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어머니가 있었다. 과거에는 생면부지의 어머니였지만, 눈을 뜨고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은 한참 뒤에 일이었다. 6남매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시고 공부시켜주시고 한 번도 화를 내거나 욕하는 적이 없었던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종갓집 맏며느리로서 가문의 화목을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하신 우리 어머니시다.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 늘 아쉬움과 그리움이 가슴에 사무치는데, 늦게라도 예수님을 영접하고 구원받아 지금은 천국에서 잘 지내고 계시리라 믿는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그리고 우리 6남매의 옷을 빨기 위해 어머니는 빨래통을 이고 멀리 떨어져 있는 하천으로 나갔다. 우리도 어머니를 따라가 넓은 하천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놀았다. 어머니는 대식구의 빨래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개울에서 돌멩이를 뒤집으면 팔뚝만한 민물 메기들이랑 그 좋은 민물 장어들이 가득했다. 지금으로는 최고의 민물고기들인데 그때는 아예 먹을 생각을 하지 않아 잡아서는 땅에 내동댕이치고 재미있게 물놀이를 했다. 그러다 어머니의 양철 대야에 깨끗하게 빤 옷들이 수북이 쌓이면 어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학교에 갔다 돌아와서는 친구들과 함께 비석치기, 땅 따먹기, 자치기, 술래잡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같은 놀이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땀을 범벅으로 흘리며 놀이에 빠졌다가도 저녁이 되면 집집마다 어머니들이 싸리문에 나와서 우리들을 부르는 소리에 귀를 세웠다.
“재부야아!”
“흥식아!”
“대식아아아!”
그제야 우리들은 놀던 도구들을 다 집어 던지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인사를 나누며 “낼 봐?” 하고는 자기들의 집으로 달려갔다. 어머니가 나를 불렀던 소리, 그 소리가 언젠가 나를 부르시는 하나님의 소리가 아닐까?
“얘들아, 이제 그만 놀고 집으로 오너라.”
그때 우리는 모두 우리의 본향으로, 본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구정을 맞이하며 어머니가 그립다. 나를 부르셨던 그 목소리가 이제는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그리움이 되고 말았다. 이제 내 생애 남은 날이 다하는 그 날에는 어머니의 목소리 같은 하나님의 부르심이 있을 것이다. 천국에서 만날 어머니를 떠올리다보니 새삼 고향이 그리워지고, 한편 천국 본향도 눈앞에 그려본다.
옥재부 발행인
북울산교회 담임목사
울산시민문화재단 이사장
'오피니언 > 발행인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의 김만덕과 막달라 마리아 (0) | 2022.03.31 |
---|---|
봄은 반드시 옵니다 (0) | 2022.03.17 |
한국교회의 앞날 (0) | 2021.12.29 |
나는 남편이 없나이다 (0) | 2021.12.02 |
이런 지도자는 없나요? (0) | 2021.1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