,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고 본당 무대가 바쁘다. 
  저녁 5시반, 온 성도들이 함께 저녁식사를 한다. 7시부터 성탄전야예배와 축제 시작. 1부 담임목사님의 설교 ‘성탄은 우리의 희망’이 선포된다. “그러므로 주께서 친히 징조를 너희에게 주실 것이라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의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사7:14). 이사야 시대 강대국 틈에 고통당하던 그때, 심판에 대한 경고가 계속 되던 그때에 희망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 한분이셨다는 것. 지금도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예수님을 바라볼 때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말씀이시다.
  이어 2부에 12팀이 성탄축하 메시지를 전한다. 사회자(정장로님 부부)의 오프닝댄서부터 축하불꽃이 터지기 시작한다. 때론 엄숙하게 때론 배꼽을 잡고 은혜의 도가니에 빠져든다. 한마음으로 환호와 박수 연발이다. 유치부 율동, 남선교회와 여선교회 찬양, 수화, 악기, 댄스, 각 주일학교와 청년부의 찬양, 율동, 무언극, 국악신동의 국악 ‘예수님 믿고서 영생하세’와 임집사의 섹소폰연주 ‘오 거룩한 밤’으로 이브의 밤이 깊어간다. 축제는 두 시간 넘게 진행. 아직 믿지 않는 주일학교 학부모들도 무대에 선 자녀를 보기 위해 왔다가 함께 예수님을 찬양한다. 이런 전도의 수확까지 얻는다. 
  주일, 크리스마스 아침이다. 젖먹이 아이부터 구순 넘은 노년에 이르기까지 통합예배를 드린다. 만왕의 왕 예수님이 우리의 구주시며 왕이시며 자유를 주셨음이 선포되고 케익에 촛불을 밝힌다. 특별히 오후예배를 쉰다. 대신 교우들끼리 교제하기 바란다는 목사님 말씀은 잔소리. 이미 오후에 남 성도들의 족구대회가 계획되어 있다. 북구체육관으로 떠난 남편들을 기다리며 아내들은 닭도리탕으로 저녁밥을 준비한다. “형제가 연합함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고” 
  형제들이 돌아오기까지 자매들은 모여 간증을 나누며 사랑을 맹글어간다. 청년들은 끼리 스타렉스를 타고 사라진다. 어느 여선교회도 몰래 사라진다. 젊은 부부 몇 팀도 저들끼리 속닥속닥 사라진다. 유난한 강추위에 교회방은 끓고 닫힌 문틈으로 웃음소리가 요란하다.
  저녁 5시쯤 되자 족구하러 나갔던 형제들이 까마귀 떼처럼 돌아온다. 청년들도 나타나 식탁으로 오고, 몰래 나갔던 여선교회는 슬그머니 입술을 닦으며 키득키득 부엌방으로 숨는다. 진 팀이 설거지하기로 했다는데 식사가 끝날 때까지 어느 팀이 이겼는지 알 수 없다. 다들 제 남편이 든 팀이 이겼을 거라고 으스댄다. 
  식사가 끝난다. 설거지도 끝나고 제 집으로 돌아가는데 아직 크리스마스 축제는 끝나지 않는다. 장로님 한 분이 윷을 찾으러 사무실에 들른다. 크리스마스 축제에 윷놀이가 빠져서는 안 된다는 말씀. 이제 뒤치다꺼리로 수고하신 장로님들의 방이 끓을 차롄가 보다. 
  이 시대, 크리스마스 축제의 전통을 이어가는 교회가 얼마나 있을까싶다. 선물 자루 메고 새벽송 돌던 그때 그 시절이 그립다던 어르신들의 회고가 갈수록 더해져가는 시대다. 예수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시간과 정성을 들이고, 마음을 모으고 사랑을 나누며 이틀간의 잔치를 연 북울산교회, 과연 이 삭막한 시대에 진정한 그루터기 교회로서 사뭇 아름답다.


설성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