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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문화/이종인 목사와 이 달의 책

"길은 여기에"

권요섭, 『미우라 아야코의 길 따라』 (안산 : 크리스천르네상스, 2024)

  미우라 아야코는 우리나라에 『빙점』으로 인해 알려졌습니다. 1967년과 1981년 두 번에 걸쳐 영화로 제작되어 상영되었고, TV 드라마도 KBS, MBC가 각각 1990년과 2004년에 제작하여 상영하였습니다. 일본에서는 영화뿐 아니라 무려 8번이나 TV 드라마로 제작되었을 정도입니다. 본서의 저자를 처음 만난 것은 대마도에서였습니다. 「교회를 위한 신학포럼」모임에서 만나 며칠간의 교제를 나누면서 미우라의 문학세계에 대해 깊이 청취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전북대와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2001년 일본선교사로 파송되었습니다. 도쿄에 소재한 게이센그리스도교회 고다이라 채플을 개척해 목회 중에 있었습니다. 선교사로 머물던 중 2012년 미우라의 문학세계를 접하고 심취하게 되었고, 2016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연구의 길에 들어서게 됩니다. 그 결실로 2022년 William Carry international University에서 「미우라 아야코 선교문학의 비평적 고찰」이라는 주제로 박사학위(PH. D)를 취득했습니다. 현재, 일본 미우라아야코 독서회 운영위원이자 한국대표로 활동 중에 있습니다. 

  본서는 세 가지로 특징이 뚜렷합니다. 하나는 그녀의 삶에 대한 기록이고, 다른 하나는 그녀의 작품세계에 대한 안내서입니다. 마지막으로 미우라 아야코의 삶과 문학의 현장을 답사하고 차근하게 안내는 여행안내서이기도 합니다. 

  첫째, 아야코의 생애와 삶에 대해서 안내합니다. 1922년 4월, 훗카이도 아사히카와시에서 차녀로 출생했습니다. 탯줄을 목에 감고서 울지도 못하고 축 늘어진 가사(假死) 상태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병약했습니다. 몸이 나약했던 탓에 조용히 독서하는 것을 좋아했고, 소학교 시절에는 작문에 재능을 들어내 소학교 3학년 때부터 문집에 글이 실렸습니다. 소학교 5학년 때는 짧은 역사소설 『두견새 울 무렵』을 집필하기도 했습니다. 그녀가 교회를 처음 출입한 것은 소학교 3학년 때였고, 친구의 권유로 주일학교를 다녔습니다. 하지만 1년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그녀가 복음을 듣고 신앙생활을 하기 시작한 것은 많은 세월 뒤였습니다. 그녀의 어린 시절은 『풀의 노래』에 담겨있습니다.

『돌맹이의 노래』는 여학교 입학으로부터 소학교 교사로 패전을 맞을 때까지의 기록을 담았습니다. 여학교 입학 후 6개월 즈음에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을 장티푸스로 잃고 맙니다. 동생에 대한 그리움은 『빙점』의 여주인공 이름을 요코로 정한데서 나타납니다. 여학교 졸업 후 17세에 산간 탄광 마을에 소재한 우타시나이 보통고등소학교 대용교원으로 부임했고, 다음 해 시험을 치르고 정식교원이 되었습니다. 순진했던 그녀는 군국주의 사상을 그대로 수용하여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훗날 자신의 군국주의 교육의 잘못을 깨닫고 죄책감에 시달리다 1946년 3월 교사를 사직합니다. 

『길은 여기에』는 삶의 목적을 잃고 방황하던 시절 폐결핵과 척추 카리에스 진단을 거쳐 13년간 요양생활을 했고, 허무주의에서 시름하던 그녀가 헌신적인 사랑을 받고, 주님을 소개받고 만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과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1952년 7월 그녀는 병상에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삿포로기타이치조 교회를 만나고, 신실한 그리스도인 남편과 더불어 믿음의 지체들을 만나 그녀의 생은 완전히 변화됩니다. 『이 질그릇에도』는 미우라 부부의 사랑과 신앙고백과 결혼과 가정, 부부란 어떤 관계인지를 물어가는 자전적 소설입니다. 『내일을 노래해』는 유작으로 1999년 10월 소천 한 그녀의 마지막 자전적 기록들로 남아 있습니다. 

  둘째, 본서는 미우라 아야코의 문학세계에 대한 가이드입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그녀가 작업한 100여 권의 책을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습니다. 아야코는 자신의 삶에 대한 자전적인 내용뿐 아니라 복음에 대한 내용들을 문학에 녹여 담았습니다. 한 예로, 『빛이 있는 동안에』라는 책은 복음안내서와도 같습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 죽음에 대한 이야기와 교회,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총구』라는 책은 일본의 전쟁에 대한 사죄와 참회, 다시는 전쟁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양들의 언덕』에서는 용서에 대한 내용을, 『생명이 있는 한』은 소명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방대한 미우라 아야코의 문학세계 입문서라 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본서는 문학기행서로 그녀의 자취를 방문하고 찾아볼 수 있는 여행안내서입니다. 기념문학관에 대한 안내와 더불어서 『빙점』에 등장하는 병원장 저택과 카페 지로루, 견본림과 비에이강, 아사히카와역, 로쿠조 교회에 대한 정보를 담았습니다. 『시오카리 고개』에 등장하는 실제 사고 현장과 시오카리역, 시오카리고개기념관과 미우라 아야코의 고택의 주소와 개관시간과 휴관일, 요금까지 상세하게 안내합니다. 국내 모 여행사에서 미우라 아야코 문학기행 상품도 있다하니 한 번 다녀와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눈으로 가득할 겨울에 말입니다.

이종인 목사 (울산언약교회 담임 , 울산대학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