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격언집에서 ‘희망을 돈으로 사다’라는 글을 읽었다. 고착 관념으로 보면 돈을 주고서라도 희망은 사야 한다는 뜻으로 들린다. 하지만 정반대이다. 미래의 불확실한 이익을 위해서 우리가 지금 소유하고 있는 것(돈)을 버리지 말라는 뜻이다. 책에서는 계속 단호하게 선포한다. 수많은 젊은이가 출세하겠다는 희망에 부풀어 행세깨나 하는 사람들과 친분을 맺음으로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다가 결국 허망하게 돌아선다고. 이것은 하찮은 것에 불과하고, 얼마 안 되는 재산을 탕진하거나 헤프게 써 버려 생존 위협을 받을 상황까지 전락하게 된다고. “희망은 훌륭한 아침 식사이지만 형편없는 저녁 식사이기도 하다”라는 씁쓸한 말과 함께 이 격언에 대한 풀이가 끝이 난다.
지금까지 희망이 없으면 죽은 것과 같다는 말을 들어왔다. 자신을 투자해서라도 꿈과 희망은 사야 하는 것으로 여겨왔다. 투자란 자신이 가진 시간, 금전 등을 그 꿈에 갖다 바치는 것이다. 시간과 금전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어디 있던가? 무엇을 배우거나 인간관계에도 투자가 필요한 법이다. 그렇게라도 해서 희망을 얻을 수 있다면 현재의 시련을 이길 수 있는 힘이 솟고, 미래를 기대하며 살아갈 수 있는 능력도 얻어갈 것이라 본다. 이런 희망과 꿈 없이 살아가는 무기력한 삶은 그야말로 영혼이 죽은 것이다.
참 오랜만에 Y를 만났다. 이미 사역자의 길로 들어선 나는 Y에게 내가 놓지 못하는 꿈과 희망에 대해 이야기 한다. 희미해져 가는 희망을 놓지 않고 붙들고 있다고. 누군가는 나의 가늘지만 질긴 꿈과 희망을 이제 버릴 때도 되지 않았나, 라고 말한다. 또 누군가는 이런 나를 대수롭지 않게 흘려버린다. 나는 지금 당장 뭔가를 하지 못하더라도 꿈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소원을 주셔서 그것을 성취하시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온 꿈을 이루고 싶어 희망과 동거함이 이토록 행복하거늘.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 간다!’는 명언에서 ‘그린다’라는 말은 놓지 않는다는 말이다. ‘붙잡다’라는 긍정적 표현보다 때론 부정적 표현이 더 강하게 들어올 때가 있는데, 꿈을 붙잡는다보다 꿈을 ‘놓지 않는다’는 말로 꿈에 대한 강한 그리움을 보여주는 것 같다. 놓지 않는 꿈이, 그 꿈을 이루고 싶다는 희망이 부질없는 에너지 낭비, 돈 낭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라틴어 격언집에서 말한 소위 세상출세를 위해서가 아니고, 아침에는 훌륭했으나 저녁에는 형편없는 불균형적 식사도 아닌, 이 세상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분복으로서의 희망이니까.
Y와 나는 꿈이 다르고 희망지수도 다르지만, Y는 적극 내 꿈과 희망을 응원했다. 놓지 않는다는 나의 말에 박수를 쳤다. 놓지 않는다면 끊어지지 않는다면서 지금도 이루어가는 중일 거라고 두둔했다. Y를 만나 이야기하다 보니 힘이 생겼다. 느슨해졌던 힘이 팽팽해졌다. 희망이 부풀었다. 마음이 벅찼다.
새해가 시작되고 세 번째 달이다. 잃어버리고 놓아버린 꿈을, 희망을 불러오는 새봄 되길 원한다. 비몽사몽간이 아니라 또록또록 깨어있음으로 희망을 그려나가면 좋겠다. 지금처럼 시대가 어두울수록 꿈과 희망을 그리기에 더 좋은 때가 없다. 삶에 더 큰 희망을 다지며, 소원하며, 기도하며 우리 주인이 기뻐하실 보석으로 스스로를 다듬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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