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책 <은혜의 복음이란 무엇인가> 마이클 호튼
지난해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복병 코로나로 인해 일상이 멈추어지는 경험을 했다. 숨차도록 분주했던 삶을 돌아보며 인생 전체를 숙고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삶이 멈추어지고 비상이 걸린 곳은 요양병원과 식당, 카페만이 아니었다. 교회역시 한 식탁에 둘러 앉아 먹고 마시며, 말씀과 삶을 나누던 교제가 중단되었다. 흩어진 식구들은 가정예배로, 영상예배로 강제된 디아스포라와 같이 예배와 삶을 꾸려야 했다. 코로나는 아직 진행 중이며 새해와 봄날도 삼킬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로 인해 변화된 현실의 위기는 달리 보면 기회가 되기도 한다. 영원한 생명과 직결된 복음에 대한 바른 이해와 교회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 신앙의 계대를 이어가야 하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까지 건실하게 새롭게 세워갈 기회이기 때문이다. 허약해진 교회의 본질과 가정의 위치를 아파하며 새롭게 재고할 시간을 허락하고 있다. 가정으로 흩어져 예배하며 하나님께서 직분으로 주신 부모의 위치를 다시 세우고, 부모에게 명령하신(신6:6-9) 자녀들에게 복음을 전해야 할 책무를 되새기게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던진 돌에 허약함을 드러내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성도답게 살아감에 있어 취약했던 핵심과 기본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밝아 온 새해 동안 신앙의 척추를 반듯하게 세워갈 수 있는 독서계획을 세워봄이 어떨지 제안해 본다. 저자 마이클 호튼(Michael Horton)은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교의 존 그레섬 메이천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며, 누가개혁교회(St. Luke’s Reformed Church)의 목사로, 현대 개혁주의 잡지 (Modern Reformation megazine)의 편집장으로 사역하고 있다. 다작가로 「마이클 호튼 시리즈」가 있을 정도로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 목사요 학자이다.
『은혜의 복음이란 무엇인가』는 총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달의 추천도서이니 만큼 1월에 읽어내는 것이 최선이겠으나, 12개월을 나누어 짧은 챕터를 꼼꼼하게 읽어 정돈해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된다. 건조하기 쉬운 교리적 내용을 성경의 구속사의 흐름에 따라 전개해 나가기에 쉽게 따라 나설 수 있다. 성경의 구속역사를 따라 가장 중요한 핵심 주제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돈해 갈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신앙의 입문서요 기독교기본 진리에 대한 기초적 해설서라 할 것이다.
서론과 1장에서는 습관적인 기독교신앙에 대한 의문과 회의를 제기한다. 이방인들이 인생의 의미와 인생의 목적에 대해 치열하게 고심하는 것과 상반되게 교회들이 겉치레와 진지하지 못한 신앙생활에 대해 경고한다. 신앙생활은 취미생활이나 교양 혹은 친목도모와 구별되는 살고 죽는 진지한 노정이며, 은혜의 복음을 더 깊이 알아가는 걸음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기독교 교리란 이론적인 지식이 아니라 실존적 삶에 대한 치열한 해답이며, 하나님의 백성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2장에서는 창조에 대해 다룬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인간의 존엄과 우리의 존재이유를 창조주 하나님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친다. 과학은 우리에게 수많은 도움을 주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불확실한 사실에 대한 연구로 선명함을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누구인지?”, “나는 왜 여기에 있는지?”, “사후에는 어떤 일이 있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인생의 목적과 삶의 이유, 인간의 존엄에 대한 기본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우리와 만물을 조성하신 하나님의 창조사역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3장에서는 타락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 안에 부글거리는 하나님께 대한 이유 없는 반항심, 이웃에 대한 표현하지 못할 적개심은 어디로부터 온 것일까? 하나님의 계명은 우리를 보호하시기 위한 은혜의 울타리지만, 때로 우리는 이를 억압과 답답한 구속으로 느끼고 탈주를 욕망한다. 타락은 치명적인 변화를 불러왔고, 개인과 만물은 타락의 영향 속에 신음하고 있다. 타락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는 스스로를 구원할 수 없다. 하나님의 완전한 요구 앞에 인간은 처절한 절망상태이다. 오직 완전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의만이 유일한 길이라는 점을 예시한다.
4, 5장에서는 예정에 대해 말한다. 예정은 창세전에 하나님께서 예배하신 구속의 선물에 대한 이야기이며, 예정이 성도들에게 주는 유익이 무엇인지 소상하게 살핀다. 성경은 하나님의 예정을 반복해서 가르친다(엡1:3-6, 11-12, 요15:19, 벧전2:9). 호튼은 성경에서 말하는 예정과 결정론의 차이를 인격성에 있다는 점을 잘 설명하고 있다. 예정은 기계적인 시행이 아니라 “모든 일을 그의 뜻의 결정대로 일하시는 이의 계획을 따라 우리가 예정을 입어 그 안에서 기업이 된 것”(엡1:11)이라고 이야기한다.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모든 사람 대신 일부를 선택하셨는지, 선택이 무조건이라는 성격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풀어가고 있다. 예정은 하나님 앞에서 우리를 낮추어 겸손하게 하는 교리이며, 하나님에 대한 합당한 감사와 예배로 우리를 이끌어 간다고 유익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6, 7장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구속사역에 대해서 설명한다. 왜 예수님께서 우리와 같은 참 사람이 되셔야 했는가? 약속대로 주님은 이 땅에 오셨다. 무한에서 유한으로,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우리에게 자신을 드러내시기 위해 오셨다. 하나님의 복음을 전달하시는 선지자로, 뿐 아니라 우리를 대신하여 유일한 중보자가 되시는 대제사장으로 오셨다. 타락 이후 멀어졌던 하나님과의 관계, 높아 넘을 수 없었던 막힌 담을 허무셨다. 생애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특별히 십자가 위에서 우리의 모든 죄를 위한 대속의 죽음을 통해 우리의 죄를 대속하셨다. 부활하심으로 통해 그 의를 우리에게 돌리시고, 승천하시고 보좌에 앉으사 우리를 위한 중보와 대언, 변호의 사역으로 아버지께 나아갈 담력을 얻게 하셨다.
8, 9장에서는 굵직한 구원의 서정을 다루고 있다. 성령께서 구속을 적용하심으로 일어나는 소명과 중생, 회심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의롭다 부르시는 칭의에 대해서 설명한다. 중생, 즉 거듭남은 아래 땅에서의 출생과 구별되게 위로부터 출생이다. 영적 출생은 사람이 인공수정처럼 의도하거나 주도할 수 없다. 우리의 의지적 믿음으로 출생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로부터 출생, 즉 성령으로 거듭나게 하시기에 믿음을 소유할 수 있다. 하나님은 우리를 그리스도 안에서 부르셔서 의롭다하시고, 영화롭게 하시는데 까지 이끌어 가실 것이다. 선택은 개인이나 교회의 문제가 아니다. 하나님의 일이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복음을 부지런히 전하고 가르치는 일이 된다.
10장에서는 교회에 대하여, 11장은 교회에 주신 하나님의 은혜의 방편이요 선물인 성례에 대해서, 12장은 종말에 대한 복된 소망을 다루고 있다. “하나님의 아버지로 부르는 모든 사람들은 교회의 모성적 돌봄 속에 머물러야 한다”는 칼뱅의 강조처럼, 교회는 복음의 담지자요 진리의 보존자로 구원의 고리역할을 한다. 우리를 결코 홀로 버려두시는 일이 없으며, 울타리 안에 두어 그리스도의 복음의 참된 음성이 들리는 곳에 꼴을 먹고 장성하도록 돌보신다. 꼴에는 들리는 복음의 말씀과 주께서 주신 성례, 세례와 성찬을 통해서 유약하게 살지 않고 강건하게 자라가도록 일하신다. 교회는 종말에 이루어질 복된 소망을 꿈꾸는 공동체로 세상의 정신과 구별되는 하나님의 백성으로의 걸음을 걸어내어야 할 것이다.
2021년이 시작되었다. 우리의 소임이 끝나는 날까지 우리에게 주신 걸음을 묵묵하게 걸어내야 한다. 이단이라는 위협의 골짜기와 유혹하는 세상정신과 비난의 바다를 지나야 한다. 마스크와 가정예배가 일상이 되어가는 환경의 변화에도 대응하며 전진해야 한다. 이러한 시국에 무엇보다 강조되어야 할 것은 기본이요, 기초이다. 신앙의 골격을 다부지게 다질 일이다. 세상은 변하여도 하나님은 여상하시다. 우리의 마음은 흔들려도 하나님의 언약은 견고하며 변함이 없다. 우리의 삶을 울렁이고 변화하는 환경위에 기초를 세우지 않고, 영원토록 변함없으신 은혜의 복음과 하나님의 약속위에 토대를 놓아야 할 것이다. 새해에도 신실하신 하나님과 동행의 걸음을 이어가기를 바라며 본서를 권해본다.
이종인 목사
울산언약교회 담임
울산대학교 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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