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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교계일반

은퇴목사에 대한 예우

은퇴자 예우는 "법보다 덕"

은퇴 후에는 얼마만큼의 돈이 필요할까? 그것은 사람마다 살아온 삶의 환경에 따라 다를 것이다. 평생 시무한 교회를 떠나갈 즈음에 예우 문제로 인해 “돈만 밝히는 목사”로 전락한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누구나 이 문제에 있어서 자유로울 수 없다. 왜냐하면 사람에게는 기본적으로 삶의 안정감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구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목사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다. 문제는 그것을 감당해야 할 교회의 상황이 다르고, 은퇴하시는 목사님의 살아온 삶의 환경과 현재의 경제적, 신체적 여건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예우 문제를 일률적으로 정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한 교회에서 20년 이상을 목회하면 원로목사라는 칭호가 붙는다. 원로목사인 경우에는 문제가 또 달라진다. 어떤 교단은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법으로 규정해 두었다. 그런데 법은 어디까지나 법이다. 그 법을 시행하지 못했다고 해서 교회를 비난하거나 징계할 것인가? 

  <에르난도 데 소토>라는 페루의 한 작가가『자본의 미스터리』라는 책을 썼다. 이 책의 부제가 흥미롭다. <왜 자본주의는 서구에서만 성공했는가?>이다. 그 책에는 그가 말하기를 자신이 속한 남미 지역은 보수적인 종교색채가 강한 로마 카톨릭이 많다고 한다. 보수적이어서 돈에 대해서는 설교하거나 말하기를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자칫 불경건한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뒤에서는 모두 돈을 말하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서구는 돈이 불편한 주제이지만 돈을 직면하고 다루었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뿌리를 내렸다고 말한다.

  우리말에 “화장실과 처갓집은 멀리 있으면 있을수록 좋다‘ 란 말이 있다. 그런데 냄새나는 화장실을 직면하니 그 화장실이 안방으로 들어와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런 측면에서 목회자의 은퇴 예우 문제는 공론화해서 다루어야 할 문제이다. 다루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직면해서 다루어야 문제가 적어진다. 법보다 우선하는 것이 덕이다. 정당하다고 다 유익한 것이겠는가? 교회와 목회자 그리고 사회적 일반적인 정서를 고려하여 합리적인 결정에 이를 수 있기를 바란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