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추수감사절을 맞이하며 사람이 살아가면서 제일 아름다운 것이 있다면 감사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40년 전에 결혼을 하고 신학교를 가기 위해 부산으로 유학을 왔다. 보금자리를 마련하려니 돈이 없어 ‘범표’ 신발을 만드는 삼화고무공장이 있고, ‘다이알’ 비누를 만드는 동산유지공장이 있는 범천동 신암이라는 달동네에 자리를 잡고 가난한 이웃들과 함께 살았다. 집이라고는 달세 방인데, 모양이 세모돌이여서 간신히 마련한 장롱 한 세트를 놓으니 방이 꽉 차고, 잠은 둘이 붙어서 자지 않으면 안 될 만큼 비좁은 공간이었으나 이웃들이 너무나 좋았다. 학교에 갔다가 저녁이 되어 오면 우리 사는 집주인과 아내는 수공을 차려놓고 일을 하고 있다. 주인이 가지고 온 와이셔츠 100개 한 다발을 가지고 와서 실밥이나 손질할 곳을 찾아 정리하면 그때 돈으로 하나에 1원 정도 받았던 것 같다. 그래도 부지런히 하면 몇천 원을 버는 일이었다. 두 번째 일은 동산 유지의 비눗갑을 접는 일인데 그것도 부지런히 하면 몇천 원을 벌었다. 세 번째 일은 밤을 깎아 납품하는 일었는데 이 일은 손가락이 아파 참으로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그때는 참 감사가 넘치는 날이었고, 가난한 이웃들과 함께 살면서 웃음이 떠나지 않던 추억의 날들이었다. 작은 부침개라도 만들고 수제비를 끓여 이웃끼리 나누어 먹으면서 행복해했던 그날이 참으로 그리운 계절이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것이 풍족하다. 냉장고는 먹을 것이 가득 차 있고, 좋은 자가용에 방이 세 개요 화장실이 두 개가 있고, 온도 조절기만 틀면 집안 공기가 올라가고 내려가며, 온 집안이 훈훈하고 방방에 에어컨이 있어 마음대로 방 안 공기를 조절하며 생활을 하고, 옷은 철철이 바꿔 입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카드 한 장이나 바코드 혹은 QR 코드로 현금인출을 자연스럽게 하고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는 참으로 자유로운 세상이다. 아무리 둘러봐도 부족함이 없는데 왜 감사는 사라지고 없어졌는가? 이 가을에 다시 감사를 회복하는 계절이 되길 소망한다.
깊은 가을이다. 풍성한 감사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 드리는 우리가 되면 좋겠다.
발행인 옥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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