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한민국 사회는 유례없는 사회적 갈등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세대와 남녀, 종교와 좌우의 정치이념까지 갈등은 점점 증폭되어 폭발직전에 놓여있습니다. 분별없는 관용이나 대책 없는 포용주의와 독선적인 배타주의라는 양극단의 오류에 빠져 혼란과 소란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사회적 갈등의 문제에서 교회가 벗어나있지 않다는데 있습니다. 아니, 도리어 갈등의 주체가 되어 시민사회에 지탄받는 부끄러움에 빠지기도 합니다. 본서를 통해 리처드 마우는 우리시대에 시민교양의 절박한 필요를 논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리스도인들이 불신자가 다수를 이루고 있는 한국사회 속에서 어떻게 교양 있는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 구체적인 대안들을 차분하게 제시하고 있다.
리처드 마우(Richard J. Mouw)는 칼빈대학에서 17년간 기독교철학과 윤리학을 가르쳤다. 후에 풀러신학교 총장에 취임하면서 20년간 여러 저술들과 강연, 기도활동을 이어갔다. 미국의 주요언론으로부터 사회적 문제와 이슈에 대해서 기독교적 관점에 대한 기고와 인터뷰요청에 성실하게 대응했고, 2007년에는 프린스턴 신학교의 ‘공적신학을 위한 아브라함 카이퍼센터’에서 ‘개혁신학과 공공생활’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아서 ‘아브라함 카이퍼 상(賞)’를 수상하기도 했다. 많은 저술들 가운데 한국어로 번역된 책으로는『왜곡된 진리』(CUP), 『칼빈주의, 라스베가스 공항을 가다』(SFC), 『문화와 일반은총』(새물결플러스), 『버거킹에서 기도하기』(IVP) 등이 있다.
마우는 먼저 바른 신앙과 시민교양이 양립할 수 있는지 문제제기를 하면서, 기독교적 시민교양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기를 시도합니다. 무엇보다 그리스도인은 다른 신앙과 신념, 가치관을 가진 이웃들에 대한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존중한다는 말은 우리의 믿음과 신념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의 신념과 가치관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를 뜻합니다. 동성애, 동거, 이혼과 같은 문제로부터 정치, 경제, 교육과 같은 거대담론에 이르기까지 세대 간의 견해가 충돌하고 갈등하는 때에 간음한 여인을 향해 바리새인들처럼 정죄하고 돌을 던지기보다 그들의 이유와 문제를 경청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말합니다. 성경적 가치와 진리를 견지하되 정죄와 심판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교양 있는 이웃으로 더불어 사는 자세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독교적 시민교양을 가진다는 것은 상대주의적 관점을 가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바른 기독교 교양은 성경의 진리를 분명하게 견지하는데서 출발합니다. 옳은 것을 옳다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성경적 기준을 가지고 진리를 판단하는 눈을 가져야 합니다. 주님도 간음한 여인의 죄를 결코 묵과하신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베드로가 권면하듯 ‘온유와 두려움’으로 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특별한 피조물입니다. 우리가 이웃을 존중하는 것은 하나님의 영광을 존중하는 일입니다. 교양이라는 말은 사람을 존귀하게 여기는 것 이상을 뜻합니다. 우리가 사는 공동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포함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배제와 분절을 불러오는 과도한 민족주의나 애국심은 일종의 우상숭배가 될 수 있습니다.
8장 ‘시민교양과 성(性)’에서는 점점 우리주변에 자리잡아가는 동성애자들과의 어떻게 교양 있는 관계를 유지하고 살아갈 수 있는지 다루고 있습니다. 동성애와 패미니즘과 같은 주제 앞에서 어떻게 교양 있는 성도로 설 수 있을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먼저는 성적으로 자기비판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우리 모두는 성적으로 정상적인 모델이라고 자랑할 만한 사람들이 못됩니다. 우리 중 누가 간음한 여인을 향해 돌을 들 수 있을까요? 우리는 성적문제나 패미니즘에 있어 지나친 단순화를 멀리해야 합니다. 과거 오랜 세월동안 여성을 학대당해왔던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대화할 때, 문제의 실마리를 잡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으로 동성애자들을 경멸하거나 기괴스런 존재로 마녀 사냥하듯 경멸스런 타자로 만들지 않아야 합니다. 간음과 비정상적인 성적 환상과 범행처럼 동성애도 회개하고 바르게 회복되어야 할 부분으로 여겨야 마땅합니다. 성에 대한 성경적인 입장을 견지하되 대화할 수 있는 정중한 이웃이 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9장 ‘다른 종교의 도전’은 타 종교인들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태도에 대해 잘 정돈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는 다종교사회이고 다수의 불신자들과 교제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다원주의와 상대주의의 유혹도 피해야 하겠지만 분절된 이원론자로 살아가서도 안 될 것입니다. 하나님의 이름을 내걸면서 불의와 불공평, 왜곡된 정죄와 폭력을 앞세우는 것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보다 혐오하시는 일이 될 것입니다. 바른 신학과 신앙이 중요한 만큼, 이웃을 대하는 태도와 교양이 함께 가야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이웃에 대한 존중과 사랑은 버린 채 자기주장과 의만을 외쳐대는 일은 피해야 합니다. 마우는 이웃과 대화를 중단할 유일한 이유가 있다면, 타인의 삶을 해치려는 의도를 분명하게 보여 우리와 대화 단절을 요청하는 경우 뿐이라고 말합니다.
12장 “지옥은 무례한 개념인가?”에서 이웃을 지옥의 불쏘시개로 여기며 정죄하는 몰상식에서 벗어나서, 오래 참으시는 하나님의 사랑의 태도를 본받아야 할 것을 강조합니다. 13장에서는 ‘승리주의’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그리스도 안에서 승리를 확신하는 그리스도인의 가장 분명할 열매가 기꺼이 고난에 참여하며, 인내하는 일이라는 점을 제시합니다. 14장에서 ‘느린 하나님을 섬기기’에서 조급하며 참지 못하는 세대에서 오래 참으시는 하나님을 따라 하나님의 인내를 공유하는 삶을 살아갈 것을 도전합니다. 급하게 좌나 우로 답을 내려,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잠정적인 하나님의 뜻을 속단하고 정죄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은 권하고 있습니다. 우리와 같지 않은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되, 정중하고 교양 있는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좋은 학습서입니다. 교회 식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나누면 유익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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