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이 끝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우리나라는 특별히 양궁에서 전 종목 석권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선수들, 협회와 코치진, 국민의 응원이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뤄낸 성과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우리나라의 김우진과 미국의 브래디 엘리슨의 남자 개인 결승전이었다. 결승전답게 팽팽한 경기가 이어졌다. 서로 두 세트씩을 주고받으며 4-4 동점이 되었고, 심지어 마지막 세트는 비겼다. 두 선수는 슛오프(한 발로 승자를 결정하는 방식)에서도 10점을 쐈다. 그러나 김우진이 쏜 화살이 엘리슨의 화살보다 정중앙에서 4.9mm 가까이 꽂혀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되었다. 그야말로 ‘간발의 차이’로 메달의 색깔이 결정된 것이다. ‘간발의 차이’가 생겼지만 그래도 괜찮다. 생사를 건 싸움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메달 색깔이 달라진 것뿐이다. 그래서 은메달을 목에 건 엘리슨은 시상대에서의 표정이 어둡지 않았다. 시상대에서 그는 김우진, 이우석과 함께 활짝 웃는 사진을 남겼다.

자, 이제 무대를 바꿔 14세기의 스위스로 가보자. ‘게슬러’라는 폭군이 장대에 모자를 걸어 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절을 하라고 강요했다. 의협심이 강한 명수였던 ‘빌헬름 텔’이 모자에 절을 하지 않자, ‘게슬러’는 ‘빌헬름 텔’을 체포한 뒤 내기를 제안한다. 아들의 머리 위에 사과를 올려놓고 사과를 맞추면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이때는 어떤가? ‘간발의 차’가 용납되지 않는다. 무조건 사과를 명중해야 한다. 반드시 엑스 텐(X-10)을 쏴야 한다. 자기가 쏜 화살에 아들의 생명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엑스 텐’이 아닌 화살은 다 무의미하다.
어떤 무대냐에 따라 실력과 집중력의 정도가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적당히 해도 되는 상황이 있고, ‘적당히’가 절대로 용납되지 않는 상황이 있다. 반드시 ‘완벽’해야 하는 것이다.
(삼상 13: 13-14) "사무엘이 사울에게 이르되 왕이 망령되이 행하였도다 왕이 왕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왕에게 내리신 명령을 지키지 아니하였도다 그리하였더라면 여호와께서 이스라엘 위에 왕의 나라를 영원히 세우셨을 것이거늘 지금은 왕의 나라가 길지 못할 것이라 여호와께서 왕에게 명령하신 바를 왕이 지키지 아니하였으므로 여호와께서 그의 마음에 맞는 사람을 구하여 여호와께서 그를 그의 백성의 지도자로 삼으셨느니라”하고
사무엘이 집례해야 할 제사를 사울이 대신했다는 이유로, 하나님께서 사울을 버리셨다. 사울 입장에서는 좀 억울할 것 같다. 첫째, 제사를 드렸다. 제사를 무시하지 않았다. 둘째, 사무엘이 약속 시간보다 늦게 와서 할 수 없이 사울이 제사를 집례한 것이다. 사무엘의 잘못이 크다. 셋째, 이스라엘의 병력이 흩어지고 있었다. 병력이 없으면 전쟁을 할 수가 없다. 사울의 말대로 충분히 ‘부득이한’ 상황 아닌가?
사울은 전쟁 전에 반드시 하나님께 제사드려야 한다는 명령을 지켰다. 사무엘에게도 미리 제사 집례를 부탁했다. 그런데 사무엘이 늦은 것이다. 사울이 제사를 집례한 것은 사무엘의 책임이 거의 99%다. 사울은 9.9점을 쏜 것이다. 꽤 괜찮은 점수다. 그런데도 하나님은 사울을 버리셨다.
사울이 착각한 것이 있다. 무대다. 사울이 서 있는 곳은 올림픽 양궁 경기장이 아니다. 묶여 아들의 머리에 사과가 올려져 있는 곳이다. 위기의 순간이다. 지금 강대국 블레셋과의 전투를 앞두고 있지 않은가.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지 않은가.
그럴 때는 9.9점의 신앙은 무의미하다. 엑스 텐(X-10)의 신앙이 필요하다. 마지막까지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했어야 했다.
많은 성도가 신앙생활을 거꾸로 한다. 삶이 평탄할 때 신앙생활을 빈틈없이 한다. 열심히 예배드리고 기도한다. 그러다가 위기와 고난이 닥치면 빈틈을 허용한다. 슬프다는 이유로 예배의 자리를 떠난다. 힘들다는 이유로 기도의 자리를 떠난다. 이해는 된다. 그러나 지혜롭지 못하다.
차라리 거꾸로 하라. 범사가 평안할 때는 평균적인 신앙생활만 해도 된다. 7점, 8점 신앙도 괜찮다. 그러나 인생에 위기와 고난이 찾아왔을 때는 긴장해야 한다. 집중해야 한다. 9.9점 신앙으로도 무너질 수 있다. ‘엑스 텐 신앙’으로 위기와 고난을 이겨야 한다.
위기와 고난이 찾아왔을 때, 평소보다 더 기도하라. 인생에서 광야를 걷고 있을 때, 평소보다 더 찬양하라. 시험이 내 삶을 덮칠 때, 작은 죄까지 철저히 회개하라. 그래서 ‘엑스 텐’을 쏘라! 역전시키시는 하나님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김승민 목사(성광교회)
'오피니언 > 논설위원(이 달의 말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밤중에 기도하고 찬송하매" (2) | 2024.10.31 |
---|---|
"주일성수" (3) | 2024.10.03 |
"소리의 사명" (1) | 2024.07.02 |
"행복을 찾는 사람들에게" (룻기1:16~18) (38) | 2024.05.29 |
행복한 가정 (0) | 2024.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