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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세상사는 이야기

“장학금에서 영성운동으로, 다음 세대를 세우는 사랑의 유산”

- 고신대학교 목사동문회 변성규 회장 -

사람은 무엇을 남기는가

  사람은 무엇으로 기억될까? 어떤 사람은 인기로, 어떤 사람은 뛰어난 업적으로, 또 어떤 사람은 많은 재산을 남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나면 인기는 떨어지고, 업적은 희미해지고, 재산은 주인을 바꾸게 된다. 하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이다.

  사람은 결국 자신이 사랑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자신이 품은 사람으로 남는다. 한 사람의 가슴에 심어 놓은 믿음은 또 다른 사람을 일으키고, 한 사람에게 흘려보낸 사랑은 세대를 넘어 계속 이어진다. 그래서 하나님 나라의 역사는 언제나 사람의 역사다. 예수님은 건물을 남기지 않으셨고, 제자들을 남기셨다. 사도 바울 역시 자신의 이름보다 디모데와 디도 같은 믿음의 사람들을 남겼다. 이와같이 하나님은 지금도 한 사람을 부르시고, 그 사람을 통해 또 다른 사람을 세우시며, 세워진 사람들이 다시 다음 세대를 품게 하신다.

  최근 고신대학교 개교 80주년 특별기도회를 준비하며 고신대학교 목사동문회의 발자취를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나의 마음에 가장 깊이 남은 것은 장학금의 액수도 남고, 참여 교회의 숫자도 남지만 진짜 기억으로 남는 것은 한 사람의 헌신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가에 대한 사실이다. 그 중심에 변성규 목사가 있었다.

   강의실에 뿌려진 씨앗

  변성규 목사는 경남 거창에서 태어나 고신대학교와 동 대학원 기독교교육학과, 그리고 고려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는 황창기 박사와 장국원 박사에게 헬라어와 히브리어를 사사 받으며 말씀의 깊은 세계를 배웠다. 특별히 1994년부터 무려 25년 동안 고신대학교에서 헬라어를 가르치며 수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강단에서 그는 단순히 문법과 원어를 가르친 교수가 아니라 하나님 사랑하는 법을 가르친 영적 스승이었다. 그 당시 강의실에 앉아 있던 학생들은 미래를 고민하던 평범한 청년들이었다. 세월이 지난 후에 강의실에서 헬라어를 배우던 학생들이 필요한 곳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자에서 쓰임 받는 모습에서 큰 기쁨을 누린다.

  교육은 원래 씨앗을 심는 일이다. 씨앗은 땅속에 묻힐 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하나님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자라게 하신다. 교수의 한마디 격려가 누군가의 인생을 붙들고, 눈물 어린 가르침 하나가 평생의 신앙 자산이 된다. 돌아보면 변성규 목사가 남긴 것은 강의안이 아니었다.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오늘도 전국 곳곳에서 하나님 나라를 세우고 있다.

   교회와 세상 사이에서 길러진 목회자

  변성규 목사의 삶은 강단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는 육군학사장교 1기로 군 복무를 했다. 교회와 학교밖에 모르던 젊은 시절, 군대는 그에게 또 하나의 신학교였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세상을 배우며 얻은 경험은 이후 평생의 목회에 큰 자산이 되었다. 부산 수영교회를 비롯해서 그 외 많은 교회에서 사역을 하였다. 그 이후 경남노회 설립 70주년 무렵 진해시찰의 후원으로 창원 신촌교회를 개척하여 목회했다. 그리고 경남노회 설립 100주년을 기념하며 은혜와 평강교회를 개척해 지금까지 섬기고 있다. 생각해 보면 그의 삶은 언제나 사람을 세우는 일의 연속이었다. 교회를 세우는 일도 결국 사람을 세우는 일이었고, 학생을 가르치는 일도 결국 사람을 세우는 일이었다.

   작은 사랑이 큰 강이 되다

  2016년 후배들을 사랑한 몇몇 목회들의 마음속에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고 한다. “신학대학원에는 동문 장학금이 있는데 고신대학교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 작은 생각이 오늘의 고신대학교 장학사역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넉넉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몇몇 사람의 기도가 모였고, 몇몇 사람의 헌신이 모였다. 후배들이 동참했고 교회들이 함께했다. 한 사람의 사랑에 또 다른 사람의 사랑이 더해졌다. 그 결과 작은 시냇물은 강이 되었다. 오늘날 목사동문회는 전국 50여 개 교회와 수많은 동문들이 함께하는 사랑의 공동체로 성장했다. 매년 수천만 원의 장학금이 후배들에게 전달되고 있으며, 수많은 학생들이 그 사랑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알고 보면 이 사역을 통해 금액보다 돈을 전달하는 일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었다. 바로 “우리가 당신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는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이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특별히 의과대학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사역은 더욱 깊은 의미를 가진다. 치열한 학업과 병원 실습 속에서 지쳐 있는 학생들에게 목사 선배들이 전한 메시지는 분명했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여러분 뒤에는 기도하는 교회와 선배들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하나님께서 사용하실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어쩌면 학생들에게는 장학금보다 그 말이 더 큰 위로였을지 모른다. 누군가 나를 기억해 준다는 것, 누군가 내 미래를 위해 기도해 준다는 것, 누군가 내 가능성을 믿어 준다는 것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가치다. 이것이 기독교 대학이 줄 수 있는 가장 특별한 선물이다.

   장학금에서 영성운동으로

  변성규 목사는 학교의 미래는 재정만으로 세워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경남노회장, 고려신학대학원 총동창회장, 고려학원 이사, 은급재단 이사, 고신대학교 목사동문회장 등을 맡아 섬기며 늘 다음 세대를 품어 왔다. 또한 선린복지재단 이사, 기아대책 창원후원회 이사, 창원지방검찰청 형사조정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교회 울타리를 넘어 지역사회까지 섬기고 있다. 이제 목사동문회의 사역은 장학금 운동을 넘어 영성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등록금을 돕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믿음을 붙드는 일로 나아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사랑은 오늘도 흐르고 있다

  변성규 목사는 여러 권의 저서를 통해서도 후학들을 섬겨 왔다. 『기도의 모형집』, 『하나님의 사랑』, 『천국 시민헌장』, 『예수님과 그 나라』, 『천국 시민의 삶』 등은 모두 말씀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온 열매들이다. 또한 『어린이를 하나님께로』를 번역했고, 김재수 박사와 함께 『Reading Greek New Testament』, 『원어에서 찾은 블레싱』, 『예수님께서 주신 기도문』 등을 펴내며 학문과 목회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감당해 왔다.

  그의 삶은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그는 사람을 키우고, 사람을 남기고, 사람을 세우는 삶이었다.” 고신대학교 목사동문회의 이야기는 그 사실을 가장 아름답게 증언하고 있다. 한 사람의 헌신이 씨앗이 되었고, 그 씨앗은 숲이 되었다. 그리고 그 숲은 지금도 다음 세대를 품고 있다. 장학금에서 시작된 사랑이 영성운동으로 이어지고, 영성운동이 다시 사람을 세우는 운동으로 확장되기를 소망한다. 주님의 사랑이 고신대학교 캠퍼스 곳곳에 흐르기를 기도한다. 그 사랑을 받은 청년들이 교회를 섬기고, 세상을 섬기고,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믿음의 사람들로 자라나기를 소망한다. 필자는 그를 보면서 “사람을 남기는 사람들. 어쩌면 그것이 하나님께서 우리 모두를 향해 부르시는 가장 아름다운 소명”임을 기억하며 행복을 느끼게 된다.

변성규 목사(고신대학교 목사동문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