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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교계일반

텔 단 (Tel Dan)에서

  “단(Dan)에서 브엘세바까지”는 우리가 “백두에서 한라까지”라고 말하는 것처럼 이스라엘의 북쪽과 남쪽 경계, 즉 전체 영토를 뜻한다. 사사기 20장에서 온 이스라엘 자손이 베냐민 지파와 싸우려고 미스바에 모일 때와 여호와의 선지자로 세우심 입은 사무엘을 인정할 때, 다윗 왕이 요압을 시켜 인구를 조사할 때와 솔로몬 왕의 통치로 인한 평강의 시대를 말할 때도 단과 브엘세바는 그렇게 언급되었다. 브엘세바에는 남쪽으로 이주해 간 아브라함을 이어 이삭, 야곱이 살았고, 단에는 그로부터 약 700년 후, 북쪽으로 이주해 간 그들의 후손 단 지파가 살았다. 

 

  가버나움에서 단으로 가는 버스 안이다. 창밖으로 바산(Bashan) 평원의 살진 소가 평화롭게 풀을 뜯고 1월의 빗방울 사이로 다메섹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스쳐 지나간다. 

  거친 네게브 광야 가운데 있는 오아시스인 브엘세바와 달리 단은 숲이 우거져 있고, 계곡에 맑은 물이 넘친다. 헐몬산은 물이 쉽게 빠지는 석회암이 대부분이라서 녹은 눈과 풍부하게 내리는 이슬이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단까지 흘러와 솟구쳐 오르고 갈릴리 바다로 들어가는 수원이 된다. 단 지파가 이곳으로 이주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나안에 들어와 지중해에 접한 기름진 땅을 분배받았던 단 지파는 후일, 크레타(그레데)섬에서 출발, 가사에 정착한 블레셋(갑돌 사람, 신2:23)의 압제 아래에 들어가게 되었다. 최근, 이스라엘과 가자(가사) 지구 간의 분쟁에 대한 뉴스가 연일 나오고 있는 것처럼 그 시대에도 단 지파 삼손과 얽힌 소식이 이스라엘과 블레셋을 온통 떠들썩하게 했으리라.

  딤나에서의 혼인 잔치와 블레셋인 30명의 죽음, 여우 300마리를 이용한 방화 사건, 유다인 3,000명에 의해 체포된 삼손, 나귀의 턱뼈에 의해 죽은 블레셋인 1,000명, 헤브론 앞산 꼭대기까지 옮겨진 가사의 성 문짝. 이 모든 뉴스의 중심에 있던 삼손이 두 눈을 뽑힌 채 가사의 옥에서 맷돌을 돌리게 되었음과 대대적인 축제 장소였던 다곤 신전이 붕괴되면서 3,000명과 함께 죽었다는 소식에 이르기까지. 

  삼손 사후에 단 지파는 정탐군을 보내서 이주할 땅을 물색한 후에, 600명의 용사를 앞세워 라이스를 정복하고 ‘단’이라 불렀다. 수백 년 전, 모압평지에서 모세가 단 지파에 대해 ‘바산에서 뛰어나오는 사자 새끼(신33:16)’라고 한 예언이 그대로 이루어진 것이다. 

  해양민족이던 블레셋 족속을 가사 땅으로 옮기신 그분이 단 지파를 북쪽 경계로 이동시키셨고, 나를 오늘 이곳에 서 있게 하셨음을 인정하며 그분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귀 기울인다.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이스라엘 자손들아 너희는 내게 구스 족속 같지 아니하냐 내가 이스라엘을 애굽 땅에서, 블레셋 사람을 갑돌(Crete)에서, 아람 사람을 길(Kir)에서 올라오게 하지 아니하였느냐(암9:7)               

이경애 사모(국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