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기고 글에서, 당신의 서비스에서 ‘땀 냄새’가 나는지 물었다. 2026년 1월인 지금, 나는 그 질문을 조금 더 확장하고자 한다. 이제는 단순히 도구를 다루는 ‘실행자’의 시대를 지나, AI라는 거대한 엔진을 장착하고 나만의 항로를 개척하는 ‘설계자(Builder)’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AI가 이끄는 개발의 “딸깍화”, 코딩보다 중요한 것은 ‘설계’
최근 한 달간 나는 ‘커서(Cursor) AI’를 깊이 파고들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제 예비 창업 단계에서 기술적 장벽은 더 이상 변명이 되지 않는다. 과거 며칠 밤을 새워야 했던 코딩 작업이 AI를 통해 단 몇 분 만에 “딸깍” 구현되는 시대가 실현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AI가 코드를 짜주는 속도가 아니다. ‘이 기능을 왜 만드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 즉 설계자(Builder)로서의 관점이다.
‘블랙홀’에 잡아먹힐 것인가, ‘도메인’의 주인이 될 것인가?
지난 1년, 스타트업 생태계는 잔혹했다. 챗GPT의 성능이 올라갈 때마다 수천 개의 서비스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이른바 ‘LLM 블랙홀’ 현상이다. 단순 요약, 단순 번역, 범용적인 챗봇... 이런 아이템들은 빅테크라는 거대 블랙홀의 중력에 끌려가 흔적도 없이 소멸하고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살아남아 빛을 발하는 팀들이 있다. 그들은 AI라는 엔진을 달고 ‘현장의 깊은 문제’로 파고든 팀들이다.
∙ 신약 개발의 병목을 정확히 짚어내는 바이오 스타트업
∙ AI가 읽기 힘든 아날로그 데이터를 기계 가독성(Machine Readability) 높은 자산으로 재설계하는 물류 혁신팀
∙ 기술은 거들 뿐, 법률적 맥락과 인간의 심리를 꿰뚫는 리걸테크팀
빅테크가 모든 것을 잘할 것 같지만, 현장의 ‘땀 냄새’ 나는 디테일까지는 알지 못한다. 여러분의 아이템이 LLM의 업데이트 한 번에 무너질 성벽이라면, 지금 당장 무너뜨리고 다시 설계하라. AI가 흉내 낼 수 없는 당신만의 ‘도메인 전문성’이야말로 2026년 최고의 방어기제이다.
“K-스타트업은 쿨하다”, 시작부터 글로벌을 조준하라
지금 실리콘밸리에서 대한민국은 가장 ‘쿨한(Cool)’ 나라이다. 과거엔 ‘가성비 좋은 제품’으로 인식되었다면, 지금은 ‘가장 힙하고 세련된 문화’로 통한다.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가 우리의 문화를 실시간으로 소비하고 있다. 이는 국내 스타트업에 전례 없는 기회이다.
이제 “한국에서 1등 하고 해외 가겠다”는 전략은 폐기하라. 처음부터 미국 시장, 글로벌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조준해야 한다. 실리콘밸리 투자사 대표의 조언처럼, “망해도 미국에서 망하겠다”는 각오로 글로벌 시장의 문법과 삶의 방식을 서비스에 이식해야 한다. 세계는 지금 한국 창업자들의 집요함과 세련된 감각에 투자할 준비가 되어 있다.
‘실행자’를 넘어 ‘설계자(Builder)’의 심장을 가져라
이인아 교수는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의 ‘고유한 맥락’과 ‘사회적 인지’는 대체할 수 없다고 말한다. AI에게 업무를 ‘외주’ 주지 말고, AI를 똑똑한 ‘인턴’으로 부리며 전체 판을 짜는 ‘설계자(Builder)’가 되어라.
기술은 평등해졌다. 이제 변별력은 ‘질문의 깊이’와 ‘문제를 정의하는 힘’에서 나온다. 당신의 뇌를 AI에게 맡기고 편리함에 취해 있다면, 당신은 AI의 부품으로 전락할 것이다. 하지만 AI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서 더 멀리 보고 더 정교한 설계도를 그리는 설계자가 된다면, 2026년은 여러분 생애 최고의 해가 될 것이다.
2026년 1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빠른 코딩이 아니라 더 깊은 사유이다. 양귀자 작가는 소설 『모순』에서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성공의 정답지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마라. AI라는 강력한 파트너와 함께 일단 시장이라는 정글로 뛰어들어라. 구르고, 깨지고, 다시 일어나는 그 ‘실수의 반복’이야말로 AI가 절대 학습할 수 없는 우리 인간만의 위대한 ‘성장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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