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계/선교와 전도

“우리 포틀럭 파티해요”

포틀럭 파티하는 날은 이름도 처음 듣는 다양한 세계 음식을 경험할 수 있다.

포틀럭(potluck)은 파티를 주최하는 호스트는 장소와 몇 가지 기본 메뉴만 제공하고 초대받은 게스트들이 각자 한두 가지 음식을 가져와 뷔페식으로 나눠먹는 문화이다.

 

 우리 교회는 울산에 하나뿐인 ‘다문화교회’이다. 그런데 ‘다문화교회’라고 소개하면 많은 한국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이 모인 교회’라는 일종의 편견을 갖곤 한다. 왜냐하면 본래 의미와 달리 ‘다문화’라는 용어는 우리 사회에서 주로 아시아 또는 아프리카의 가난한 국가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아내와 그 자녀들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사용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저 사람 다문화야.” “그 아이 다문화가정 아이야.”라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본래 다문화라는 말은 특정한 사람을 가리키는 표현이 아니다. 말 그대로 ‘다양한 문화’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본래 미국, 캐나다, 유럽 등 서구권에서는 그 나라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각, 가치관, 행동과 같은 삶의 다양한 표현 방식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그런 이유에서 나는 우리 교회를 ‘다인종교회’(multi-ethnic) 또는 ‘국제교회’(international church)보다는, ‘다문화교회’(multi-cultural church)라고 소개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것은 우리가 획일화되고 통일된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의 표현 방식을 존중하는 교회이기 때문이다. 각 재료의 고유한 맛이 살아있는 비빔밥이나 샐러드볼처럼 말이다.

  다문화교회는 다양한 국적, 인종, 문화, 언어 등의 배경 출신의 사람들이 모이는 교회이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어떤 하나의 문화도 그 공동체의 지배적인 문화나 지배적인 방식이 될 수 없다. 예를 들어, 우리 교회에는 한국 사람과 필리핀 사람들이 다수가 있지만, 그들에게만 익숙하고 편한 한국 문화나 필리핀 문화가 예배, 교제, 교육, 봉사, 선교 등에 있어서 지배적인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남아공, 미국, 캐나다, 영국, 인도, 중국 출신의 멤버들이 있지만 그들 나라와 그들의 문화권의 방식이 우리의 표준 방식과 문화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다문화교회는 아무런 문화의 영향도 받지 않는 교회(culture-free church)이며, 다문화교회의 문화는 모두에게 불편하고 익숙하지 않다는 뜻인가? 그렇지 않다. 다문화교회는 언제나 제3의 문화를 추구하고 창조하는 교회이다. 유대인과 헬라인이 함께 세운 최초의 다문화교회였던 안디옥교회가 ‘유대인’이라는 제1의 정체성도, ‘헬라인’이라는 제2의 정체성도 아닌, ‘그리스도인’이라는 제3의 대안적인 정체성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연합했던 것처럼, 우리 교회는 한국 문화나 외국 문화의 방식이 아닌 제3문화, 즉 성경이 말하는 복음적인 문화의 방식을 따르는 공동체, 대안문화 공동체이다.

  우리 교회가 갖고 있는 대안적인 문화 가운데 하나는 바로 ‘주일 식사’ 문화다. 어느 한국 교회를 가도(중국, 베트남, 필리핀 교회도 마찬가지로) 빠질 수 없는 것은 주일예배 후에 성도들과 함께 식사를 나누면서 교제를 누리는 관습이 있다. 비록 코로나 이후로 많이 축소되긴 했지만, 여전히 주일 식사는 교회 사역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우리 교회는 개척 초기부터 주일 점심을 제공하지 않았다. 아예 부엌과 식당을 만들지도 않았다. 공간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부엌을 만들면 누군가는 주방 봉사를 하느라 예배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고, 봉사에 지쳐 은혜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 교회에 온 한국 아주머니들은 주방이 없는 것을 보고 너무 좋아하신다.

  하지만 우리 민족이 어떤 민족인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처럼, 장소 불문하고 먹는 것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민족이다. 봉사의 부담을 줄이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식사를 같이하지 않으면 또 뭔가 정이 없어 보이고 너무 아쉽다. 그래서 대안적인 제 3의 문화를 고민한 끝에 시작한 것이 바로 ‘포틀럭 파티’ 문화다. “포틀럭”(potluck)은 미국이나 캐나다 등 서구권에서 시작된 문화로, 파티를 주최하는 호스트는 장소와 몇 가지 기본 메뉴만 제공하고 초대받은 게스트들이 각자 한 두 가지 음식을 요리해서 가져온 뒤 함께 뷔페식으로 나눠  먹는 문화다. 외국에서 살아보신 분들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봤을 것이다.

한국과 필리핀의 문화 ‘십시일반’ 문화와 포틀럭문화가 잘 융합되어 식사 뿐 아니라 다른 사역에도 잘 융합되어 적용되고 있다. 

  우리 교회에서도 개척 초기부터 한 달에 한 번 포틀럭 점심 식사를 가졌다. 매월 첫째 주일에는 성찬식과 생일파티를 하고, 예배 후에는 포틀럭으로 점심을 먹는다. 교회에서는 함께 먹을 장소와 기본 밥만을 제공하고, 각자 조금씩 수고해서 각 나라의 요리를 가져와서 나눠 먹는다. 그러면 그날에는 이름도 처음 듣는 다양한 세계 음식을 경험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소수의 인원에게 봉사가 집중되는 일도 없다. 뷔페식으로 다양한 요리가 나오기 때문에 각자 좋아하는 음식을 입맛대로 골라 먹으면 된다. 남은 음식은 맛있다고 포장해서 가기 때문에 음식 쓰레기도 거의 없다. 한국과 필리핀의 문화의 ‘십시일반’ 문화와 서구의 ‘포틀럭’ 문화가 잘 융합된 사례라 할 수 있다.

  포틀럭 점심을 진행한지 만으로 5년, 이제 우리 교회의 자연스러운 문화가 되었다. 사실 이 ‘십시일반’ 문화는 식사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사역에 적용되고 확장되었다. 이벤트식으로 진행되는 여름성경학교 및 수련회, 비전트립과 같은 사역이나 매월 지불해야 하는 공간 임대료를 마련하는 것에서부터, 대표기도, 어린이돌봄(child-care) 등과 같은 주일 봉사에 이르기까지, 각자 부담을 나누어지는 것을 자연스러운 문화로 여기고 있다. 누군가가 혼자서 감당하면 힘든 일들도, 함께 나누어지면 기쁨이 된다. 그렇게 우리는 새로운 제 3의 문화, 복음적인 대안문화를 형성하면서 천천히 다문화교회가 되어 가고 있다.

신치헌 목사 시티센터교회