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생활을 마치고 돌아 온 나는 “농촌 계몽 운동”을 꿈꿨다. 이런 마음은 고인이 된 김용기 장로의 “가나안으로 가는 길”이라는 책을 읽은후에 주신 감동이었다.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 생활을 청산하고 가나안에 들어간 것은 하나님의 백성의 소망이요 꿈이었다. “한번 살다가는 인생, 나는 어떻게 살다 가면 좋을 까?”를 질문하며 커다란 전지를 사다 놓고 “나의 꿈”을 그리기 시작했다.
산에는 과실나무를 심고 들판에는 첨단 시설로 고소득 식물을 키우고, 한쪽 산기슭에는 우사나 돈사, 계사를 만들어 짐승을 키우고, 가장 중심에는 예배당을 세우고, 넓은 운동장이 있는 기숙사를 지어 오갈 곳 없는 청소년들을 모아 정신운동, 육체운동, 영성훈련을 시켜 세상으로 내 보내는 일을 구상했다. 이 일이야 말로 이 세상을 위한 보람 있는 일이라 생각하며, 그 해부터 일을 시작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새벽기도를 마치면 리어카로 자갈, 모래를 운반하여 우선 우리 집부터 수리하기 시작했다. 들판에 하우스를 짓고, 특용작물을 시험재배하며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다. 어느 수요일 밤이었다. 예배를 드리러 가서 엎드려 기도를 하는 중에 꿈같은 환상이 나타나더니 “네가 하는 일이 좋으냐? 나는 네가 더 좋은 일을 하기 원한다.”는 울림이 느껴졌다. 그날은 이게 무슨 소리지 하고 지나쳤는데, 한 달 지난 후에 다시 “나는 네가 약속한 것을 지키기를 원한다.”는 음성이 귓가에 스쳐갔다. “제가 한 약속에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네가 어릴 때 주의 종이 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라 말씀하셨다.
나는 그 약속이 다시 기억난 순간부터 하나님 앞에 엎드려 묻고 또 물었다. “저는 요, 상업고등학교를 나왔기 때문에 공부를 할 실력이 없고요, 한다고 해도 지금 벌써 26살이나 되었으니 기회가 다 지나갔어요” 못한다고 수 없이 외쳤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마음은 이미 그곳을 향해가고 있었다.
그해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는 부산으로 나와 3개월 동안 학원에 다니며 공부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대학 시험을 칠 자격도 되지 않는 그냥 보지 않아도 낙방이었다. 그 다음해 뜻이 같은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을 했다. 결혼 비용을 줄여 出巨濟를 하여 다시 학원을 일 년 다녔고, 29살에 고신대학 신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학비가 없어 대출을 받았고, 1년 안에 갚아하는 원금과 이자는 우리의 삶을 짓눌렀다. 그러나 그때마다 기적이 일어났다. 교회와 숨은 독지가의 도움이 매 학기를 은혜로 시작할 수 있게 했다. 매 순간 인도하시며 도우시는 주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꿈같은 지난 시절이다.
어느 날은 아내가 뇌출혈로 쓰러져 사경을 헤매기도 했고, 나는 대장암으로 복부를 가르는 수술을 받고, 12번의 항암치료를 받는 고난의 시간도 있었다.
향수는 병든 고래의 몸에서 짠 기름에서 원료를 얻으며, 우황청심환은 병든 소에서 얻는다고 하고, 로키 산맥 같은 험준한 깊은 계곡에서 비바람과 눈보라의 고통을 이겨낸 나무는 공명이 가장 잘 되는 세계적인 명품 바이올린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한평생 목회를 하다 보니 고난과 시련은 늘 따라 다녔지만 그것이 축복의 도구가 될 줄이야.
40여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 보니 다 하나님의 은혜요,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다.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갈 것이며, 지금의 아내를 다시 만나 결혼할 것이요, 지금의 아들 딸과 지금의 성도들과 또 새롭게 일을 하고 싶다. 살아 온 지난 날을 돌아보면 감사 뿐이다.
이제는 사역의 계획을 세우기보다 삶에 대한 반성문을 써야 할 시간이다. 그 어느 것 하나도 내가 한 것은 없고 하나님이 주신 것을 누린 것 뿐이다. 남의 것을 가지고 내 것 인양 오만불손을 떨고 살아온 내 삶이 부끄럽기만 하다.
어느 누구도 고난 없는 인생이 없으며 또, 죽음의 고비를 넘어 온 사람도 많지만, 그것이 신앙과 믿음으로 승화되어 하나님의 영광의 도구 된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금년의 반을 넘기면서 아직도 반년이 남아 있음에 감사, 지금 살아 있음에 감사, 일하고 있음에 감사하며, 없는 것에 불평하기 보다는 주신 것에 더 감사하며 남은 계절을 아름답게 수놓아 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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