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주 어린 시절에 교회를 다녔다. 초등학교에도 가기 전에 사촌 형의 전도로 시골 초가집 온돌방교회에서 친구들과 몇 명이 둘러앉아 예배를 드렸다. 아련한 기억 속에 성탄절이 다가오면 12월 첫날부터 우리는 매일 예배당에 모여 교회 선생님과 함께 성탄절 준비했다. 구들방에 앉아 머리를 맞대고 열심히 준비했던 것 같다. 선생님이라고 해야 전도사님과 고등학교를 다니는 여학생 선생님과 그의 남동생, 그의 몇몇 친구들이었다.
성탄절 프로그램을 짜는데 제일 먼저 하는 고민은 성탄절 인사말을 누가 하는가이다. 그때 유치부의 꼬마들은 글을 몰랐다. 아이의 어머니가 고민 고민하여 인사말을 적어서 오면 선생님이 읽어보고 좋아하셨다. 두 손을 예쁘게 모으고 다소곳이 인사를 하고서는 “오늘은 우리 예수님이 탄생하신 크리스마스입니다. 여기에 오신 성도님들을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시고 우리들의 재롱을 보시고 힘차게 박수쳐 주세요. 감사합니다.”하면 우리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그리고 다음 순서는 7~8명의 초등부 학생들이 암송을 했다. 그 내용은 누가복음 2장 1절에서 20절까지였다. 이 구절들을 나누어서 암송을 하는데 모두 한 줄로 서 있다가 한 명이 앞으로 나가서 암송하고 자기 자리고 돌아오면 다른 한 명이 또 나가서 암송을 하고 마지막에는 다같이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아멘”하고는 자기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세월이 조금 지나 어느 해 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지금도 생생한 성탄절의 암송 시간이 떠오른다. 모두 10명의 아이들이 한 명씩 암송을 했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첫째 아이는 “하나님은 한 분이요 다른 참신은 없습니다."
둘째 아이는 “이 세상에 오신 참 귀한 아들은 예수님과 세례요한입니다.”
셋째 아이는 “셋은 삼위일체 하나님이요 동방박사들이 세 가지 예물 황금, 유황, 몰약을 가지고 아기 예수님에게 찾아왔습니다.”
넷째 아이는 “신약성경의 사복음서는 마태, 마가, 누가, 요한복음입니다.”
다섯째 아이는 “슬기로운 다섯 처녀는 등을 예비하고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여섯 번째 아이는 “우리가 이 세상에서 열심히 일할 날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엿새입니다.”
일곱 번째 아이는 “일을 열심히 하고는 칠일에는 안식하고 예배드립니다.”
여덟 번째 아이는 “예수님이 가르치신 하늘나라의 복은 팔복입니다.”
아홉 번째 아이는 “성령의 열매는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인내와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의 아홉 가지입니다.”
열 번째 아이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계명은 하나님사랑과 이웃사랑의 십계명입니다.”
이 내용은 지금도 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중요한 성경의 핵심적인 진리이다. 언젠가 목사님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했더니 주일 설교 시간에 “옛 어린 시절의 교회학교 교육이 얼마나 충실했는가”를 말씀하시며 예화로 쓰셨다고 한다.
또, 무용을 잘하는 교회학교 아이들은 “저들 밖에 한밤중에 양 틈에 자던 목자들” 그리고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흰 치마를 가지고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쓰고는 손에 촛불을 들고 무용을 했다. 무용에 몰입하느라 자기 손등에 흘러내리는 촛농에 손등을 데어 여러 날 아파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러고 나면 이제 성극을 하는데, 출연진은 예수님은 나, 마리아는 우리 숙모가 된 한해 선배 윤성연, 동방박사들은 내 친구 세 명이 했다. 그리고 밖에서 양을 지키는 목자들은 중학생 형님이 맡았다. 시골 추운 마룻바닥에서 연탄도 귀하던 시절에 언 손을 녹여 가며 대본을 만들어 서로 가르치며 지냈던 시절이 참으로 그립다.
성탄절 무대 행사가 끝이 아니다. 행사가 끝나면 집사님들 집에서 놀다가 새벽이 되면 새벽 송을 해야 했다. 집사님들과 함께 들고 다닐 성탄 호롱불을 만들었다. 창호지를 사고 철사나 대나무를 가지고 호롱불 가를 싸고는 예쁘게 십자가 무늬를 넣고 창호지 겉에는 ‘축 성탄’이라고 쓴다. 완성이 되어 불을 켜면 정말 멋진 성탄 호롱불이 된다.
예배당 안 강대상 좌우에는 성탄 장식을 위해서 산에 가서 멋지게 생긴 트리용 나무를 잘라 와서 강대상 양쪽에 세운다. 색종이를 오려서 연결고리를 만들고, 은박지가 귀하던 시절 담뱃갑 안에 있는 은박지를 모아서 다리미로 다려 몇 장씩을 붙여 선물 상자를 만들고, 트리 맨 꼭대기에는 별을 만들어 붙이고 날이 새는 줄도 모르며 한 달 내내 준비하던 그 시절이 많이 생각난다.
과거 4~50년 전 시골이나 도시나 가게마다 울려 퍼지는 크리스마스 캐롤은 어린 우리들의 마음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고, 그날이 오기를 무척이나 기다렸다가 그날이 오면 들뜬 마음으로 행복한 성탄절을 보냈다. 선생님이 손수 분장해 주고, 의상을 준비해 주시고, 가르쳐 주시던 그 시절의 성탄절은 이제 희미해져 간다.
오늘날의 성탄 분위기는 너무 고요하다 못해 적막마저 흐른다. 하나님은 다음세대가 잊어버리지 않도록 보고 듣고 배운 바를 가르치라고 하셨다. 그러나 가르치고 계승하는 일을 부모가 게을리하다 보니 이제 우리 아이들은 세상 풍조와 과학에 떠밀려 살고 있다. 살아 있어야 하는 영성의 세계는 죽어가고 타락한 세속문화에 우리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병들어 가고 있다. 다시 우리의 문화와 은혜의 세계를 찾아 하나님을 사랑하고 우리 예수님의 탄생을 기리는 성탄 문화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옥재부 목사(북울산교회 담임)
'교계 > 교계일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과 겨울, 예수 이불로 따뜻하게 덮어주셔서 감사합니다.” (4) | 2024.11.28 |
---|---|
"성탄트리가 말을 걸다" (0) | 2024.11.27 |
『콜레스테롤 이야기』 (2) | 2024.11.02 |
“트렌드 코리아 2025”와 “한강 작가의 삶”에서 읽는 <스타트업 여정의 시크릿> (4) | 2024.11.02 |
『2024 한국해비타트 주택분양 안내』 (1) | 2024.1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