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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교계일반

양태론(樣態論)

초대 기독교가 구약성경의 유대적 신앙에서 물려받았던 것 가운데 하나가 유일신 신앙이었다. 즉, 기독교가 믿는 신은 오직 한 분이신 하나님이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한 분이시지만 그 한 분의 하나님(一體) 안에 성부, 성자, 성령이라는 세 위격(三位)이 계신다는 삼위일체 하나님이시다. 지난 호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이 삼위일체 하나님에 관한 교리는 세상의 모든 종교들 가운데서 오직 기독교 신앙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하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교리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면 어떤 사람은 이렇게 이야기할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게 이해하기가 어렵고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하는 교리를 왜 믿어야만 하느냐?” 그러나 그것은 모르는 이야기이다. 즉, 삼위일체 하나님에 관한 교리를 빼버리거나 부인하게 되면 우리의 구원에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만약에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는 종교의 창시자이거나 우리의 선생은 될 수 있어도 구원자가 될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성령 하나님을 거부하거나 배제한다면 교회사 속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역사들과 오늘 우리들의 삶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은혜로운 역사를 설명할 수 있는 길이 없어지고 말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삼위일체 하나님에 관한 교리는 이해하기가 힘들고 어렵다고 할지라도 반드시 알아야 하는 기독교 신앙에서 가장 위대하고 영광스러운 교리인 것이다.
  

지난 호에서 이야기를 했듯이 기독교 복음이 유대와 사마리아를 넘어 헬라 세계로 확장되어 나가는 과정에서 당시 이원론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던 헬라 세계를 향해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이 되심을 설명해야만 했다. 그런데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 되심을 헬라 세계를 향해 너무 이해하기 쉽고 명확하게 설명하려고 하는데서 문제가 발생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인성(人性)만을 강조하려고 하든가, 아니면 신성(神性)만을 강조하려고 했던 것이다. 생각해 보라. “예수 그리스도는 인간이다. 혹은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이다.” 그렇게 설명을 한다면 얼마나 쉬운가? 그러면 그토록 이해하기 어렵고 설명하기도 어려운 삼위일체 하나님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렇게 이야기할 수도 없고, 그렇지도 않는 것은 비록 신약성경이 삼위일체의 신앙을 증언하고 있지 않지만 신약성경에 하나님의 계시와 행위를 묘사하는 데에 있어서 철저하게 삼위일체적 유형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삼위일체론이 수용되지 않는다면 이후에 다루어질 기독론과 교회론에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므로 성경과 교회가 받아들이고 가르치는 바는 예수 그리스도는 완전한 하나님이시며, 완전한 인간이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리가 어렵고 난해하다고 해서 알아가는 노력을 포기한다면 결국 건강한 자기 신앙을 형성하는데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가 없다. 로이드 존스가 이야기했듯이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교리를 연구하고자 하는 노력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 또 하나의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교회사에서 삼위일체 하나님을 설명함에 있어서 지난 호에서 이야기를 했듯이 예수님의 인성을 너무 지나치게 강조하는 이단의 사상이 나타났는데 그것을 양자론이라고 했다. 반면에 예수님의 신성을 너무 지나치게 강조하는 이단이 나타났는데 그것이 오늘 살펴보게 될 양태론(樣態論, modalism)이다. 이 두 가지 사상의 공통점은 한 분 하나님을 너무 지나치게 강조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양태론은 한 분 하나님을 너무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삼위(三位)를 한 하나님의 다른 양태(樣態)로 보면서 삼위일체의 비밀을 풀려고 했다. 즉, 그리스도의 인성을 포기하면서 신격의 단일성을 보존하려고 했던 사상이다. 따라서 이 양태론은 한 분 하나님이 군주적인 체제로 계시는데, 그분이 때에 따라 성부 하나님으로, 성자 하나님으로, 성령 하나님의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쉽게 말하면, 한 사람이 가정에서는 남편이 되고, 교회에서는 목사가 되고, 학교에서는 교수라는 형태, 곧 한 분이 세 가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삼위일체 하나님을 이해하려는 것이다. 이 양태론은 본질적으로 가현적(假現的, Docetism)인데, 그리스도께서 외형상으로만 인간이셨다고 가르친다. 즉, 그리스도는 완전한 하나님이시지만 단지 인간으로 보일 뿐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리스도께서는 실제로 물질적인 몸과 인간성을 갖지 않았고 오직 인간의 환영(幻影)만을 가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상에서는 하나님 스스로가 십자가에서 죽으셨다는 ‘성부수난설’(聖父受難說, Patripassianism)을 가르친다. 그러나 가현설은 영지주의적인 사상에 바탕을 둔 잘못된 사상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양태론과 삼신론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양태론과 삼신론은 출발부터가 다르다. 즉, 양태론은 유일신앙에서 출발을 한다면, 삼신론은 말 그대로 세 분의 하나님이 계신다는 다신론에서 출발을 한다. 양태론은 세 가지의 역할을 하는 분으로 이해를 한다면, 삼신론은 세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분으로 이해를 한다. 이것은 다 교회가 이단으로 정죄를 했던 사상들이다.
  

하나님은 세 가지 특성을 가지신 한 분 하나님이시다. 이것을 세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거나(삼신론), 3가지 역할을 하는 분(양태론)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삼위 하나님은 세 가지 특성이 있다. 한 가지 특성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것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는데 세 가지 특성을 가진 한 분 하나님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렵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우리가 매우 주의해야 하는 것은 세 가지 특성을 우리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단지 세 가지 특성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을 뿐이지 우리가 이해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의미를 모른다고 부인해서도 안 된다. 아무튼 삼위 하나님은 세 특성을 지니신 한 분 하나님, 즉 본질에서 동일하신 하나님이시다. 우리는 이것을 믿고 가르쳐야 한다.
  

이 사실에 있어서 ‘제2스위스 신앙고백’은 “제3장 하나님, 그의 통일성과 삼위일체에 관하여”에서 다음과 같이 가르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광대불변하시고 하나이시며 나뉠 수 없는 동일한 하나님께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으로 구별되시지만 이분의 삼위(三位)의 인격은 결코 분리되거나 혼동될 수 없다는 것을 믿고 가르친다.”



오주철 목사(Ph. D)
언양 영신교회
계명대학교 외래초빙교수
저서: 조직신학개론(2013, 2016, 한들출판사),
한국개신교회사(2015, 한들출판사),
종교개혁자들의 삶과 신학(2017, 한들출판사)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