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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교계일반

대영박물관 관람기(16) ‘외로운 새’ 므나헴의 수치와 순종의 교훈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 8호실은 고대 앗시리아 제국의 위용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이곳에서 우리는 기원전 8세기 중엽, 북이스라엘의 운명을 갈랐던 앗시리아 왕 디글랏빌레셀 3세(Tiglath-Pileser III, B.C. 744-727)의 흔적을 접할 수 있다. 살만에셀 3세 사후(B.C. 826년) 약 80년 동안 앗시리아는 북쪽 우라르트(Urartu)와의 대항으로 주춤했으나, 디글랏빌레셀 3세에 이르러 서진 정책을 다시 추진하며 이스라엘을 비롯한 가나안 일대를 공격했다.
  전시실에는 왕의 권위를 보여주는 디글랏빌레셀 3세의 벽화 초상과 함께, 적진으로 당당히 행진하며 승리를 예고하는 왕의 행렬 부조가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한다. (사진1)

(사진1) “디글랏빌레셀 3세의 초상 부조”_서진교 목사 제공

(사진2) “정복지로 가마 타고 가는 디글랏빌레셀 3세의 부조” _서진교 목사 제공
(사진3) “정복지의 포로민 인계 장면 부조”_서진교 목사 제공
(사진4) “전차에 오른 디글랏빌레셀 3세의 부조(뒷부분 벽화 소실됨)” _서진교 목사 제공

  특히 왕이 화려한 가마(Litter)에 오른 채 수많은 시종과 군사들의 호위 속에서 거만하게 이동하는 장면은, 그가 얼마나 절대적인 권력의 소유자였는지를 단번에 보여준다.(사진2) 이러한 위용은 곧 그의 군대에 포위된 포로들이 왕에게 인계되는 정복 장면, 그리고 전차에 오른 벽화 등과 함께 앗수르의 강력함을 증언한다. (사진 3, 4)
  이 석판들은 수천 년 전 성경 속에 기록된 사건의 진실성을 확증해 주는 고고학적 증거물인 셈이다.
  디글랏빌레셀 3세의 첫 번째 북 이스라엘 공격은 므나헴 왕 때였다. 성경은 그를 ‘불(Pul)’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기록한다. 하나님을 져버리고 멸망 직전에 이른 이스라엘 왕 므나헴은 앗수르의 침략이라는 풍전등화의 위기를 겪었으며, 그는 이 위기를 모면하고자 막대한 공물을 앗수르 왕에게 바쳤다. 열왕기하 15장 19-20절은 당시의 참담함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앗수르 왕 불이 와서 그 땅을 치려 하매 므나헴이 은 천 달란트를 불에게 주어서 그로 자기를 도와주게 함으로 나라를 자기 손에 굳게 세우고자 하여 그 은을 이스라엘 모든 큰 부자에게서 강탈하여 각 사람에게 은 오십 세겔씩 내게 하여 앗수르 왕에게 주었더니 이에 앗수르 왕이 되돌아가 그 땅에 머물지 아니하였더라.”
  이 굴욕적인 항복은 앗수르 왕의 연감 자료에 더욱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나는 눈보라처럼 므나헴을 덮쳤고 그는 마치 한 마리의 외로운 새처럼 날아와서는 내 앞에 조아렸다. 나는 그에게 권리를 인정해 주는 대신에 많은 공물을 바칠 것을 명했다.”
  대영박물관 8호실 벽화에서 볼 수 있는 ‘디글랏빌레셀 3세가 적의 목에 발을 올려놓는(Puts His Foot on the Neck of an Enemy)’ 부조는 이 므나헴의 수치를 시각적으로 대변하는 자료이다.(사진5)

(사진5) “디글랏빌레셀 3세가 적의 목에 발을 올려놓은 부조” _서진교 목사 제공

  물론 벽화 속 인물이 므나헴이라 단정할 수는 없으나, 하나님을 거역한 이스라엘의 왕이 결국에는 이방 정복자의 발 아래 머리가 밟히는 듯한 극한의 굴욕을 겪었음을 이 벽화는 웅변하고 있다. 하나님께 순종하지 않은 왕이 이방 왕 앞에 비굴하게 엎드리는 수치를 당한 것이다.
  디글랏빌레셀 3세의 두 번째 북 이스라엘 공격은 베가 왕 때 일어났다. 이 때는 단순히 공물을 바치는 수준을 넘어선 직접적인 정복이었다. 열왕기하 16장 29절의 기록은 당시 북이스라엘의 영토가 어떻게 산산조각 났는지 분명히 보여준다.
  “이스라엘 왕 베가 때에 앗수르 왕 디글랏 빌레셀이 와서 이온과 아벨벳 마아가와 야노아와 게데스와 하솔과 길르앗과 갈릴리와 납달리 온 땅을 점령하고 그 백성을 사로잡아 앗수르로 옮겼더라.” (사진6)

(사진6) “디글랏빌레셀 3세의 공격으로 정복지 포로 이송 장면 부조” _서진교 목사 제공

  앗수르 왕 디글랏빌레셀 3세는 북이스라엘의 불순종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의 도구였다. 므나헴 왕이나 베가 왕처럼, 참된 왕이신 하나님께 순종하지 않고 패역의 길을 걸을 때, 하나님은 이방 왕에게 무릎 꿇게 만든 것이다.
  이 역사는 오늘날 우리에게 준엄한 교훈을 던져준다. 우리가 세상의 조롱거리나 비방의 대상이 되지 않고 참된 자유와 평안을 누리는 길은 오직 하나이다.
  “진정으로 무릎을 꿇을 자에게 무릎을 꿇으라!”
  참된 왕이신 하나님께 순종하는 것이 곧 진정한 자존감을 지키는 길이다. 대영박물관의 낡은 돌 벽화 부조 앞에서, 우리는 하나님께 순종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영적 방패임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