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은 해발 750m에 있고 여리고는 -250m에 있어 두 곳의 차는 1,000m나 된다. 그러니 예루살렘에서 출발해 여리고로 가는 길은 줄곧 내리막길이다.
고고학적 발굴에 의하면 그 지역은 지진이 잦았고, 성벽은 무너지고 재건되기를 반복했다. 출애굽 후 40년 만에 도착한 이스라엘 제사장들이 숫양의 뿔을 불고, 군대는 함성을 지르던 그날 밤에도 땅을 흔드시는 하나님의 능력 앞에서 그 강한 성벽은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선지자 엘리야와 엘리사가 등장할 때까지 약 500년간 비어 있던 그 여리고를 벧엘 사람 히엘이 재건하던 그때, 여호수아의 예언대로 두 아들이 죽었다. “선지자학교”를 세우고 생도들을 길러서 열왕기의 어둠을 밝혔던 엘리야의 사역지, 소금을 던져 물의 근원을 고친 엘리사의 기적이 일어난 곳, 동서와 남북을 잇는 요충지인 여리고는 주변의 광야와 대조적으로 1분당 4,000L 이상의 물이 솟아난다.
‘종려나무 성읍’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 오아시스 도시에 들어서면서 바벨론, 하란, 다메섹, 아라비아에서 온 상인들은 긴 여정에서 쌓인 피로를 풀었을 것이고 화려한 궁전 접견실에서 헤롯 왕에게 온갖 진귀한 물건을 바쳤다. 당연히 통행세와 무역세는 세리장 삭개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여리고로 내려가는 버스 안이다. 뜨거운 햇볕이 반사되는 차창 너머로 좁은 비포장도로를 나귀와 함께 올라오는 팔레스타인 청년의 구릿빛 얼굴이 보인다. 예수님의 이야기 속 선한 사마리아인은 저 길 어딘가에서 강도 만난 사람을 도왔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낮고 오래된 그 도시 어딘가로 내려가신 우리 주님은 두 맹인의 눈을 고치고, 뽕나무 위의 삭개오에게 “내가 오늘 네 집에 머물고 싶다.”라고 하시며 그의 집으로 가는 길을 함께 걸으셨다. 그분이 오늘은 내게로 오시기를 기다린다.
이경애 사모(국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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