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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문화/신앙에세이

선택에 대하여

 

  우리의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수많은 선택이 모여 삶을 채워간다. 외출할 때 옷차림과 점심 메뉴를 고르는 일은 사소한 선택이다. 결혼과 직장 등 인생의 진로를 결정짓는 중대사는 큰 선택이다.


  애초에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태어날 때는 모두 같은 사람으로 태어났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점차 삶의 경로가 갈라지고 격차가 생겨난다. 우리 사회에서 그렇게 조금씩 쌓인 격차가 누군가에게는 까마득한 수준으로 커져 버린다. 각자 삶의 길을 어떠한 방향으로 그리게 될 것인지는 우리가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에 달렸을 것이다. 


  내가 걸어온 삶의 궤적마다 어떤 선택에는 재빠른 결심을 하는 경우도 있었고, 선택의 기로에 서서 망설이다 포기할 때도 많았다. 일단 들어서면 되돌리기 어려웠다. 또한 시간을 거스를 수 없었다. 살아보니 선택의 연결이 내 인생사였다. 내가 무언가를 선택할 때는 동시에 무언가를 버려야 했다. 


  사상가인 사르트르는 “인생은 B(Birth) 와 D(Death) 사이의 C (Choice)” 라고 정의했다. 사람들은 하루에 150여 차례 선택을 한다고 발표된 적이 있다. 신중하게 고민하며 선택하는 횟수는 30여 차례에 불과하고 선택행위에 만족하는 경우는 다섯 차례에 불과하다는 연구도 있다. 


  나의 삶은 고민하든 안 하든 간에 어떤 선택도 후회와 미련을 남겼다. 당초에 생각하고 있던 두 갈래 길을 모두 가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지 않은 길을 두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선택한 길에 집중하고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설령 선택한 길이 가시밭길임을 알았을 때는 더욱 힘을 쏟아야 했다. 


  지금 이곳 울산에 살고 있음도 30년 전 선택의 결과이다. 학교 졸업 후, 고향에서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경상도 지방을 선택했다. 부모님께 5년만 있다가 집으로 돌아가겠노라 약속을 하고 시작한 회사 생활이었다. 그런데 직장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이곳에 가정을 꾸렸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그 당시 고향에서 일했더라면 지금 나는 어떤 모습일까? 늘 시간에 쫓기는 생활을 하면서 스스로의 선택에 책임감을 느낀다. 즐거움이 실종되고 불평, 불만이 포위망을 좁혀 올 즈음이면 새로이 마음을 다잡는다. 그런 기분이 오래가지 않도록 운동이나 독서 등에 힘써 즐거움을 느끼려 노력한다.


  어떤 학자는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하기 마련이며 이것을 극복하는 것이 곧 성공이다”라고 갈파했다.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천부의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잘못된 선택의 한계를 뛰어넘어 빠져나오려 한 적이 있다. 내 안의 동굴에서 빠져나와 제삼자의 관점에서 나를 바라보았다. 자기 최면을 걸며 노력하니 선택의 성공률이 높아졌다. 성취의 길은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생각의 틀을 깨는 데서부터 시작됨을 알았다. 인생을 자신이 설계한 대로 사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선택사항이 너무 많으면 선택이 불가능해지는 경우도 있었다. 슈퍼마켓에 진열된 쿠키나 여러 가지 식품을 보면 피로감을 느낀다. 무얼 선택할까 고통스러울 때도 있다. 어떤 선택은 나를 자유롭게 하지 못하고 심리 쇠약을 유발한 적도 있다. 


  삶에서 선택사항이 많을수록 만족도는 떨어졌다. 버려지는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다. 혹사당하고, 대안이 많을수록 아쉬움을 느꼈다. 선택의 자유는 실패할 자유로 연결될 때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현실 회피적인 선택의 유혹을 받기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도 크다. 


  일단 선택 후에 인생의 과정을 통해 다듬어야 한다. 앞만 보고 직진할 것이 아니라 때론 헤매며 돌아가기도 해야 한다. 결과 지상주의에 빠지기보다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기는 삶의 행보가 필요하다. 현재의 내 모습은 과거의 선택 결과이다. 다가올 미래의 모습은 지금 시시각각 내리고 있는 선택으로 결정될 것이다. 


  선택에 정해진 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두 개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쪽에 서야 할 일이다. 나쁜 일이든 좋은 일이든 언젠가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편안하지만 발전 가능성이 작은 선택을 하기보다는 거북하고 싫지만, 가능성이 큰 선택을 하려고 학습한다.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 성공적인 선택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먼 훗날 삶을 반추할 때 ‘그래서 내 인생이 몰라보게 달라졌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다짐한다.


김금만
남목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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