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소를 먹이고 시냇가에서 물고기 잡고 친구들이랑 비석 치기, 땅따먹기, 자치기 놀이를 하면서 자랐습니다. 어느 날에 우리 엄마가 생선을 많이 사오는 날은 제삿날이라 소죽 솥가마 부엌에 앉아서 아버지와 모태(석쇠) 위에 생선을 노랑노랑 굽는 것이 신이 났고, 계란을 삶아주면 예쁘게 모양을 내어 제기에 담아 놓고, 대추며 사과랑 배를 주면 맨 윗부분은 도려내어 예쁘게 제기에 담아 저녁 제사 지낼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우리 엄마는 많이 아프기도 해서 늘 푸닥거리를 하기를 자주 했습니다. 우리 집은 대나무로 둘러 쌓여있는 집인지라 동네 사람들이 저 집은 귀신이 많이 나오는 집이라고 손가락질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것이 너무 싫었고 사람들이 싫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무런 소망이 없던 우리 집에 희망의 빛이 찾아왔습니다. 고려신학교를 다니던 사촌 형이 여름날 나에게 와서 자기를 따라가자고 하기에 아무것도 모르고 따라간 곳이 교회였습니다. 수요일 저녁, 시골 온돌방에 앉아 찬송을 부르고 기도를 하고 설교를 들었습니다. 무엇을 들었는지도 모르겠는 나를 사촌 형은 또 일요일이 되면 찾아 데리고 가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믿음이 들어갔습니다. 제사를 지내고 우상숭배를 하며 미신을 즐기는 우리 집에 대해 안타까움이 생겼고 이러다가는 우리 집에 망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가운데서도 가까운 시골 예배당을 찾아 기도드렸습니다. 하나님께 우리 집을 살려달라고 기도를 드렸던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기도를 해도 응답은 되지 않고 급기야는 어머니가 심하게 아프기를 시작했습니다. 죽음의 고비를 넘기신 어머니는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교회 나가는 것은 종갓집 며느리로서는 부담이 많이 되셨던 것 같았습니다.
그때부터 내 안에는 믿음이 자라났고, 예수를 믿어 믿음의 아내를 만났고, 신학을 하고, 목회를 40여 년 해오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잘한 일이 있다면 좋으신 예수님을 만나고 좋은 아내를 만나고 좋은 교회를 만나 지금까지 섬겨온 것입니다.
성경을 보면 예수님이 유대를 떠난 갈릴리로 가실 때 사마리아를 통과하게 됩니다. 이 동네에 사마리아의 한 여인이 일찍 결혼하고 살아왔는데 아이도 없이 남편이 그만 몹쓸 병으로 죽었습니다. 그리고는 얼마 있다가 다시 재혼하게 되었는데 이 남편도 그만 죽었습니다. 또다시 재혼을 하고 또 죽고 그러기를 다섯 번이나 하게 되자 그 동네에서 남자를 잡아먹는 여자라고 소문이 나서 이제는 더 이상 밖을 나갈 수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몸과 마음은 망가질 대로 망가지고 살 의욕마저 사라진 그때 어떤 남자가 찾아와 같이 살겠다고 하자 아무런 반응도 없지만, 그 남자는 곁에서 그를 위로하며 세월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을 피하여 대낮에 물을 길으러 갔던 여인이 한 남자로부터 물을 좀 달라는 요구를 받게 됩니다. 그러자 이 여인은 “당신은 유대인으로서 어찌하여 사마리아 여자인 나에게 물을 달라고 하느냐.”고 했습니다. 예수님은 그 여자에게 “네가 만일 하나님의 선물과 또 네게 물 좀 달라하는 이가 누구인줄 알았더라면 네가 그에게 구하였을 것이요 그가 생수를 네게 주었으리라.”고 하셨습니다. 이 여인은 자기에게 말씀하시는 분이 자기의 목마름을 채워주시는 메시야임을 알고 물을 길으러 왔던 물동이는 버려두고 온 동네를 다니면서 내가 메시야를 만났다고 외쳤고,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예수께로 오게 됩니다.
인간의 희망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이에 따라 그 인생은 달라지고 좋은 결과를 얻는 것입니다. 아무리 코로나 19가 기승을 부리고 악한 일들이 들불처럼 일어난다고 하여도 언젠가는 다 사라지는 먼지같이 될 것이고 영원한 것은 예수님뿐일 것입니다. 소망 없는 것을 붙들지 말고 영원불변하는 말씀과 예수그리스도를 붙들고 희망의 나래를 펼치는 새해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