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박물관 상층 58전시실은 1950년대에 새롭게 발굴된 <여리고성>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그런데 그 유물 중에 해골로 된 유물들이 있다. 보기에는 뼈만 앙상하게 있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청동기 시대 당시 사용하던 그릇류, 부엌 집기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이에 관하여 성경은 여리고 성이 갑작스럽게 무너졌다고 보도한다. “이에 백성은 외치고 제사장들은 나팔을 불매 백성이 나팔 소리를 들을 때에 크게 소리 질러 외치니 성벽이 무너져 내린지라.”(수6:20)
이처럼 여리고 성 유적들이 고스란히 보존된 이유는 하나님이 그 성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그 방식은 사람으로서는 상상도 못 할 하나님만의 방식이었다. 아브라함 때부터 약속하셨던 그 땅을 그의 후손에게 주시고자 때가 되어 하나님께서 가나안의 첫 문인 여리고 성을 완전히 무너뜨리셨다. 또한, 여리고 성 해골 유물들은 청동기 시대 가나안 장례법과 관련이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상층 62~63전시실은 고대 이집트 장례법과 사후 세계관을 알려주는 데 매우 중요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것은 미라(mummies)를 비롯한 장례가면, 초상화, 부장품이다. 특히 이 전시실에는 잘 짜진 화려한 관(coffin) 안에 다양한 미라들이 전시되어 있고, 이것을 보기 위해서 관람객들이 매우 붐빈다. 미라는 뇌와 장기를 제거한 시신 안에 천연염을 채우고, 얇고 긴 천으로 단단히 감아서 만들었다. 몸에서 빼낸 장기는 별도의 항아리에 보관되었다. 사람의 미라뿐 아니라, 사후 세계에서 죽은 자 대신에 노동을 맡은 샤브티(작은 인형)와 황소, 악어, 고양이, 독수리 등 다양한 동물 미라도 함께 만들어 신에게 바쳤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죽으면 살아생전 행위의 선악에 따라 사후 세계가 결정된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들은 죽은 육체를 잘 보관하여 사후 세계의 삶을 철저히 준비했다. 그 방법이 관 안에 미라로 보관해 두는 방식이었다. 그들에게 죽음은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어 육체는 지상에 미라로 남고, 영혼은 오리우스 신이 저울로 무게를 달아서 깃털보다 가벼우면 안식을 찾게 되는 반면, 많은 죄로 인해 깃털보다 무거우면 심장을 먹히게 된다고 믿었다. 이에 관한 내용이 그 유명한 <사자의 서: 파피루스에 기록된 사후 세계 안내서>에 잘 묘사되어 있다. 이것은 67전시실에 전시되어 있다.
성경에 보면, 믿음의 족장 중에서 야곱과 요셉의 시신 처리는 이집트 방식을 따랐다(49:33~50:3, 50:26). 그들의 시신은 미라로 처리해서 관에 보관되었다. 그럼에도 야곱과 요셉은 이집트 땅에 묻히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들은 오직 하나님의 약속이 있는 그 땅에 묻히고자 했다. 그래서 죽기 전에 유언을 남겼다(창 50:12~13, 24~25): 야곱의 아들들이 아버지가 그들에게 명령한 대로 그를 위해 따라 행하여 그를 가나안 땅으로 메어다가 마므레 앞 막벨라 밭 굴에 장사하였으니 이는 아브라함이 헷 족속 에브론에게 밭과 함께 사서 매장지를 삼은 곳이더라. 요셉이 또 이스라엘 자손에게 맹세시켜 이르기를 하나님이 반드시 당신들을 돌보시리니 당신들은 여기서 내 해골을 메고 올라가겠다 하라 하였더라.
야곱과 요셉에게는 이집트에 화려하고 잘 짜진 관이나 미라가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하나님의 약속이 더 중요했다. 그래서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그 약속의 땅에 묻혀 지금까지 믿음의 조상으로 자리매김했다. 과연 잘 죽고, 잘 사는 것이 무엇일까? 화려한 장례식과 거창한 장례 행렬보다는 약속을 믿고, 그 믿음대로 사는 것, 곧 부활과 영생을 사모하며 그것을 소망하는 <마라나타의 신앙>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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