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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발행인칼럼

"그 시절이 다시 오려나"

  시골 초가집에는 언제나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육남매는 날마다 할머니 방을 차지하고 앉아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마을에 잔치가 있어 다녀오실 때면 언제나 손에 하얀 손수건이 들려 있었다. 대청마루에서 손수건을 펼치시면 우리 형제들은 둘러앉아 손수건이 내놓은 절편, 시루떡, 고기전, 비개 낀 돼지고기를 먹으며 너무나 행복했다. 할머니의 손은 마이다스의 손이었다. 할머니 손에서 나오는 먹거리들은 우리의 주린 배를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저녁이 되면 우리들은 할머니 방 선반 아래에 담요를 치고는 그 좁고 어두컴컴한 방 속에 또 다른 작은 방을 만들어 모여 앉아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귀신 이야기, 콩쥐팥쥐 이야기, 흥부놀부 이야기, 심청전 이야기를 듣곤했다. 형님은 이야기꾼이었다. 우리는 이야기에 빠져 밤이 깊은 줄도 모른 채 눈이 말똥말똥했다. 어느새 이야기꽃이 가물가물 멀어지는가 싶으면 할머니 방에서 그냥 스르르 잠이 든다. 할머니가 언제 우리들을 가지런히 눕혔는지 기억도 나지 않은 채 아침을 맞이하곤 했다.

  여름날이 되면 거적데기(돗자리)를 마당에 깔아 놓고 어머니와 함께 누워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았다. “저것은 북두칠성이야. 길 잃은 사람에게 방향을 알려주는 거지. 저건 카시오페이아 자리야,” 하고 일러주던 형님의 부연 설명을 들었다. 어떻게 저 별들이 하늘에 달려 있을까, 혹시 내 머리에 떨어지지는 않을까 하고 무서워할 때 갑자기 별똥별 하나가 빛을 뿌리며 떨어졌다. 순간 얼굴을 감싸며 무서워했던 기억이 난다.

  세월이 흘러 전깃불은 유난히도 밝았다. 대신 하늘은 희미해지고 그 많던 별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세상은 그대로인데 우리 아이들의 동심을 누가 잡아먹은 것일까? 첨단 산업의 발달로 아이들의 동심은 어디로 가고 그들의 손에 게임기, 첨단기기들이 들려 있다. 인간이 만든 기계에 예속되어 천진난만한 마음은 어디에 빼앗겼는지 모르겠다. 하늘의 별을 잃어버리고 할머니 방에서 들었던 온갖 재미난 이야기를 듣지 못하는 요즘 아이들이 왠지 불행한 세월을 보내는 것만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사람의 행복이란 자기만족에 있는 것이 아니다. 지식을 많이 쌓는 데 있는 것도 아니다. 군림하는 권력의 소유에 있는 것도 아닌데 우리 아이들은 그런 것들을 차지하기 위해 하늘을 한번 바라볼 시간도 없이 바쁘게 살아가고 있으니 안타깝다고 한편 한심스럽기도 하다.

  언제쯤 푸르고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고 시냇가에서 물고기를 잡고 저녁이면 돗자리 깔고 누워 하늘의 별을 헤는 날이 올까?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롬12:2)

  어린 시절의 잊을 수 없는 두 노래가 있다. 하나는 새마을 노래로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너도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 살기 좋은 새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였다. 다른 하나는 “잘 살아보세 잘 살아보세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였다.

  그래서 우리 부모님들은 새벽같이 일어나 일했고 잘살아 보려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밤낮으로 노력했다. 이렇게 어렵게 힘들게 세워놓은 나라, 이 좋은 나라를 이제 우리 손으로 허물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자나 깨나 나라를 위한 염려가 더해가니 지금 이 나라는 어디로 가는 중일까.

  교실이, 학원이, 기술이, 자격증이 행복이 아니라 하나님 주신 천부적인 인격을 마음껏 누리고 그 하나님을 마음껏 찬양하는 나라가 되어야 할 테다. 눈으로 보는 모든 것은 화려한데 그 속에는 온갖 더러운 것들이 자리를 잡고 우리의 동심을 병들게 하니 가난해도 즐거웠던 그 시절이 언제쯤 다시 오려는지 요원하기만 하다.

  정치하는 어른들이 모두 권력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차라리 천진한 어린아이들과 청소년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여 나라를 다스리면 훨씬 더 좋은 세상을 만들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이제 어른들이 자신의 수치를 스스로 보고 깨달아 좀 부끄러워하고 미안해하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새마을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잘살아 보자는 노래에 힘 입으며 다시 한번 우리 마음을 정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자연을 벗 삼은 순수한 시절로 다시 가야 하지 않을까. 악한 길로 더 멀리 가기 전에 지금 돌아서야 하는 것 아닐까. 더 늦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