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건강한 자아 정체성을 갖는다.
사역을 자신의 정체성과 연결 짓지 않는다.
내가 이룬 일이나 업적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해 이루신 일(복음)이 정체성의 기초다. 그렇기 때문에 출석 수, 세례자 수, 헌금 액수 등 숫자에 예민하지 않다. 성공에 우쭐대지도 실패에 좌절하지도 않는다. 사역의 성공이나 실패에 따른 감정의 기복이 덜하다. 정체성이 자신의 사역에 기초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성공, 강함, 지혜가 아니라 오히려 실패, 약함, 어리석음을 자랑한다.
자신이 주목을 받는 것보다 그리스도께서 주목받으시기를 훨씬 더 기뻐한다. “신부를 취하는 자는 신랑이나 서서 신랑의 음성을 듣는 친구가 크게 기뻐하나니 나는 이러한 기쁨으로 충만하였노라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 (요 3:29-30)라고 했던 세례 요한처럼 말이다.
사역의 성공이 자신의 공로와 업적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임을 인정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며, 자격 없는 자에게 주시는 선물임을 고백한다.
거짓 자아의 가면을 벗는다.
토머스 머튼은 거짓 자아를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 각 사람에게는 환상에 불과한 인격, 즉 거짓 자아가 따라다닌다. 내가 스스로에게 원하는 모습이지만 존재할 수는 없는 것이 거짓 자아다.” 또, 리처드 로어는“거짓 자아의 관심사는 근사하게 보이는 일, 가장하는 일이다. …우리는 거짓 자아가 장악하는 순간을 쉽사리 알아차릴 수 있는데, 그때 쉽게 마음이 상하기 때문이다. 거짓 자아가…(거의 3분마다) 마음이 상하는 것은 취약하기 때문이다. 반면, 참된 자아는 좀처럼 마음이 상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우리 모두는 거짓 자아를 갖고 있다. 내게는 ‘좋은 목사’, ‘친절하고 유능한 사역자’라는 거짓 자아가 존재한다. 이것은 나의 참 자아가 아니며, 환상에 불과한 자아다. 그런데 나는 한동안 이런 좋은 목회자의 이미지와 체면을 지키려고 애를 썼다. 그래서 누군가의 잘못을 보면서도 그와 대면하며 지적하지 못했고 그저 속으로 꾹 참고 기도하며 기다리기만 했다. 문제를 방치했고 결국 공동체의 더 큰 피해를 가져다주었다. 때로는 나의 거짓 자아와 이미지를 공격하고 훼손하는 사람들이 있을 때는 쉽게 상처를 받거나 화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복음 안에서 참된 자아를 발견했을 때, 나는 거짓 자아의 가면을 벗을 수 있었다. 더 이상 내가 지켜야 할 것은 나의 좋은 이미지가 아니라 내 가족과 성도들과 교회임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지켜야 할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나의 이미지를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이상적인 교회를 찾고자 처음 우리 교회를 방문한 이들에게 내가 바라는 교회, 되고 싶은 목회자가 아니라 있는 모습 그대로 나의 부끄러움과 부족함을 고백하게 되었다. 또 친절하고 유능한 목회자라는 나의 거짓 자아를 지키기 위해 부교역자들이나 성도들을 닥달해야 하는 압박감과 부담감으로부터 해방되었다. 복음 안에서 참 자유를 얻은 것이다.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건강한 자아 정체성을 가진 목회자들은 자신을 향한 비난에 절망하거나 격노하지 않는다.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발전의 기회로 삼는다. 비판을 받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묵묵하게 또 담대하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계속한다. 자신이 모두에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지 않는다. “I’m a perfect pastor!”가 아니라 ‘imperfect pastor’로 자신을 바라본다. 복음적으로 겸손한 사람이다.
팀 켈러는 『센터처치』에서 이렇게 말한다. “종교적인 사람은 비난을 당할 때 격노하거나 무너진다. 왜냐하면 좋은 사람으로서의 자아상이 자신에게 굉장히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자기 이미지에 위협이 되는 것들은 어떤 비용이 들더라도 없애야 한다. 반면 복음적인 사람은 비난을 당할 때 씨름한다. 그러나 내가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정체성은 나의 공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나에게 주신 하나님의 사랑에 있기 때문이다.” (『센터처치』, 138쪽)

열매 맺는 목회자는 자신의 사역적 성공 때문에 우쭐대거나 교만하지 않고 사역적 실수나 실패 때문에 실망하거나 좌절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정체성의 기초가 그리스도의 사역에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가득차서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 자체를 덜 하는 사람이다. C. S. 루이스의 말이다. “진정한 겸손은 자신을 하찮은 사람이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생각 자체를 덜 하는 것이다.”
이들은 복음 안에 있는 자신의 이중적 정체성을 기억한다. 첫째로, 나는 하나님께 감당 못 할 큰 죄를 지은 매우 나쁜 죄인이라는 정체성이다. 자신이 받는 어떤 비판과 지적보다 훨씬 더 나쁜 죄인임을 십자가 앞에서 기억하기에 겸손할 수 있다(교만하거나 우쭐대지 않음). 둘째로, 나는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감당 못 할 큰 은혜를 받은 의인이며 하나님의 사랑받는 자녀라는 정체성이다. 이 두번째 정체성 때문에 어떠한 비판과 비난 앞에서도 담대하고 당당할 수 있다(자기연민이나 절망에 빠지지 않음). 복음적 정체성으로부터 겸손과 용기를 동시에 얻는다.
그래서 이런 목회자들은 남으로부터의 비판을 수용하는 동시에 스스로 건강한 자아비판도 할 줄 안다. 자신의 멋지고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포장된 거짓 자아를 보여주기보다,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죄나 실수를 고백하는 용기와 자신을 비판할 줄 아는 유머 감각이 있다. 때로는 스스로를 ‘꼰대 목사’ 또는 ‘나쁜 목사’라고 표현할 줄 안다. 복음 안에서의 자기 인식이 견고하기 때문에 자신의 이미지를 포장할 필요를 못 느끼고 거짓 자아의 가면을 과감히 벗고 복음이 주는 자유와 여유를 누린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라” (요한복음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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